서울 강북에 본사를 둔 대기업에 다니는 김모(30)씨는 현재 경기 남부 지부에서 근무 중이다. 김씨는 입사 후 본사 근무를 제안받았으나 서울에 남지 못했다. 서울 집값이 김씨에게 큰 부담이 됐기 때문이다. 김씨는 “회사 주변 5~6평짜리 원룸이 보증금 3000만원에 월세 70만~90만원쯤 됐다”며 “월급의 3분의 1을 월세로 낼 수는 없었다”고 했다. 김씨는 서울 근무를 접고, 자원해 경기 남양주에서 일하게 됐다. 돈을 아끼려고 지식산업센터 입주 기업의 기숙사에 보증금 500만원, 월세 50만원을 내고 살았다. 전입 신고도 못한 채 사는 게 불안했던 김씨는 결국 ‘홀로서기’를 포기하고, 경기 용인의 부모 집에 들어가기로 했다. 회사에는 용인 집과 가까운 지부 발령을 요청했다. 김씨는 “대기업에 입사했는데도 부모 집에 얹혀 사는 ‘캥거루족’이 될 줄은 꿈에도 몰랐다”고 말했다.

그래픽=백형선

김씨처럼 서울에 직장이 있는 20~30대 청년에게 부모 도움 없이 서울에 집을 구한다는 것은 하늘의 별 따기가 됐다. 집을 사는 것은 물론, 전·월세조차 사회 초년생이 감당할 수 없는 수준으로 올랐기 때문이다. ‘인(in)서울’ 대학 입시보다 어려운 ‘인서울’ 아파트라는 말까지 나온다.

정부가 서울 집값을 잡겠다며 갭투자(전세 끼고 매입) 금지, 대출 규제 등을 동원해 매매를 막아버리자, 풍선 효과로 주택 시장 수요가 전·월세로 몰리며 임대 가격이 급등한 탓이 컸다.

◇서울 전세 5억 돌파… 청년 순자산의 2배 넘어

3일 KB국민은행에 따르면, 지난달 서울 전체 주택의 평균 전셋값은 5억1251만원으로 1년 전(4억8777만원)보다 5.1% 올랐다. 코로나발 자산 가격 상승이 본격화하기 시작한 6년 전(3억6940만원)과 비교하면 39% 가까이 상승했다. 서울 평균 전셋값은 2022년 9월(5억134만원) 처음으로 전세대출 한도인 5억원을 넘었다. 이후 하락세로 돌아서 지난해 5월까지 3년 가까이 4억원대를 유지하다가 6월 다시 5억원대로 올라섰다. 선호도가 가장 높은 주거 형태인 아파트의 경우, 지난달 서울 평균 전세가가 6억6948만원으로 2018년 1월 서울 아파트 평균 매매가(6억7613만원)에 육박했다. 지난해 20·30대 평균 순자산이 2억1950만원인 것을 감안하면, 서울 아파트 평균 전셋값이 순자산의 3배를 넘는 것이다. 김대종 세종대 교수는 “전셋값이 순자산의 3배 수준이면 대출을 받아도 자금 마련이 어렵다”며 “결국 부모 세대 자산에 의존할 수밖에 없는 구조”라고 했다.

원룸 월세도 100만원 육박

빌라 전세는 부담이 덜한 편이지만, 2022~2023년 수도권 전세 사기 사태의 후폭풍으로 청년들은 월세로 내몰리고 있다. 수요가 몰리며 월세도 오름세다. 3일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최근 5년(2019~2023년) 서울 아파트 월세 상승률은 12.9%에 달했다. 이전 5년(2015~2020년) 동안에는 4.9% 하락했었다. 신혼부부들이 월세로 많이 사는 서울 구로구 신도림 동아2차 26평의 경우, 보증금 1억원 기준 지난해 평균 월세가 165만원으로 5년 전(78만원)의 두 배가 넘는다. 웬만한 직장인 월 소득의 절반을 넘는 200만원 이상 월세도 늘고 있다. 지난해 서울 아파트 월세 계약 중 200만원 이상 월세는 16.5%로 집계됐다. 2020년만 해도 6.9%였던 이 비율은 5년 만에 2.3배가 됐다.

원룸 월세조차 청년들에겐 버거운 수준이다. 부동산 정보 플랫폼 다방에 따르면, 지난해 하반기(7~12월) 서울에서 거래된 전용면적 33㎡ 이하 연립·다세대 원룸의 평균 월세는 70만원(보증금 1000만원 기준)에 달했다. 강남·서초 등지는 각각 평균 94만원, 85만원의 월세를 내야 한다. 어쩔 수 없이 청년들은 고시원처럼 좁고 불편한 집에 살거나 서울 밖으로 밀려나고 있다. 직장인 선모(29)씨는 서울 강남의 사무실에서 30㎞쯤 떨어진 경기도 군포의 공공 임대주택에 살고 있다. 200만원대 월급을 받는 선씨에게 70만~80만원대인 회사 주변 원룸 월세는 큰 부담이기 때문이다. 선씨는 현재 월세와 보증금 대출 이자로 월 12만원가량을 내고 있다. 선씨는 “출퇴근에만 3시간이 걸리지만, 서울 살이는 일찌감치 포기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