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 당국이 보험 분쟁 관련 의료자문을 맡을 의사를 보험사가 일방적으로 정하는 구조를 개편하기로 했다. 의료자문이 보험사에 유리한 쪽으로 쏠리면서 보험금 지급액을 줄이는 수단으로 악용되는 문제를 해결하겠다는 취지다.
4일 금융감독원은 대한의사협회와 ‘제3의료자문 객관성 제고를 위한 업무협약’을 체결했다고 밝혔다. 제3의료자문은 보험 가입자가 받은 치료 항목에 대해 보험사가 별도의 의료기관을 통해 치료 내용이 적정한지 등을 검증하는 절차다. 이때 의료자문을 맡을 기관은 보험사와 사전에 계약을 맺은 병원 중에서 정한다. 이 때문에 보험사 입맛대로 자문 기관을 선정하고, 자문 결과도 보험사에 유리한 방향으로 나오게 된다는 지적이 제기돼왔다.
명목상으로는 보험 가입자가 의료자문 절차를 거부할 수 있지만, 실제로는 보험사가 원하는 경우 의료자문에 동의할 수밖에 없다. 보험사 대부분이 의료자문을 거부하면 보험금 지급액이 줄거나 보험금 지급을 거부당할 수 있다고 안내하고 있기 때문이다. 결국 보험금 깎이는 의료자문에 울며 겨자먹기로 동의해야 한다는 보험 가입자들의 불만이 쏟아졌다.
금감원과 의사협회는 이번 협약을 통해 보험사에서 제시한 병원 외에 의사협회도 자문 기관으로 지정할 수 있도록 했다. 의사협회는 사전에 마련한 의료자문단 풀 내에서 담당 의사를 지정해, 독립적으로 자문을 실시한다. 의료자문단은 진료과별로 상급 종합병원이나 종합병원 소속 의사 5명 이상으로 구성된다. 자문 결과는 보험사와 가입자에게 통지하되, 오직 개별 의료자문 건에 대해서만 유효하다.
금감원과 의사협회는 올해 1분기 안에 세부 실행방안을 확정하고, 2~3분기에 뇌·심혈관과 장해등급 관련 분쟁부터 시범적으로 의사협회를 통한 의료자문에 나서기로 했다. 이찬진 금감원장은 “의료자문도 보험사 중심에서 소비자 중심으로 전환하는 중요한 전환점이 될 것”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