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중은행에서 30년 만기 내내 고정금리를 적용하는 주택담보대출 상품을 올해 안에 출시할 것으로 보인다. 기존에 고정금리를 적용하는 시중은행 주택담보대출은 5년 단위로 금리가 바뀌는 고정형이나, 5년간 고정금리 후 변동금리로 전환하는 혼합형 상품이 있었다. 30년간 안정적으로 주택담보대출 상환 일정을 관리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지만, 최근 금리 상승 기조를 고려하면 장기간 ‘고금리’ 압박을 받을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이르면 이달 중 30년 초장기 고정금리 정책 발표
1일 금융 당국에 따르면, 금융위원회는 이르면 이달 중으로 민간 금융사의 30년 초장기 고정금리 상품 출시를 지원하기 위한 정책 방안을 발표할 예정이다. 핵심은 주택담보대출을 상환하는 30년간 금리를 동일한 수준으로 고정시키는 것이다. 현재 보금자리론 등 정책대출 상품에는 이 같은 초장기 고정금리가 적용되지만, 민간 시중은행에서는 길어도 10년까지만 고정금리를 적용할 수 있었다.
30년 초장기 고정금리 상품이 출시되면 대출을 받은 이들이 매년 상환해야 할 대출 원리금을 예측할 수 있게 되고, 그에 맞춰 상환 일정을 계획할 수 있다는 게 금융위 설명이다. 6개월~5년 주기로 금리가 변하는 현행 주택담보대출의 경우 금리 상승기에 급작스럽게 이자 부담이 커져 대출 부실로 이어질 우려가 컸다.
금융위는 작년 ‘6.27′ 대책으로 시중은행의 주택담보대출 만기를 최대 30년으로 제한했다. 그러면서 내부적으로 ‘장기 고정금리 활성화 태스크포스(TF)’를 꾸려 만기 내내 고정금리를 적용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나섰는데, 실제 방안 발표 시점이 임박한 것이다.
◇시중은행 유인책으로 대출 규제 완화도 검토
다만 시장에서는 최근과 같은 고금리 시기에는 초장기 고정금리 주택담보대출 수요가 크지 않을 것이란 지적이 나온다. 현재 출시되는 주택담보대출은 금리가 최소 연 4% 이상인데, 지금 주택담보대출 금리를 고정시켰다가 향후 금리 인하기에 손해를 볼 수 있다는 것이다.
반대로 금리가 낮은 시기에는 초장기 고정금리 상품이 자칫 주택 구입 수요를 자극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특히 초장기 고정금리 상품의 경우 금리 변동에 대한 우려가 없어 스트레스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을 적용받지 않는다는 점에서도, 저렴한 금리에 집을 살 수 있는 신호를 줘서 집값 상승을 부추길 수 있다.
은행들로선 현재 시점에서 무작정 금리를 낮춰 제공하기엔 자금을 조달하기가 어렵다는 입장이다. 은행권에서는 “결국 30년 초장기 고정금리 상품 금리 역시 상품을 출시하는 시점에 은행들이 내놓은 5년 주기 고정금리 주택담보대출 금리와 비슷한 수준으로 결정되지 않겠느냐”는 목소리가 나온다.
은행들이 내부 준비를 거쳐 30년 초장기 고정금리 주택담보대출을 출시하는 시점은 올 상반기 말에서 하반기가 될 것으로 보인다. 금융 당국 관계자는 “은행들이 시장 이목을 끌 만큼 매력적인 상품을 내놓는 게 최우선”이라며 “이를 위해 은행 예대율(예금 대비 대출 비율) 규제를 일부 완화하는 등 은행을 위한 유인책도 검토하고 있다”고 했다.
◇대출금리는 계속 ‘우상향’
이러한 와중에 최근 주요 은행 대출금리는 하루가 다르게 뛰고 있다. 지난달 30일 기준 KB국민·신한·하나·우리은행의 혼합형 주택담보대출 금리는 연 4.250∼6.390% 수준으로 집계됐다. 지난달 23일(연 4.290∼6.369%)과 비교해 불과 1주일 사이 상단이 0.021%포인트 올랐다. 변동형 주택담보대출 금리(연 3.820∼5.706%) 상단 역시 0.052%포인트 높아졌다. 한국과 미국의 기준금리 인하 기대가 꺾이며, 은행이 자금을 조달할 때 적용되는 시장금리가 오른 영향이다.
정부의 가계 대출 관리 기조에 맞춰 은행들이 대출 조이기에 나선 점도 금리에 영향을 끼치고 있다. 우리은행은 2일부터 아파트 담보 대출과 전세대출 등의 가산금리를 0.3~0.38%포인트 올리기로 했다. 여타 시중은행들도 가산금리 인상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 은행 관계자는 “가산금리는 은행들이 대출을 관리하는 전통적인 수단으로, 가산금리를 올렸다는 건 대출 공급을 그만큼 줄이겠다는 신호”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