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금의 현물 가격이 처음으로 온스당 5200달러(약 750만원)를 돌파한 28일 서울의 한 귀금속 매장에 금과 은 제품이 진열돼 있다./뉴시스

가파르게 오르던 금과 은 가격이 사상 초유의 폭락세를 기록하며 전 세계 금융시장에 충격을 안겼다. 지난달 30일 은 가격은 불과 이틀 전 기록한 역대 최고가에서 30% 넘게 하락했고, 금도 최고가보다 13%나 떨어졌다. 새해 들어 ‘파라볼릭 랠리(포물선형 상승)’를 이어오던 귀금속 시장이 한순간에 냉각되면서 투자자들은 유례없는 변동성에 직면했다.

◇하루 사이 금·은 시가총액 1경원 사라져

인베스팅닷컴에 따르면 지난달 30일 국제 금 현물 값은 온스당 4865.35에 거래를 마쳤다. 이는 불과 하루 전 가격(5395.88) 보다 9.83%(530.53달러) 하락한 수치다. 금값은 지난 28일 역대 최고가 5400.25(종가 기준)를 찍었는데 약 이틀 만에 5000달러 선이 힘없이 무너진 것이다.

은 시장의 충격은 더 크다. 은 선물 가격은 지난달 30일 온스당 78.83달러로, 전날(114.87달러)보다 무려 36달러(31.3%)나 하락했다. 장중 역대 최고가(121.76달러)와 비교하면 불과 하루 만에 30% 넘게 폭락하며, 자산 가치의 4분의 1 이상이 사라졌다. 이번 폭락으로 금과 은 시장에서 증발한 시가총액은 약 7조4000억달러(약 1경원)에 달하는 것으로 추산된다.

◇상대적 매파 워시 지명에 시장 안도, 위험자산 선호 줄어

케빈 워시 전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이사./AP 연합뉴스

이번 폭락의 계기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차기 연방준비제도 의장 인선 발표와 무관치 않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달 30일 자신의 소셜미디어를 통해 ‘매파(통화 긴축 선호)’ 성향의 케빈 워시(Kevin Warsh) 전 연준 이사를 차기 의장으로 지명했다. 이는 그간 트럼프 대통령이 금리 인하를 강하게 압박할 ‘비둘기파’ 인물을 지명해 달러 가치를 인위적으로 떨어뜨릴 것이라는 전망과는 다소 결이 다른 선택이다.

이처럼 상대적으로 통화 긴축과 연준의 독립성을 중시하는 워시가 지명되자, 시장의 공포를 잠재웠고, 그 결과로 금과 은 같은 안전 자산에 몰렸던 투기 자금이 달러와 국채로 다시 이동하며 폭락이 발생했다는 것이다. 이코노믹타임스는 “케빈 워시의 연준 의장 지명 이후 연준의 독립성에 대한 공포가 완화되고 달러가 강세를 보이면서, 금 매도세와 함께 은 가격이 급락했다”고 전했다. 블룸버그통신은 “도널드 트럼프가 케빈 워시 전 연준 이사를 차기 의장으로 고려하고 있다는 보도가 달러와 국채 수익률을 상승시키면서 금값은 사상 최고치에서 후퇴했다”고 전했다.

실제 위험자산으로 분류되는 비트코인은 폭락하며 8만 달러선 아래로 내려왔다. 코인마켓캡에 따르면 1일 오전 8시30분 현재 7만8482달러로 24시간 전보다 6.6%(약 5500달러)나 폭락했다.

(서울=뉴스1) 박지혜 기자 = 국제 금 시세가 또다시 사상 최고치를 경신했다. 미국 연방정부의 셧다운(일시적 업무 정지) 사태로 안전자산 선호가 커진 것이 주요 배경으로 분석된다. 2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1일(현지시간) 뉴욕상업거래소(NYMEX)에서 12월 인도분 금 선물은 온스당 3897.5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전 거래일보다 0.6% 상승하며 종가 기준 최고 기록을 다시 썼다. 사진은 이날 오후 서울의 한 금거래소에 진열된 골드바 모습. 2025.10.2/뉴스1

일부 외신들은 이번 은 가격의 폭락이 1980년 ‘헌트 형제 사건’ 이후 최악의 일일 낙폭이라고 지적했다. 헌트 형제 사건은 지난 1980년 헌트 형제가 은 시장을 독점하려다 실패하며 발생했는데, 원자재 투기 광풍과 그로 인한 기록적인 가격 폭락을 상징하는 대표적 사건으로 꼽힌다. 1980년 헌트 형제는 전 세계 은 물량의 3분의 1을 사들이며 시장을 독점하자 50달러까지 급등하기도 했다. 이에 보석업체나 필름 제조업체 등이 타격을 입자, 뉴욕 상품거래소는 신규 매수를 제한하고 증거금을 인상하는 조치를 취했다.

그러자 은값이 하루 만에 온스당 21.62달러에서 10.8달러로 50% 넘게 폭락하며 시장에 상당한 타격을 입힌 바 있다. 미국 마켓워치는 “이날 은 가격의 폭락은 1980년 이후 최악의 일일 낙폭이며, 한 전문가는 ‘모든 사람이 한꺼번에 출구로 달려가는 상황’(every man and his dog rushing for the exit)”이라고 묘사했다“고 전했다.

◇광풍 뒤에 찾아온 포물선 랠리의 종말

일각에서는 이번 하락이 ‘포물선형 상승(파라볼릭 랠리·Parabolic Rally)’ 이후 찾아오는 예고된 조정이라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포물선형 상승이란 가격 상승 각도가 수직에 가깝게 가팔라지며 짧은 기간 내에 폭발적으로 치솟는 초과열 상태를 의미한다. 보통 이는 시장의 마지막 광풍 단계에서 나타나며, 상승세가 가파른 만큼 하락으로 전환할 시에는 그 충격이 매우 크다는 특징이 있다.

블룸버그통신은 OCBC 은행의 전략가 크리스토퍼 웡의 말을 인용해 “케빈 워시의 지명이 금·은 시장에 대한 조정의 촉발제가 됐지만, 시기상 늦은 감이 있다”며 “시장은 그간 포물선형 상승을 되돌리기 위해 기다려온 명분을 찾은 것일 뿐”이라고 분석했다. 스위스 시즈 은행의 최고투자책임자(CIO) 샤를앙리 몽쇼는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에“이번 금 값의 큰 하락은 금 매수론자들의 항복을 반영한 것”이라며 ”시장이 단기적으로 과매수 상태에 있어 보다 신중한 자세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밖에 베센트 재무장관이 강달러 정책을 재확인한 것도 금값 하락의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베센트 장관은 지난달 28일 미 CNBC와의 인터뷰에서 미국이 엔화 가치를 높이기 위해 달러를 팔고 엔화를 사는 개입을 하고 있느냐는 질문에 “절대 그렇지 않으며, 우리는 강한 달러 정책을 가지고 있다는 점 외에는 코멘트하지 않겠다”고 말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