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0억원 규모 자산가 이찬진 금융감독원장의 취임 당시 재산 포트폴리오가 공개됐다. 그는 재산의 80% 이상인 310억원가량을 16개 금융사에 현금에 준하는 은행 예금이나 증권사 예탁금으로 보유했다. 서초구 우면동 대림아파트 2채 등 부동산이 32억원 규모였고, 국내외 주식과 채권 투자로 34억원가량을 보유했다고 신고했다. 이 원장이 취임 이후 국내 주식은 전부 팔아 치우고 대림아파트 1채를 매각하는 등 재산 일부를 정리했다는 점을 고려하면, 예금 비율이 더욱 커졌을 것으로 보인다.
◇집 판 돈으로 ETF 투자해 30% 넘는 수익 예상
29일 인사혁신처가 공개한 ‘2026년 제1회 재산 수시 공개자 현황’에 따르면, 이찬진 원장의 재산은 총 384억8874만8000원으로 파악됐다. 이 원장이 취임한 작년 8월 14일 기준으로 집계한 자료다. 이 원장과 배우자, 그리고 장남의 재산이 공개됐고, 이 원장의 장녀는 독립 생계를 이유로 재산 공개를 거부했다.
이 원장은 취임 당시 부부 명의로 우면동 대림아파트 2채와 더불어 서울 성동구 금호동 상가 1채, 중구 상가 1채, 그리고 봉천동 도로 1필지 등 부동산을 보유했다. 이 가운데 대림아파트 1채는 작년 10월 국회 국정감사 당시 강남 다주택자 논란이 불거지자 매각했다. 당시 아파트를 20억원에 내놨다가 22억원으로 가격을 한 차례 올렸고, ‘위장 매각’이라며 비판이 커지자 다시 4억원을 내려 18억원에 급매했다.
이후 작년 10월 29일 이 원장은 아파트 계약금 명목으로 먼저 받은 2억원을 즉시 국내 주가 지수를 추종하는 상장지수펀드(ETF)에 투자했다. 당시 코스피 200 추종 ETF와 코스닥 150 추종 ETF에 투자한 것으로 알려졌는데, 해당 종목들은 이 원장이 매입할 당시보다 현재 35% 이상씩 뛰어올랐다.
◇금 3㎏ 보유한 재력가
이 원장은 작년 국정감사에서 “재산 대부분은 예금으로 보유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실제 이 원장 내외와 장남이 보유한 예금은 310억원으로, 신한은행에만 207억원을 예치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실물 재산으로는 배우자 명의의 24k 금 3㎏과 2.3캐럿 다이아몬드 반지·목걸이·귀걸이 등 5억원가량이 있었다. 헬스장 회원권도 4장 보유하고 있었다. 금 3㎏ 가격은 당시 시세에 맞춰 4억5000만원 정도로 추산됐는데, 현재는 금값이 치솟으며 9억원가량에 육박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 원장 가족의 전체 주식 투자 규모는 13억6000만원 정도로, 이 가운데 미국을 비롯한 해외 주식 투자가 3억원 정도였다. 이 원장 내외가 해외 제약사 리커젼파마슈티컬스 주식 1만5831주와 애플 100주, 테슬라 66주 등을 합쳐 2억원 정도를 보유했고, 장남은 미국 나스닥 종목들에만 1억원을 투자했다. 국내 주식의 경우 이 원장 취임 직후 전부 매각한 것으로 파악됐다.
◇‘구로 농지 강탈 사건’ 승소로 재산 축적
이 원장이 400억원에 육박하는 재산을 쌓을 수 있었던 건 ‘구로 농지 강탈 사건’과 관련한 국가 배상 청구 소송을 대리해 승소했기 때문이다. 1961년 당시 박정희 정부는 서울 구로동 일대 농지를 강제로 수용해 공단을 조성했다. 이를 두고 2008년 진실·화해를 위한 과거사정리위원회가 농지 수용 과정에 불법적인 공권력 개입이 있었다며 재심을 권고했고, 이후 재판을 거쳐 피해자와 유가족 900여 명이 5450억원 규모의 국가 배상 판결을 받아냈다. 당시 피해자들을 대리했던 이 원장은 성공 보수로 300억원이 넘는 돈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