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신용평가사 피치가 한국의 신용등급을 ‘AA-’로 유지하면서도 이재명 정부의 느슨한 재정 기조에 대해 우려를 표명했다.
피치는 30일 발표한 보고서에서 한국의 국가신용등급을 ‘AA-’, 등급전망을 ‘안정적(Stable)’으로 유지했다고 밝혔다.
피치는 “한국의 튼튼한 대외 재정과 역동적인 수출 부문, 안정적인 거시경제 성과를 평가했다”면서도 “고령화에 따른 구조적 문제와 정부 부채 증가가 중장기적으로 신용도를 약화시킬 수 있다”고 지적했다.
피치는 이재명 정부의 재정 정책을 ‘느슨한 재정 기조(Looser Fiscal Settings)’로 규정하고, 올해 통합재정수지 적자가 GDP 대비 2.0%에 달할 것으로 전망했다.
피치는 “2026년 예산안은 전년 대비 8.1% 증가했으며, AI·R&D·첨단산업에 대한 대규모 투자가 포함됐다”며 “새 정부는 중기적으로 GDP 대비 약 2%의 재정적자를 유지하려 한다”고 분석했다. 이는 사회보장 부문을 제외한 관리재정수지 기준으로 GDP 대비 4.0% 안팎의 적자를 의미하는데, 전 정부의 3% 미만보다 크게 확대된 것이다.
◇“지속적 재정적자로 국가부채 꾸준히 증가”
피치는 정부 부채 증가에 대해서도 경고했다. 피치는 “2026년 정부 부채가 GDP 대비 50.6%로 상승하고 중기적으로 점진적으로 증가할 것”이라며 “재정 투자로 잠재성장률이 상승하지 않는다면 정부 부채 지속 증가가 신용등급 하락 압력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밝혔다. 한국 정부는 2029년까지 국가부채를 GDP 대비 60% 이하로 유지하겠다는 목표를 제시했지만, 공식적인 재정준칙은 마련하지 않은 상태다.
피치는 한국 경제가 2025년 1.0% 성장에 그친 뒤 2026년에는 2.0%로 회복할 것으로 전망했다. 피치는 “민간소비와 정부소비가 성장을 견인하고, 반도체 수출이 순수출의 기반이 될 것”이라며 “다만 중국 수요 둔화로 전체 수출은 다소 약화될 수 있다”고 분석했다. 반도체 수출이 전체 수출의 24%를 차지하는 만큼 글로벌 AI 수요가 지속되면 성장률이 더 높아질 수 있다는 전망도 내놨다.
◇“북한 긴장 지속·가계부채 여전히 높아"
피치는 한국이 직면한 구조적 위험 요인도 지적했다. 피치는 “이재명 정부가 대화를 통해 남북 관계 개선을 추진하고 있지만, 직접적인 외교 접촉 부족으로 단기간 내 긴장 완화는 어렵다”며 “북한은 러시아·중국과의 관계 강화로 대화 동기가 약하다”고 분석했다. 가계부채에 대해서는 “2025년 3분기 GDP 대비 90%로 여전히 높지만 감소 추세”라며 “가계부채 재증가 우려가 한국은행의 추가 금리 인하를 제약하는 요인”이라고 평가했다.
피치는 신용등급 전망과 관련해 “정부 부채가 재정적자나 우발채무 현실화로 크게 증가하거나, 한반도 지정학적 위험이 악화되면 등급 하락 가능성이 있다”고 밝혔다. 반면 “지정학적 위험이 구조적으로 완화되거나, 재정 건전화를 통해 정부 부채를 하향 안정시키면 등급 상향 여력이 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