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피가 개인투자자들의 순매수에 힘입어 사상 처음으로 5,100 고지에 올라선 채 장을 마감한 28일 서울 중구 우리은행 딜링룸에서 관계자들이 업무를 보고 있다. /연합뉴스

올해 들어 한국 증시가 상승률 1위로 전 세계 투자자들의 주목을 받고 있다. 28일 코스피는 연초 이후 주가가 20% 넘게 오르며 사상 최초로 5100선을 넘어섰다. 이는 주요 20국(G20) 증시 상승률 가운데 가장 높다. 블룸버그통신은 이날 “한국 증시의 시가총액이 3조2500억달러로, 3조2200억달러인 독일 증시를 앞지르면서 대만에 이어 세계 시가총액 국가 순위 10위에 올랐다”고 전했다. AI(인공지능) 반도체 호황 속에 정부가 주도하는 밸류업(기업 가치 제고) 정책이 효과를 보고 있는 점, 각국의 투자금이 신흥국으로 옮겨가는 상황 등이 맞물린 결과다. 다만 증시가 단기간에 급등한 데는 유의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온다.

◇美·日 압도하는 한국 증시

한국 증시는 올 들어 전 세계 주요국 증시 가운데 가장 좋은 성적을 올리고 있다. 28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지난해 말 4214.17로 장을 마감했던 코스피는 이날 5170.29를 기록하며 또다시 사상 최고치를 경신했다. 이에 연초 이후 주가 상승률은 22.7%에 이른다. 이는 주요 20국(G20) 중 가장 높다. 미국의 대표 지수인 S&P500이 1.9%, 일본 닛케이평균이 6.0%의 상승률을 보인 것을 크게 웃돈다. 또 아르헨티나(6.3%), 튀르키예(16.4%) 등 높은 인플레이션 탓에 자산 가치가 오른 것 같은 착시 효과가 나타나는 나라들보다도 높다. 지난해부터 이날까지 코스피의 누적 상승률은 115%에 이른다.

그래픽=양인성

한국 주가 상승은 반도체가 선두에 서서 이끌고 조선·방산·원전 관련 주요 대형주가 뒷받침하고 있다. 연초 이후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각각 35%, 29%나 올랐다. 로봇 기업을 인수한 현대차(66%)와 한화오션(26%), 두산에너빌리티(22%) 등도 동반 상승세다. 강소현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원은 “대형주에 대한 재평가로 인해 전체 지수가 크게 올랐다”고 했다.

이날 1100선을 넘어선 코스닥도 에이비엘바이오(20%) 등 대형 바이오·기술주가 상승세를 주도하고 있다.

◇반도체, 주주 친화 정책, 글로벌 자금 흐름 등 3대 호재

여기에 정부가 배당 확대 등 주주 친화를 강조하는 정책을 펴는 데 따라 기업들도 배당을 늘리고 자사주를 소각하는 등 주주들에게 이익을 적극적으로 돌려주기 시작한 것도 호재다. 삼성전자는 올해 주주 가치 제고를 위해 3조원 규모의 자사주를 매입해 전량 소각하기로 결정했고, 현대차도 내년까지 4조원 규모의 자사주를 매입해 모두 소각하겠다는 계획을 세웠다. 업계 관계자는 “자사주 소각 같은 밸류업 정책이 주당 가치를 높이는 직접 효과가 있고, 이로 인해 우리 증시가 ‘저평가의 늪’을 벗어나 질적 성장을 이루는 계기가 된다고 투자자들이 보고 있다”고 했다.

또 외국인 투자자들이 미국을 벗어나 한국 등 신흥국 증시로 투자금을 옮기는 점도 긍정적인 영향을 주고 있다. 국제금융협회(IIF)에 따르면, 지난달 신흥국 시장에 유입된 투자 자금은 367억달러로 전달(54억달러 유출)보다 크게 늘었다. 뉴욕 멜론 은행은 “미 연준의 금리 인하 기조와 달러 약세 전망이 신흥국 자산의 상대적 가치를 높여 투자 자금 유입을 이끄는 호재가 될 수 있다”고 했다. 김대준 한국투자증권 연구위원은 “달러가 약세가 되면 외국인 투자자들이 우리 증시에 투자하는 흐름이 강화될 것”이라고 했다. 외국인 투자자 입장에선 주가 차익과 환차익을 동시에 거둘 수 있기 때문이다.

다만 단기 급등에 따른 과열은 경계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경민 대신증권 리서치부장은 “상승장이 대세이긴 하지만, 단기간에 지수가 급격히 오른 만큼 차익 실현 매물에 따른 숨 고르기 과정이 나타날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