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B 세커 바이낸스 아태지역 총괄이 본지와 인터뷰 하고 있다. /장경식 기자

국내 가상 화폐 거래소 고팍스가 출시한 가상 화폐 예치 서비스 ‘고파이’의 1300억원 규모 투자금 미상환 문제 해결에 속도가 붙을 전망이다. 고팍스를 인수한 세계 최대 가상 화폐 거래소 바이낸스가 고파이 피해자 배상을 위해 제3의 수탁 기관에 별도로 마련한 가상 화폐 지갑을 전격 공개하기로 했기 때문이다. 고파이 피해자 배상을 위한 바이낸스의 자금력이 공식 확인되는 것으로, 향후 배상금 지급까지 고팍스 주주 동의와 금융 당국과의 협의 등 절차만이 남게 된다.

29일 SB 세커 바이낸스 아시아·태평양 총괄은 본지와 만나 “조만간 고팍스 공지를 통해 고파이 미상환 자금을 보관하고 있는 제3의 가상 화폐 지갑을 공개할 예정”이라고 했다. 그간 바이낸스는 고파이 피해자들에게 배상금을 지급하겠다는 의사를 내비쳐왔는데, 이번에 배상을 위한 자금까지 공개하기로 한 것이다. 그는 “보안 차원에서 지갑 주소와 수탁 기관을 곧바로 공개하는 건 어렵지만, 충분한 자금이 별도로 마련돼 있다는 점은 투명하게 알리려 한다”고 했다.

고파이 투자금 미상환 문제는 지난 2022년 글로벌 가상 화폐 거래소 FTX가 파산하면서 불거졌다. 고파이는 가상 화폐를 예치하면 일정 비율의 이자를 지급하는 서비스다. 고팍스는 투자자들이 고파이를 통해 예치한 가상 화폐를 해외 운용사 제네시스 글로벌 캐피탈에 맡겼고, 제네시스 캐피탈은 FTX에서 이 자금을 운용했다. 그런데 FTX가 무너지면서 연쇄적으로 제네시스 캐피탈도 파산하게 됐고, 고파이 투자자들이 비트코인 1000여 개 등을 빼내지 못한 채 거래가 멈췄다. 비트코인 1000여 개를 현재 가치로 환산하면 1300억원 수준이다.

바이낸스는 지난 2023년 이 같은 고파이 미상환 자금을 그대로 끌어안는 조건으로 고팍스를 인수했다. 하지만 금융 당국이 바이낸스의 고팍스 임원 변경 신고 접수를 미루면서 고파이 문제 해결도 늦어졌다. 이후 작년 10월 금융 당국이 임원 변경 신고를 수리하면서 인수 절차가 본격화했고, 바이낸스가 고파이 피해자 배상을 위한 자금을 공개하기에 이른 것이다.

바이낸스 로고 일러스트./로이터 뉴스1

바이낸스는 고파이 투자금 상환 문제를 해결한 뒤 한국 시장에 본격 진출한다는 방침이다. 세커 총괄은 “한국 시장에서 단기 최우선 과제는 고팍스 사업 안정화”라며 “이후에는 원화 스테이블코인 유통이나 법인의 가상 화폐 투자 등 미래 사업 영역을 위해 적절한 인프라와 거버넌스 체계를 구축하는 데 집중할 계획”이라고 했다.

이날 그는 한국의 가상 화폐 시장 잠재력을 높게 평가하며 “개인들의 가상 화폐 시장 참여도가 여느 국가보다 높은 와중에, 강력한 규제도 마련돼 있다”며 “활발한 거래와 통제된 환경이 뒷받침되는 가운데 여러 서비스를 개발하고 검증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앞으로 고팍스를 글로벌 수준으로 끌어 올리고 금융 당국과도 소통하기 위해 한국을 더 자주 찾을 예정이다”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