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7일 코스피가 종가 기준으로 사상 5000선을 처음 넘어선 가운데, 국내 4대 금융 지주의 주가도 일제히 역대 최고가를 갈아치웠다. KB금융은 전일 대비 장중 5.46% 급등한 14만3600원을 기록했고, 시가총액도 54조원을 넘어섰다. 신한지주(8만6500원·4.37%)와 하나금융지주(10만5800원·3.75%), 우리금융지주(3만700원·3.38%)도 각각 장중 최고치를 찍었다.

당초 금융권에서는 금융사의 사회적 책임을 강조하는 이재명 정부가 출범하면서 어려움을 겪을 수도 있다는 예상도 있었다. 하지만 금융사들이 정부가 추진하는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에 따라 주주 환원에 나섰고, 최근 홍콩 H지수 ELS(주가연계증권) 배상을 놓고 법원의 판결이 예상보다 약한 점, 또 사상 최대 실적 기대감까지 더해지며 주가가 오르고 있다.

<YONHAP PHOTO-4944> 4대 금융, 다음 주부터 실적시즌…사상 최대 순익 전망 (서울=연합뉴스) 박동주 기자 = 지난해 국내 주요 금융지주들이 사상 최대 순이익을 거둔 것으로 추정된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4대 금융지주(KB·신한·하나·우리)의 지난해 연간 당기순이익은 총 18조4천40억원으로 예상된다. 사진은 23일 서울 시내에 설치된 은행 ATM기. 2026.1.23 pdj6635@yna.co.kr/2026-01-23 14:00:15/ <저작권자 ⓒ 1980-2026 ㈜연합뉴스. 무단 전재 재배포 금지, AI 학습 및 활용 금지>

◇외국인·기관 “금융주, 지금 안 사면 손해”

최근 금융주는 외국인과 기관 투자자의 매수세가 밀려들고 있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이날 KB금융은 외국인 투자자가 하루에만 1450억원, 기관도 850억원을 순매수해 2300억원 규모의 자금이 밀려 들어왔다. 외국인은 신한지주와 하나금융지주도 각각 800억원, 500억원 안팎의 규모로 사들였다.

이처럼 외국인과 기관이 금융주를 대거 사들이는 배경에 ‘주주 환원의 예측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한다. 과거 금융주는 돈은 잘 벌지만 배당은 ‘줄 때도 있고 안 줄 때도 있는’것 처럼 불확실했지만, 정부의 밸류업 정책 압박 등에 호응하면서 상황이 달라졌다. 자산운용업계 관계자는 “외국인 투자자들은 한국 금융주가 일본이나 미국에 비해 터무니없이 싸다는 것을 알고 있었지만, 주주 환원 정책의 불확실성 때문에 투자를 꺼렸다”며 “주주 환원 정책을 금융사들이 실천하는 모습을 보이자, ‘코리아 디스카운트’가 해소될 것이라는 확신을 갖고 자금을 투입하고 있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코스피가 종가 기준 사상 처음 5000선을 돌파한 27일 오후 서울 영등포구 KB국민은행 딜링룸에서 직원들이 축하 세리머니를 하고 있다. /뉴스1

◇홍콩 ELS 배상 책임 걷히고, 사상 최대 실적 예약도

여기에 그동안 주가의 발목을 잡았던 각종 악재가 사라진 점도 금융주에 호재로 작용하고 있다. 서울중앙지법은 최근 홍콩H지수 ELS 투자 손실을 본 개인 투자자가 판매 은행을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 청구 소송에서 ELS 가입자들의 자기 책임 원칙을 일부 인정하고 은행의 배상 책임을 제한하는 판결을 내놨다.

여기에 오는 30일부터 시작되는 4대 금융지주의 작년 결산 실적 발표도 금융주에 대한 기대감을 키우고 있다. 금융권에 따르면 4대 금융지주의 지난해 합산 순이익은 17조원을 훌쩍 넘길 것으로 전망된다. KB금융은 지난해 5조7000억원 순이익이 예상되며, 신한금융(5조2000억원)과 하나금융(4조1070억원), 우리금융(3조3900억원) 등도 나란히 최고 실적을 낼 것으로 전망된다. 김재우 삼성증권 연구원은 “법원 판결로 ELS 관련 불확실성이 걷히면서 배상 비용이 통제 가능한 수준임이 확인됐다”며 “악재는 소멸하고, 30일부터 발표될 사상 최대 실적이 기다리고 있어 외국인 수급은 당분간 지속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왼쪽부터 진옥동 신한금융지주 회장, 임종룡 우리금융지주 회장, 양종희 KB금융지주 회장./각 사 제공

이 때문에 증권가에서는 금융주가 ‘만년 저평가’의 늪을 건넜다는 평가를 내놓고 있다. 목표 주가를 잇달아 상향 조정하며, 장부가치 대비 주가 수준을 나타내는 PBR 1배 돌파가 가시권에 들어왔다고 진단하고 있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금리 인하기에도 비은행 포트폴리오를 갖춘 대형 지주사들의 이익 체력은 견고하다”며 “금융주는 구조적인 상승 국면에 진입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