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대통령이 28일 설탕이나 당류가 다량으로 함유된 식음료에 부과하는 ‘설탕세’ 도입을 제안한 가운데, 국민 건강과 세수 증대를 위해 필요하다는 입장과 식품 업계의 물가 상승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함께 나오고 있다.
이 대통령은 이날 X(엑스·옛 트위터)에 설탕세 관련 여론조사 결과를 소개한 기사를 공유하며 “담배처럼 설탕 부담금으로 설탕 사용을 억제하고, 그 부담금으로 지역·공공의료를 강화하는 데 재투자…. 여러분 의견은 어떠신가요”라고 썼다.
설탕세는 설탕이나 당류가 과도하게 들어간 식음료에 추가로 부과하는 세금이다. 주로 비만과 당뇨 등 질병 예방과 국민 건강 증진을 목적으로 시행되며 해외에서는 영국과 미국 등 120여 국가에서 도입된 상태다. 음식료에 포함된 설탕이나 당분 함량별로 과세하는 식인데, 대표적으로 영국은 음료 100ml당 설탕 함유량에 따라 리터당 0.18파운드~0.24파운드의 세금을 매기고 있다.
도입을 주장하는 이들은 설탕세를 통해 국민 건강을 증진시키고 각종 세원을 확보하자는 것이다. 실제 미국 일부 주에서 설탕세 도입 이후 청량음료 등의 가격이 33%가량 오르면서 소비가 줄었고, 저소득층 건강 형평성 개선에 효과가 있었다는 연구도 있다.
여론도 점차 설탕세 도입에 우호적으로 바뀌고 있는 상황이다. 서울대 건강문화사업단이 지난 12~19일 국민 1030명을 대상으로 시행한 설문조사 결과 80.1%가 설탕세 도입에 찬성한 것으로 집계됐다. 당류 ‘제로(0)’ 음료나 식품이 인기를 끄는 등 건강에 대한 민감도가 높아진 데 따른 것이다. 설탕세 재원 활용처 선호도를 묻는 항목에서는 학교 체육 활동 및 급식 질 향상(87%), 노인 건강 지원(85%), 필수 공공 의료 인력 및 시설 지원(82%), 저소득층 건강 지원(81%) 순의 응답이 나왔다.
국내에서의 설탕세 논의는 지난 2021년에 진행된 바 있다. 2021년 강병원 전 민주당 의원이 발의했던 국민건강증진법 개정안에는 제품에 함유된 설탕이 100ℓ당 1㎏ 이하인 경우 1000원, 최대 20㎏을 초과했을 경우 2만8000원의 세금을 부과하는 방안이 담겼지만, 식품업계 반대 등으로 폐기된 바 있다. 당시 국회 복지위 검토 보고서에서 보건복지부, 농림축산식품부는 설탕세 도입의 취지엔 공감하면서도 국민 공감대 등을 이유로 ‘신중히 검토’를 주문했다.
이 대통령이 설탕세 도입 여론을 띄웠지만 식품업계는 설탕세 도입에 난색을 표하고 있다. 새 정부 출범 이후 공정거래위원회의 가격 담합 조사 등 가공식품 물가를 낮추라는 압박이 계속되고 있는데, 설탕세 도입이 또 다른 원가 인상 요인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상대적으로 저렴한 가당 음료나 가공식품은 저소득층의 소비 비중이 높다는 점에서 결국 설탕세가 저소득층의 장바구니 물가 부담만 늘릴 것이라는 비판도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