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대통령이 지난 22일 청와대에서 열린 수석보좌관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뉴시스

이재명 대통령은 25일 소셜미디어 X(옛 트위터)에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 유예의 2026년 5월 9일 종료는 이미 정해진 것”이라며 “재연장 법을 기대했다면 오산”이라고 했다. 이날 이 대통령은 이를 포함, 부동산 관련 메시지를 4건이나 올렸다.

이 대통령은 21일 신년 기자회견에서 다주택자 양도소득세 혜택 종료, 보유세 인상 가능성을 처음 내비쳤다. 이어 23일에는 소셜미디어에 부동산 투기 문제를 거론하는 등 닷새 만에 “부동산 병폐를 바로잡겠다”는 메시지를 잇달아 내고 있다. 지난해 6월 취임 당시만 해도 “세금으로 집값 잡는 일은 하지 않겠다”고 했는데, 이런 기조가 바뀐 것 아니냐는 말이 나온다.

그런데 시장에선 단순히 부동산 세금 문제가 아니라 자금 흐름을 부동산에서 증시 등 생산적 부문으로 바꾸려는 이 정부의 기조를 선명하게 하려는 게 이 대통령의 메시지라는 평가가 나온다. 최근 코스피 5000 시대의 문이 열리자, 부동산에서 증시로 대대적인 ‘머니 무브’ 정책을 본격화할 것이라는 전망이다.

그래픽=김성규

정부 고위 관계자는 “문재인 정부 때는 유동성(돈)을 풀면서도 ‘부동산 투기꾼을 때려잡자’는 식으로 접근했다면 이 정부는 부동산 쏠림을 생산적 부문으로 돌리려는 것”이라며 “조만간 제대로 된 부동산 공급 대책도 나올 것”이라고 했다.

◇부동산에서 증시로 ‘머니 무브’ 유도

이날 이 대통령은 소셜미디어에 “대한민국은 예측 가능한 정상 사회로 복귀 중”이라며 “시장을 이기는 정부도 없지만, 정부를 이기는 시장도 없다”고 썼다. 이는 정부 정책으로 부동산 쏠림을 바꾸겠다는 이 대통령의 강력한 의지를 보여준다는 것이다.

정부는 지난해 8월 경제성장전략을 발표하며 “민간 자금이 기업 투자나 연구·개발보다는 부동산에 과도하게 치우쳐 있다”며 “주식시장 경쟁력을 높일 수 있는 정책을 적극 추진하겠다”고 했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2024년 기준 우리나라의 가계·기업의 부동산 대출 규모는 1933조원으로 전체 민간 대출의 절반가량(49.7%)을 차지하는데, 이런 쏠림을 해소하겠다는 것이었다.

정부는 이미 6·27 대책으로 서울·수도권의 주택담보대출을 6억원으로 제한하고, 10·15 대책으로 서울 전역과 경기 일부 지역을 규제 지역으로 묶는 등으로 부동산 규제를 강화했다. 이에 지난해 11월 서울 아파트 거래량이 전월의 절반 수준으로 급감(1만2677→6084건)하는 등 부동산 시장에는 찬물이 끼얹어졌다.

반면 주주 친화 정책을 강화하자 국내 증시로 자금이 빠르게 밀려들었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23일 증시 대기 자금인 투자자 예탁금은 95조7276억원으로 지난해 6월 초(60조1887억원)보다 60%나 급증했다. 같은 기간 코스피는 80% 넘게(2698.97→4990.07) 올랐다.

◇자랑만 할 수 없는 코스피 5000

하지만 ‘부동산을 잡고, 주식시장을 살리겠다’는 정책의 문제점도 나타나고 있다. 부동산은 과도한 규제로 실수요자가 집을 구하기 어려워지고 있고, 주식은 상승장에서 소외된 종목이 너무 많다는 것이다.

실제로 10·15 대책 이후, 갭투자(전세 낀 매입) 봉쇄 등의 영향으로 서울 아파트 전세 물량은 지난해 11월 12일 2만6467건에서 지난 5일 2만2366건으로 두 달 사이 15%가량 감소했다. 전세의 월세화 현상 등으로 지난해 12월 서울 아파트 월세 가격이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주식 시장도 상승장의 온기가 고르게 퍼지지 않아 코스피 5000을 자랑만 할 수 없는 상황이다. 이 대통령 취임 후 전체 시가총액에서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등 반도체 ‘투톱’이 차지하는 비율은 24%에서 38%까지 뛰면서 반도체 ‘쏠림’이 심해졌다.

하지만 이 대통령은 이사의 충실 의무를 ‘회사’에서 ‘주주’로 확대하는 등 소액 주주 목소리를 강화하는 상법 개정으로 주가가 오른 만큼 이런 정책을 계속하겠다는 뜻을 비쳤다. 이 대통령은 이날도 소셜미디어에 “정상화를 위한 상법 개정을 두고 기업과 나라가 망할 듯 호들갑 떨며 저항했지만, 막상 개정하고 나니 기업과 국가 사회 모두가 좋아지지 않았느냐”며 “잃어버린 30년을 향해 치닫는 부동산 불로소득 공화국을 탈출하는 데도 고통과 저항은 많겠지만 필요하고, 유용한 일이라면 피하지 말아야겠지요”라고 했다. 부동산 정책도 마찬가지라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