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대통령이 집값 안정을 위해 부동산 세제 개편 카드를 꺼내 들었다. 코스피 주가지수가 5000을 돌파하면서 주식 시장에서 축포가 터지고 있는 가운데 부동산 시장에서 아파트 가격이 다시 상승폭을 확대하고 있기 때문이다. 주식 투자와 고액 성과급으로 한몫 챙긴 사람들은 “이제 다시 부동산”이라며 빚을 내 고가 아파트를 사려고 움직이고 있다. 그대로 두면 서울 강남 3구 등 상급지 주택 가격의 신고가 행진이 날개를 달 가능성도 있다.
이 대통령이 ‘마지막 카드’라며 신중했던 세제 개편안을 들고 나왔지만 전문가들의 반응은 시큰둥하다. 한 전문가는 “이 대통령이 문제의 핵심을 잘 짚기는 했지만, 언급한 대책의 강도가 ‘영끌(영혼까지 담보로 대출받음) 강남행’을 막을 정도는 아니다”라고 평가했다. 왜 그럴까?
李대통령의 개편 구상
이 대통령은 지난 1월 23일 엑스(X·옛 트위터)에 글을 올려 오는 5월 9일로 시효가 끝나는 다주택자 양도소득세 중과세 면제 조치의 연장을 전혀 고려하지 않고 있다고 밝혔다. 이 대통령은 또 1세대 1주택자에게 주는 세금 감면 혜택인 장기보유특별공제(장특공) 제도와 관련해 “1주택도 1주택 나름이다. 부득이 세제를 손보게 된다면 비거주용과 거주용은 달리 취급해야 공정하지 않겠나”라고 말했다. 이어 “다주택은 물론, 비거주 1주택이라 할지라도 주거용이 아닌 투자·투기용이라면 장기보유했다고 세금감면을 해주는 것은 이상해 보인다. 장특공제 제도가 매물을 막고 투기를 권장하는 꼴”이라고 덧붙였다. 이에 앞서 김용범 청와대 정책실장은 한 언론사 인터뷰에서 주택 보유세 인상 가능성을 시사하는 발언을 했다.
이 대통령과 김 실장의 발언은 향후 집값 상승을 노리고 불필요한 주택을 억지로 붙들고 있는 다주택자나 1세대 1주택자의 세금 부담을 늘려 집을 팔도록 유도하는 정책이다. 시장에 매물이 늘면 주택 가격은 하향 안정화하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이 대통령의 발언 가운데 특히 장특공 발언에 주목하고 있다. 지난 10년간 서울 아파트 가격 상승을 주도한 ‘똘똘한 1채’ 현상은 정부가 주택 장기보유자에게 대대적인 세금 감면을 해 준 탓이라고 보는 까닭이다.
장기보유특별공제의 위력
정부는 주택이 생필품이라고 보고 1세대 1주택자에게 막대한 세금감면 혜택을 주고 있다. 대표적인 것이 양도소득세 감면이다. 먼저 주택을 팔 때 양도가액이 12억원 이하면 양도소득세를 한 푼도 내지 않는다. 또 12억원 초과 주택(고가주택)도 10년간 거주한 뒤 팔면 양도차익의 최대 80%를 공제(세금 부과 대상에서 빼 줌)하는 혜택을 주고 있다. 이 혜택에 따라 예를 들어 15억원짜리 주택을 사서 10년간 산 뒤 30억원에 팔아 15억원의 양도차익을 얻어도 세금을 거의 내지 않는다. 150억원짜리 주택을 사서 300억원에 팔아 150억원의 양도차익을 얻어도 마찬가지다. 일정 금액이 아니라 양도차익의 일정 비율로 혜택을 주기 때문에 더 비싼 아파트를 사서 더 많은 양도차익이 날수록 세금감면 액수가 커지는 구조이다. 장특공 덕택에 부자는 더 부자가 된다.
세금감면 덕택에 고가주택의 10년 장기투자수익률이 막대해지자 서울 강남 지역 등 상급지를 중심으로 ‘똘똘한 1채’ 갖기 열풍이 불었다. 중급지와 하급지도 그 뒤를 따라 집값이 올라갔다. 개인 투자자 입장에서는 하루라도 빨리 이 ‘영끌 강남행’ 열차에 올라타는 것이 유리하다. 정부의 세금 제도가 그렇게 설계되어 있기 때문이다. 장특공 제도의 세금감면 비율은 노무현 대통령 시절만 해도 최대 15년 보유 45%였다. 2008년 이명박 대통령은 자녀 교육 등을 위한 주거 이전을 쉽게 하기 위해 이 비율을 최대 10년 보유 80%로 높였다. 이후 문재인 대통령이 다주택자를 규제하기 시작하자 장특공을 노린 ‘똘똘한 1채’로 주택 수요가 몰리면서 장특공이 서울 아파트 가격 급등의 원인이 됐다.
李대통령의 한계①:장특공 대개편
이재명 대통령과 청와대 참모진의 언급을 분석해 보면 정부의 향후 주택 세제 방향은 ①1세대 1주택자 가운데 거주를 하지 않는 사람에게 장특공 혜택을 주지 않고 ②고가 아파트에 대한 보유세를 더 올린다는 것으로 풀이된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대부분의 고가주택 거주자들이 장특공 혜택을 받으려고 실거주하고 있다는 점에서 볼 때 비거주자에 대한 장특공 배제 조치는 효과가 제한적이라고 분석한다. 실거주자도 대상이 되도록 장특공 제도 자체를 손봐야 한다는 뜻이다.
전문가들이 지적하는 현행 장특공 제도의 가장 큰 문제점은 아파트를 사고 팔 때마다 양도차익의 일정 비율에 세금감면 혜택을 주기 때문에 고가 아파트로 계속 갈아타면서 큰 차익을 낼수록 더 많은 혜택을 본다는 것이다. 그래서 주택을 상가나 오피스텔처럼 매매차익을 노린 투자나 투기 상품이 아니라 개인의 주거용 생필품이라고 본다면, 세제 혜택 초점을 아파트가 아니라 개인에게 맞춰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말한다. 미국 등 선진국의 세제를 깊이 연구한 박훈 서울시립대 교수(전 한국세법학회장)는 “개인 1인당 평생 1회 2억원 정도의 세액 공제만 해주는 정액 제도로 바꾸면 장특공을 노리는 젊은 층의 영끌은 줄어들 것”이라고 예상했다. 예를 들어 부부가 공동 명의로 50%씩 아파트 지분을 소유하고 5년 이상 거주한 경우 1인당 2억원, 부부 합산 4억원의 세액 공제를 동시에 받으면 양도차익 약 9억원에 대해 세금을 한 푼도 내지 않아도 된다. 9억원은 부부가 자녀를 양육하는 20년(240개월)간 소득 중 매월 375만원을 주거 비용으로 인정해 세금을 면제한다는 의미여서 작지 않은 혜택이다. 다만 평생 1회이기 때문에 사람들은 서둘러 ‘영끌 강남행’ 열차에 탈 필요 없이 자녀 교육 등 꼭 필요한 경우를 골라 혜택을 이용하게 된다고 전문가들은 설명한다.
李대통령의 한계②:보유세 대폭 인상
전문가들은 양도세(장특공) 개편은 보유세(재산세와 종합부동산세) 인상 조치와 함께 하나의 정책조합으로 설계되어 동시에 시행되어야 매물 증가 효과가 크다고 본다. 양도세는 주택을 팔 때 한 번 부과하므로 양도세 제도를 개편하더라도 집 주인들이 주택을 안팔고 정권이 바뀔 때까지 버티면 아무런 효과가 없다. 또 양도차익이 발생했을 경우에만 그 일부를 세금으로 내기 때문에 집주인의 재산을 감소시키지 않는다. 돈이 급하지 않은 집주인은 매각을 서두를 필요가 없다. 반면 보유세는 주택 보유기간 내내 집주인이 매년 자신의 소득에서 납부해야 하기 때문에 재산이 줄어드는 효과를 낸다. 자금이 충분하지 못한 사람은 불필요한 주택을 정리해야 하는 압박을 받게 된다. 그래서 전문가들은 양도세 개편을 통해 미래의 기대 수익을 줄인 상태에서 보유세 인상을 통해 주거비용을 높이면 불필요한 주택이 시장에 나오면서 주택 가격이 하향 안정되는 정책효과가 발생한다고 본다. 주택 가격이 내리면 보유세 부담도 줄어들면서 조세저항도 수그러든다.
전문가들은 보유세가 주택 안정책으로 제 역할을 하려면 시가의 0.15%에 불과한 서울 아파트의 실질보유세율을 미국 등 선진국 수준인 1% 정도로 서서히 단계적으로 인상해야 한다고 본다. 그래야 50~200%에 달하는 막대한 양도차익 기대감에 브레이크를 거는 역할을 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 대통령과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이 보유세 인상안을 실행에 옮기기는 쉽지 않다. 집을 팔 때 한 번 내는 양도세와 달리 보유세는 매년 납부해야 하므로 시행 후 2~3년간 조세저항이 심한 까닭이다. 재산세 인상의 경우 시행시기도 문제이다. 오는 7월과 9월에 세금이 인상된 고지서를 보내려면 5월 전에 관련 법을 바꿔야 한다. 하지만 오는 6월 지자체 선거를 앞두고 이 대통령이 세금 부담이 늘어나는 법 개정을 추진할 가능성은 높지 않다. 내년에 인상을 하려고 해도 후년인 2028년에는 이 대통령과 더불어민주당의 정치적 운명이 걸린 총선이 기다리고 있다. 결국 이 대통령 임기 중에 수도권 표심에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는 큰 폭의 보유세 인상을 기대하기는 어려운 실정이다. 선거 표심에 밀려 ‘찔끔 대책’에 그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용두사미로 끝날 듯
전문가들은 이재명 대통령이 문제 제기한 장특공 개편과 보유세 인상이 한국 주택시장의 누적된 문제를 해결하는 근본 대책의 일부라고 평가한다. 이 대통령이 ①집주인이 세입자에게 세금을 떠넘기거나 내쫒는 현상을 막기 위해 세입자 보호대책을 확대하고 ②장특공을 정액제로 개편해 양도차익 기대치를 줄이며 ③임기 내 4년에 걸쳐 보유세를 서서히 단계적으로 인상해 불필요한 주택 수요를 제거하는 조치들을 동시에 시행하면 시너지 효과를 가져 올 것으로 본다. 서울 강남과 강북 아파트의 10년 투자수익률이 역전되는 현상도 가능하다며 계산 수치를 제시한다. 강남·북 아파트 보유자가 모두 가격 상승에 따른 이익을 얻지만 투자금액 대비 세후 수익률이 강북 아파트가 더 높게 나온다는 뜻이다. 한 경제전문가는 “서울 강남 지역의 주택에 대한 투자수익률 기대치가 낮아지면 무리하게 빚을 내 서둘러 사려는 현상도 줄어들 것”이라고 예상했다.
문제는 이러한 정책 구상을 실현하는 정책 당국자의 결단과 추진력이다. 이 대통령은 현재의 부동산 시장을 “(일본의) ‘잃어버린 30년’을 향해 치닫는 ‘부동산 불로소득 공화국’”이라고 규정했다. 그리고 “비정상으로 인한 불공정한 혜택은 힘들더라도 반드시 없애야 한다. 비정상적인 버티기가 이익이 돼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말만 놓고 보면 주택시장 안정에 대한 의지가 매우 강력하다. 하지만 그가 표심과 정치적 기득권을 잃을 가능성이 높은 이 과제를 완성할 수 있을까? 노무현 대통령이 “한·미 FTA(자유무역협정)는 정치 문제가 아니라 먹고사는 문제”라며 지지층 반발을 무릅쓰고 추진해 성사시켰던 그 기백을 이 대통령이 갖고 있을까?
정치 전문가들은 법 전문가인 이 대통령이 법을 악용해 정권을 잡았기 때문에 국민 지지 기반이 약하다고 말한다. 경제 전문가들은 그가 재테크 노하우에는 밝으나 국정 운영을 위한 거시경제 식견은 높지 않다고 평가한다. 정부가 계속 빚을 내 돈을 풀어대면서 집값은 잡겠다고 하는 모순을 사례로 든다. 그래서 이 대통령이 시장을 향해 강력한 세제 개편 구두탄을 쏘았지만 정책 실행은 세율을 소폭 조정하는 선에서 용두사미로 끝날 것으로 예상한다. 주식 시장에서 한몫 잡은 투자자들의 ‘영끌 강남행’이 이어질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