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들어 전 세계 주요 통화의 달러 대비 환율이 평균 9% 오르는 동안 달러 대비 원화 환율은 25% 올랐다. 전 세계적인 달러 강세와 함께 미국 주식을 중심으로 해외 주식 투자가 급증한 결과다. 환율 상승세가 장기화하면서 환율이 더 오를 것이라는 기대 심리가 원화 가치를 떨어뜨리는 악순환이 되풀이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12일 서울 중구 우리은행 본점 딜링룸 전광판에 달러 대비 원화 환율이 표시돼 있다. /뉴스1

대외경제정책연구원은 12일 ‘최근 환율 추세에 대한 분석과 시사점’ 보고서에서 이 같은 분석 결과를 발표하며 “급격한 변동과 쏠림을 완화하기 위한 조치가 필요하다”고 했다. 연구원 분석 결과, 작년 12월 월평균 달러 대비 원화 환율은 2020년 1월 대비 25.7% 상승(원화 가치 하락)했다. 일본 엔·유로 등 주요 21개 통화의 달러 환율이 9.1% 오르는 동안 2.8배 빠른 속도로 달러 대비 원화 환율이 치솟았다. 원화의 지난 6년간 달러 환율 상승률은 엔(42.7%), 브라질 헤알(31.5%), 인도 루피(26.3%)에 이어 21개 통화 가운데 넷째로 높다. 엔화 환율이 40% 넘게 급등한 이유는 미국·일본 간 금리 차가 확대된 가운데 무역 적자가 지속되고 있기 때문이다.

반면 스위스 프랑은 환율이 17.9% 떨어져 21국 중 가장 큰 폭으로 통화 가치가 상승했다. 이어 유로(-5.2%), 싱가포르 달러(-4.5%) 등의 순이었다.

그래픽=조선디자인랩 한유진

연구원은 최근 달러 대비 원화 환율 추이를 “이례적인 움직임”이라고 평가하며 “대외 불확실성 확대에 따른 달러 강세에 더해, 해외 투자 증가 및 환율 상승 기대 심리 강화 등이 복합적으로 나타난 결과”라고 했다. 연구원은 이 가운데 국내 거주자의 해외 주식 투자를 최근 환율 급등의 핵심 요인으로 지목했다. 분석 결과 2021년부터 2024년까지 국내총생산(GDP) 대비 해외 증권 투자 비율이 1%포인트 증가하는 동안 달러 대비 원화 환율이 0.2%쯤 올랐다며 “전반적으로 거주자의 해외 증권 투자가 증가할수록 환율 상승률이 통계적으로 유의하게 확대되는 것을 확인했다”고 했다.

최근 환율 상승은 달러 강세, 해외 증권 투자보다 추가적인 환율 상승을 점치는 기대 심리 영향이 더 크다고 연구원은 분석했다. 전 세계적인 달러 강세 영향이 컸던 글로벌 금융 위기 당시와 달리 작년 10월부터는 달러 대비 원화 환율 흐름과 전 세계 달러 환율 흐름 간 괴리가 이례적인 수준으로 크다고 했다.

연구원은 “우리나라 대외 자산 구조와 대외 여건을 감안할 때 당분간 환율 변동성이 확대될 가능성이 있다”며 “고령화 등 인구 구조를 감안하면 가계·연기금의 해외 자산 선호가 지속될 가능성이 높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