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7월 24일 워싱턴 연방준비제도(Fed)를 방문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제롬 파월 연준의장에게 연준 건물 수리비용이 과다하다며 관련 문서를 들이밀고 있다./AP 연합뉴스

미국 중앙은행 수장인 제롬 파월 연방준비제도(연준) 의장에 대해 미 연방검찰이 수사에 착수했다. 연준 건물 리모델링과 관련해 의회에서 허위 증언을 했다는 이유다. 이에 파월 의장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금리 인하 요구를 거부한 데 대한 정치적 압박이라며, 중앙은행의 독립성을 끝까지 지키겠다고 반발하고 나섰다.

12일 뉴욕타임스(NYT) 등에 따르면 파월 의장은 이날 이례적으로 직접 영상을 공개하며 “법무부가 지난해 6월 상원 은행위원회 증언과 관련해 대배심 소환장을 발부하고 형사 기소를 위협했다”고 말했다. 파월 의장을 둘러싼 논란은 약 25억달러(3조6700억원) 규모의 미 워싱턴 DC의 연준 본부 건물에 대한 리모델링에서 불거졌다. 리모델링에 지나치게 많은 비용이 들었고, VIP 전용 엘리베이터와 프리미엄 대리석 등 호화 시설이 포함됐다는 것이다. 이에 파월 의장은 지난해 상원에서 “석면 제거 등 안전 이슈 때문에 리모델링을 진행했다”는 취지로 답했다. 그런데 파월 의장의 당시 발언 가운데 일부가 공식 문서와 배치된다며 허위 증언을 한 것이라는 주장이 제기됐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 의장 제롬 파월이 11일 공개된 영상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가 연방 본부 리모델링과 관련해 자신에게 형사 기소하겠다며 위협하고 있다고 입장을 밝히고 있다./로이터 연합뉴스

파월 의장은 이날 영상을 통해 “(검찰의) 형사 고발 위협은 연준이 대통령의 뜻을 따르는 대신 공익을 위한 최선의 평가에 기반해 금리를 설정한 결과”라며 트럼프 대통령이 줄기차게 요구해 온 금리 인하를 자신이 거부한 데 따른 불만이 이번 수사의 배경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공직은 때때로 위협에 맞서 확고히 서는 것을 요구한다. 미국 국민에게 봉사하겠다는 헌신으로 계속 수행할 것”이라며 임기를 마칠 때까지 물러나지 않겠다는 의사를 분명히 했다. 파월 의장의 임기는 오는 5월 15일까지다.

미 언론들은 이번 사태의 배경에는 트럼프 대통령이 있으며 중앙은행의 자율성이 근본적으로 흔들리고 있다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NYT는 “이번 조사는 트럼프 대통령의 측근인 제닌 피로 워싱턴 DC 연방검사장이 주도하고 있다”며 “금리 정책을 둘러싼 백악관과 연준 간의 전면전으로 비화하고 있다”고 밝혔다. 블룸버그 통신은 “글로벌 투자자들 사이에서 미국 금융 시스템에 대한 신뢰 위기를 초래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 소식이 전해지자 미국 주가 지수 선물과 달러화 가치가 순간 급락하는 모습을 보였다.

리모델링 중인 미 연방준비제도(FED) 건물./EPA 연합뉴스
미국 워싱턴DC에 위치한 연방준비제도(연준·Fed) 건물. /로이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