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인 김모(45)씨는 이달 초 비트코인이 9만4000달러(약 1억3700만원)를 넘어섰다는 뉴스를 접했지만, 코인 거래소 앱을 켜지 않았다. 불과 1년 전만 해도 코인 가격이 오르면 밤잠을 설치며 ‘단타’ 거래에 빠졌던 것과는 180도 달라진 것이다. 김씨는 “주변에 코인으로 돈 벌었다는 사람보다 국장(국내 증시)이나 미장(미국 증시)으로 갈아타서 수익 냈다는 사람이 훨씬 많다”며 “이제 실체가 불분명한 코인보다는 실적이 찍히는 주식이 매력적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지난해 이맘때만 해도 불장(강세장)을 기록했던 코인 시장에 혹한기가 찾아왔다. 비트코인 가격이 올랐다는 소식이 전해져도, 거래액은 1년 전과 비교해 7분의 1 수준으로 급감했다. 가격이 오르면 거래액이 폭발하며 시장이 달아오르던 과거의 공식이 완전히 깨지면서, ‘크립토 윈터(Crypto winter)’ 시기가 도래한 것이다.

참고용 이미지. 재판매 및 DB 금지/ 유토이미지/비트코인

◇쪼그라든 코인 거래액

가상 자산 정보 사이트 코인마켓캡에 따르면, 업비트·빗썸·코인원·코빗·고팍스 등 국내 5대 가상 자산 거래소에서 거래되는 코인은 지난달 하루 평균 약 18억달러어치였다. 이는 1년 전인 2024년 12월의 일평균 거래액(121억달러)의 15% 수준, 약 7분의 1에 불과하다. 이달 1~6일에도 국내 일평균 코인 거래액(19억달러)은 작년 1월 수치(81억달러)의 4분의 1 수준에 그치고 있다.

지난해 1월에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취임하며 세계 가상 화폐 시장이 지나치게 달아오른 면도 있다. 트럼프 대통령이 2024년 11월 당선되자 비트코인 가격은 6만달러대에서 불과 한 달 만에 10만달러를 뚫어냈다. 이에 국내 투자자들이 대거 코인으로 몰려갔고, 거래액도 2024년 11월 일평균 104억달러, 12월 121억달러를 기록했다. 이후 시장이 누그러지면서 코인 거래액은 점차 감소했다. 작년 11월부터 일평균 33억달러로 쪼그라들더니, 12월에는 18억달러까지 하락했다.

트럼프 그룹이 지난 17일(현지시각)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이름을 딴 밈 코인 '오피셜 트럼프'를 발행했다. /트럼프 대통령 X

◇깨져버린 가격·거래액 동조화

코인 업계에서는 코인 시장이 ‘빙하기’에 접어들었다는 얘기가 나온다. 특히 비트코인 가격과 거래액의 ‘디커플링(탈동조화)’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코인 시장은 대체로 비트코인 가격이 오르면 신규 자금이 몰려들어 전체 시장 거래가 활성화되는 구조다. 그런데 작년 하반기부터 이 공식이 무너지고 있다는 것이다. 지난해 10월 초 비트코인 가격이 12만달러 선을 기록했을 무렵 하루 거래액은 30억~40억달러 수준에 그쳤다. 한 코인 거래소 고위 관계자는 “비트코인 가격이 상승기에 접어들면 거래액이 평소보다는 최소 2~3배 뛰어올라야 정상인데, 작년 하반기부터는 가격이 올라도 거래액은 오히려 줄어드는 기현상도 나타나고 있다”며 “사려는 사람도, 팔려는 사람도 많지 않은 ‘거래 절벽’ 상태”라고 말했다.

<YONHAP PHOTO-5768> 비트코인 사상 최고치에서 25% 하락 (서울=연합뉴스) 이재희 기자 = 17일 서울 강남구 빗썸 라운지 전광판에 비트코인 시세가 표시돼 있다. 이날 오후 12시 50분 현재 비트코인은 미국 가상화폐 거래소 코인베이스에서 개당 9만5천277달러, 국내 거래소 빗썸에서는 1억4천2백만 원 선에서 거래되고 있다. 2025.11.17 scape@yna.co.kr/2025-11-17 13:24:42/ <저작권자 ⓒ 1980-2025 ㈜연합뉴스. 무단 전재 재배포 금지, AI 학습 및 활용 금지>

◇코인 고객들, 주식 시장으로

전문가들은 가상 자산 시장이 얼어붙은 핵심 원인으로 달아오른 국내 증시와 코인 투자자들의 피로도를 꼽는다. 이재명 정부 출범 후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를 중심으로 주가가 급등하자 코인 시장에서 투자자들이 자금을 빼고 있다는 것이다. 한 코인 거래소 관계자는 “현재 시장은 신규 유입 없이 기존 투자자들만 남아 있는 ‘고인 물’과 같은 상태”라며 “주식 시장이 계속 호황이면 ‘빙하기’는 꽤 오래 지속될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했다. 황석진 동국대 국제정보보호대학원 교수는 “원래 연말·연초면 코인보다 안정적인 배당과 성장이 보장되는 주식 시장으로 투자자들이 눈을 돌리는 경향이 있다”며 “정부가 준비 중인 법인의 코인 투자와 일정 수준의 레버리지 투자 허용 등의 대책이 나오면 다시 시장이 살아날 것”이라고 내다봤다.

[서울=뉴시스] 조성봉 기자 = 이언주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5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스테이블코인 시대 리더십 확보를 위한 정책세미나에서 발언을 하고 있다. 2025.12.05. suncho21@newsi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