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모(62)씨는 5억원가량의 금융 자산을 굴려, 매년 2500만원 정도의 배당 수익을 올리고 있다. 그런데 박씨는 매년 연말이 되면 고민이 깊어진다. 배당 소득이 연 2000만원을 넘으면 금융소득 종합 과세 대상이 되기 때문이다. 이렇게 되면 국민연금과 임대 소득 등 다른 소득과 합산돼 높은 누진세율이 적용된다. 소득 구간에 따라서는 배당에 대해 30%를 웃도는 세율이 적용돼 체감하는 세 부담이 급격히 커진다.

하지만 올해부터 박씨와 같은 배당 투자자들에게는 새로운 선택지가 생긴다. 일정 요건을 갖춘 고배당 상장기업의 배당 소득에 대해 종합 과세 대신 분리 과세를 선택할 수 있는 제도가 도입되면서 동일한 배당이라도 과세 방식에 따라 세후 수익이 크게 달라질 수 있기 때문이다.

종합 과세는 배당 소득이 늘어날수록 과세표준과 함께 세율이 함께 상승하는 구조다. 반면 고배당기업 분리과세는 배당금이 늘어나더라도 다른 종합소득금액과 합산하지 않기 때문에 최종 적용되는 종합소득세율에는 영향을 주지 않는다.

이 때문에 배당소득이 일정 수준을 넘는 경우에는, 같은 배당이라도 과세 방식 선택에 따라 세부담 차이가 수천만 원 단위로 벌어질 수 있다.

그래픽=이철원

◇배당소득 분리과세 가능해져

올해 1월 1일 이후 지급되는 배당소득부터는 새로운 과세 체계인 ‘고배당기업 배당소득 분리과세’ 제도가 도입된다. 일정 요건을 충족한 고배당 상장기업의 배당소득에 대해서는 종합소득에 합산하지 않고, 배당소득 규모에 따라 구간별 분리과세율을 적용하는 방식이다.

국내 상장사의 낮은 배당성향 탓에 굳어진 ‘코리아 디스카운트’를 완화하고, 기업이 축적한 이익을 배당으로 환원하도록 유도함으로써 주주가치를 높이려는 취지다. 동시에 배당소득 투자자의 세부담을 완화해 자본시장으로의 자금 유입을 촉진하려는 정책적 목적도 있다.

기존 금융소득 과세 체계에서는 금융소득이 2000만원을 넘기면, 다른 소득(근로, 사업, 연금 등)과 합산해 종합소득으로 보고 최고 45% 누진세율을 적용한다. 결과적으로 같은 배당소득이라도 개인의 종합소득 규모에 따라 실제 세 부담이 크게 달라지는 점이 문제로 지적됐다.

올해부터는 일정 요건을 충족한 고배당 상장 기업에 대해 새로운 분리 과세 체계가 적용된다. 배당소득은 다른 소득과 분리해 과세되며, 배당금 규모에 따라 3단계 누진세율을 적용받게 된다.

다만 이 제도는 2028년 12월 31일까지 3년간 한시적으로 적용된다. 따라서 투자자들은 이 기간을 고려한 중기 포트폴리오 전략을 세워야 한다.

◇세후 수익률 높이는 효과

고배당 분리 과세를 선택하면 배당소득과 다른 종합소득은 서로 다른 방식으로 과세된다. 배당소득은 금액 구간에 따라 14%·20%·25%의 분리 과세율이 적용되고, 근로·사업소득 등 다른 종합소득에는 기존 종합소득세 누진세율이 그대로 적용된다.

예를 들어 근로소득 등 다른 종합소득이 1억원이고, 배당소득이 1억원이라고 가정하자. 이때 종합 과세를 선택하면, 금융 소득이 2000만원을 넘기 때문에 배당소득 금액 전액을 근로소득 금액과 합산해 최종 적용되는 종합소득세율은 38%가 된다.

그런데 고배당 분리 과세를 선택하면 배당소득 1억원에 대해서는 2000만원까지 14%를, 2000만원을 초과하는 8000만원에 대해서는 20% 분리 과세율이 적용된다. 다른 종합소득 금액(1억원)과 합산하지 않는다. 결론적으로 종합 과세를 선택했을 때와 비교하면 약 1900만원 절세 효과가 있다.

즉, 종합 과세는 배당소득이 늘어날수록 과세표준과 함께 세율이 함께 상승하는 구조인 반면, 고배당 분리 과세는 배당금이 늘어나더라도 다른 종합소득 금액과 합산하지 않으므로 최종 적용되는 종합소득세율에는 영향을 주지 않는다.

이 때문에 배당소득이 일정 수준을 넘는 경우에는, 같은 배당이라도 과세 방식 선택에 따라 세 부담이 수천만 원 단위로 벌어질 수 있다.

◇종합소득 규모가 중요

고배당 분리과세가 유리한지 불리한지는 배당소득 자체보다 다른 종합소득 규모에 따라 결정된다. 핵심은 배당소득을 종합소득에 합쳤을 때 적용되는 한계세율(추가 소득이 발생하거나 줄었을 때 그 소득에 적용되는 세율)이, 고배당 분리과세 세율보다 높은지 여부다.

과세표준이 약 1400만~5000만원 구간에 속하는 투자자의 경우 종합소득세율이 6~15% 수준으로 적용된다. 이 구간에서 배당금이 2000만원 이하라면 고배당 분리과세율 14%와 큰 차이가 없기 때문에 오히려 종합과세를 선택하는 편이 유리할 수 있다.

하지만 과세표준이 5000만원을 넘어서면 상황이 달라진다. 이 과세표준 구간부터 종합소득세율이 24%로 상승하고, 이 시점부터는 배당에 20% 세율을 적용하는 고배당 분리과세가 유리해지기 시작한다.

특히 과세표준이 8800만원을 넘어서면 판단은 한층 분명해진다. 이 구간부터는 종합소득세율이 35% 이상으로 높아지면서 분리과세와의 세부담 격차는 더욱 커진다. 결국 이 구간의 고소득자는 배당을 종합소득에 묶어두는 순간 세율 차이만으로도 수천만 원 단위의 추가 세금을 감수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