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송파구 쿠팡 본사 건물 앞에 걸린 쿠팡 규탄 현수막. /뉴시스

쿠팡이 입점 업체를 대상으로 판매하는 고금리 대출 상품에 대해 금융감독원이 검사에 착수하기로 했다. 대출 방식은 입점 업체 매출을 대출 상환 자금으로 묶어두는 ‘담보 대출’인데, 이자율은 담보 없이 신용만 따지는 ‘신용 대출’처럼 높게 설정해 폭리를 취하고 있다는 것이다. 금감원은 입점 업체가 대출을 받도록 쿠팡이 유도했는지 등도 강도 높게 살펴본다는 방침이다.

6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감원이 지목한 검사 대상은 쿠팡 계열사 쿠팡파이낸셜의 ‘판매자 성장 대출’이다. 쿠팡 입점 업체의 판매 실적을 바탕으로, 최대 5000만원의 사업 자금을 연 8.9~18.9% 금리로 빌려 준다.

이 대출을 받은 입점 업체는 쿠팡에서 정산받는 매출의 5~15%만큼을 원리금 상환에 써야 한다. 또 대출을 받고 3개월 안에 대출 원금의 10% 이상을 갚아야 하고, 대출이 연체되면 쿠팡이 입점 업체의 향후 매출을 자동으로 빚 갚는 데 쓰게 된다. 쿠팡파이낸셜은 이를 두고 금융 당국에 ‘장래 매출을 담보로 잡는 대출 상품’이라고 설명한 것으로 파악됐다. 이인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에 따르면, 작년 말 기준 쿠팡 입점 업체 대표 1400여 명이 쿠팡 판매자 성장 대출을 이용했고, 잔액은 118억원가량으로 파악됐다.

비슷한 담보 대출 상품으로는 매출 정산이 이뤄지기 전에 은행에서 미리 돈을 빌려다 쓰고, 나중에 정산을 받으면 이자까지 쳐서 갚는 ‘선정산 대출’이 있다. 그런데 선정산 대출 금리는 통상 연 4% 수준이다. 예컨대 선정산 대출 상품인 KB국민은행의 ‘KB셀러론’은 금리가 연 4.85%로 설정돼 있고, 여기서 우대를 받거나 금리가 더 붙는다.

쿠팡의 판매자 성장 대출 상품 금리는 저축은행이나 대부업체에서 담보를 잡지 않고 내주는 신용 대출의 연 10% 안팎 금리와 비슷하거나 높은 수준이다. 쿠팡은 기존 금융 기관에서 대출을 못 받는 저신용 입점 업체들을 위한 특별 대출 상품이라고 홍보하지만, 실상은 입점 업체들의 매출을 담보로 잡고도 막대한 이자를 거두는 셈이다. 지난 5일 이찬진 금감원장이 이를 두고 “자의적으로 이자율을 정해 폭리를 취하는 상도덕적으로 갑질”이라고 질타하기도 했다.

일각에서는 쿠팡이 대출 상품 판매를 위해 입점 업체들을 압박했다는 의혹도 제기된다. 김현정 민주당 의원은 지난달 30일 국회 청문회에서 쿠팡이 입점 업체에 납품 수량을 늘려주는 조건으로 쿠팡 판매자 성장 대출을 이용하도록 하고 있다고 했다.

쿠팡파이낸셜 측은 “대출을 내줄 때 신용등급이나 연체 여부를 따지지 않고, 연체 시 금리가 더 붙거나 중도상환수수료를 매기지도 않는다는 점에서 입점 업체에 유리하다”며 ”신용 6~10등급의 다중채무자들이 대부분 판매자 성장 대출을 이용하고 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