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대통령이 최근 국무회의에서 “국민연금의 운용 자산을 배분할 때 지역에 있는 운용사에 우선권을 주는 인센티브를 고려하라”고 지시한 뒤 보건복지부가 검토에 착수한 것으로 2일 전해졌다.

현재 국민연금 기금(1473조원)의 절반은 민간 자산운용사가 위탁을 받아 운용하고 있다. 자산운용사 입장에서는 대규모 운용 자산의 수십 bp(1bp=0.01%) 수준의 수수료를 받을 수 있어 짭짤한 수입원이 된다. 대신 운용 실적이 좋아야 위탁 운용사 자리를 유지할 수 있다.

국민연금 정책을 총괄하는 보건복지부는 인센티브를 줄 지역을 어떻게 설정할지, 본점·지점·사무소 등 기준에 차등을 둘지, 위탁 운용사 선정 시 우선권을 어떤 방법으로 부여해야 할지 등을 검토할 방침이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만약 운용 실적이 아닌 소재지 같은 다른 요인이 먼저 고려된다면 국민연금 수익성이 훼손될 수 있다”고 지적한다.

지난해 12월 31일 서울 서대문구 국민연금공단 서울북부지역본부 국민연금 종합상담실을 찾은 시민들이 상담을 받기 위해 대기하고 있다. /뉴스1

◇ 서울 아닌 지방에 본사 둔 자산운용사 극소수

국민연금 기금은 지난해 10월 말 기준 50.4%가 민간 자산운용사에 위탁해 운용되고 있다. 현재 국내외 자산운용사 약 369곳 정도가 참여하는 것으로 파악된다. 한 운용사당 대략 2조원씩의 기금을 책임지고 있는 셈이다. 국민연금 기금의 나머지 절반은 기금운용본부 소속 운용역들이 굴린다.

이재명 대통령의 ‘지역 자산운용사에 국민연금 기금 위탁 운용 우선 배정’ 제안은 공공기관의 비수도권 이전 정책이 제대로 효과를 보지 못하고 있다는 맥락에서 나왔다. 국민연금공단은 2015년 전북 전주로 옮겼다. 그런데 수도권이 아니라는 이유로 지원을 꺼리는 경우가 많아 운용역 채용에 어려움을 겪는 문제가 생겼다. 이 대통령은 “주말이 되면 직원들이 다 서울로 가고, 관련 회사나 기업도 전주로 들어온 곳이 없는 것 같다”며 “지역 경제에 무슨 도움이 되느냐”라고 했다.

이 대통령 제안처럼 하려고 할 때 문제는 우리나라 자산운용사 대부분이 서울에 있다는 점이다. BNK·DGB·JB 등 지방 금융 그룹에서도 자산운용사를 운영하고 있지만, 이들도 본사는 서울 여의도에 두고 있다.

지방에 본점을 둔 운용사는 ▲경기 성남 2곳 ▲안양 1곳 ▲하남 2곳 ▲전북 전주 1곳 ▲경북 대구 1곳 ▲부산 3곳 등에 그친다. 게다가 이들은 운용 자산 규모나 실적 면에서 아직 국민연금 같은 대형 기관 위탁을 맡기엔 작은 편이다.

다만 국민연금공단이 있는 전주에 사무소를 둔 국내외 위탁 운용사는 일부 있다. SSBT, BNY 멜론, 프랭클린 템플턴, 블랙스톤, 하인즈, 티시먼 스파이어, 핌코, 스텝스톤, PGIM, 코람코자산운용 등 10곳이다.

전북 전주시 국민연금공단 기금운용본부. /국민연금공단 제공

◇ “수익 잘 낼 곳 뽑아야… 지역 균형 발전 도구 활용 부적절”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는 위탁 운용사를 선정할 때 ①경영 안전성 ②운용 실적 ③운용 전략 및 프로세스 ④운용 조직 및 인력 ⑤위험 관리 체계 등을 고려해야 한다. 특히 벤치마크(시장 평균 수익률) 대비 초과 수익을 얼마나 냈는지, 성과가 일관성 있게 유지됐는지 등을 집중적으로 살피게 돼 있다.

그런데 지역 소재 여부가 먼저 고려되면, 이런 기준을 충족하지 못하는 운용사도 선정될 수 있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윤석명 한국보건사회연구원 명예연구위원은 “전 세계에서 가장 뛰어난 기금 운용사를 선택해야지, 단지 특정 지역에 있다고 거기 배분한다는 건 알맞지 않다”며 “기금운용본부도 전주로 이전한 뒤 운용 인력난을 겪었는데, 문제를 더 악화시킬 수 있다”고 했다.

법인 주소만 옮긴 사실상 ‘무늬만 본점’이 난무할 수 있을 것이란 우려도 나온다. 이렇게 되면 당초 목표로 한 지역 경제 활성화도 달성하기 어렵다. 업계 관계자는 “현재 전주에 사무소가 있는 국내외 자산운용사도 사무실만 차려 놓고 상주 직원은 거의 없는 경우가 많다”고 했다.

연금 전문가들은 국민연금의 독립성이 흔들릴 수 있다는 점도 우려한다. 익명을 요구한 한 전문가는 “지역에 있는 자산운용사에 국민연금 기금 운용을 위탁하도록 강제된다면 결과적으로 연금 운용을 간섭받게 된다”며 “국민의 노후 자산을 투명하고 독립적으로 운용해야 수익성도 제대로 보장될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