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연평균 환율이 1422원을 기록했다. 한국은행이 환율 집계를 시작한 1990년 이후 최고 수준이다. 외환위기 시절인 1998년(1395원)보다 27원이 높다. 만약 정부가 연말에 적극 개입하지 않았다면 환율이 더 올라갔을 가능성이 크다. 내년 초에 환율이 다시 올라갈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그래픽=정서희

◇ 비상계엄 여파로 1월부터 평균 1455원… 12월에는 평균 1467원

올해 마지막 외환 거래일인 30일 원·달러 환율은 1439원에 마감했다. 작년 마지막 거래일 종가(1472.5원) 대비 33.5원 상승한 것이다. 연말 종가 기준으로 1997년(1695원), 작년(1472.5원)에 이어 역대 3위다.

환율은 12·3 비상계엄 이후 상승세를 보였다. 월평균 환율은 작년 11월 1394.3원이었던 게 12월 1436.8원으로 급등했다.

올해 초 월평균 환율은 꾸준히 올라갔다. 탄핵 정국을 거치며 1월 1455.5원, 2월 1445.6원, 3월 1457.9원을 각각 기록했다. 이후 윤석열 전 대통령이 탄핵으로 파면당한 4월에는 1441.9원으로 내려갔다. 5월(1390.7원), 6월(1365.2원)에도 잇따라 떨어졌다.

하지만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수입품에 상호관세 부과 방침을 밝히면서 월평균 환율은 다시 반등했다. 한국산 제품에 관세 부과가 예고됐던 7월 환율은 1376.9원으로 올랐다. 이어 한국이 미국에 3500억달러를 투자하기로 합의한 8월에는 1389.9원으로 더 올랐다.

월평균 환율 오름세는 계속됐다. 9월(1392.4원)과 10월(1424.8원) 연속 상승 끝에 11월에는 1460.4원까지 뛰었다. 월평균 환율이 1460원을 넘긴 것은 1998년 3월(1488.9원) 이후 처음이었다. 이어 12월에도 월평균 환율은 1467.1원으로 더 올라갔다.

그래픽=정서희

◇ 정부 적극개입 직전에 1483원까지 치솟아… “내년 초 환율 다시 오를 수 있어”

올해 환율이 주간거래 종가 기준으로 가장 높았던 날은 4월 9일(1484.1원)이었다. 이날은 장중 한때 환율이 1487.6원까지 치솟기도 했다.

비슷한 수준으로 환율이 뛴 것은 12월 23일(1483.6원)이었다. 정부가 수 차례 구두 개입을 했지만 환율이 진정되지 않은 것이다. 앞서 기획재정부와 한국은행은 지난 10월 13일 “시장의 쏠림 가능성 등에 경계감을 가지고 면밀히 모니터링하고 있다”고 밝혔다. 구윤철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도 11월 14일 “외환시장에서 불확실성이 확대되고 있는 상황에 대해 우려한다”고 했었다.

결국 12월 24일 정부가 적극적으로 나섰다. 이날 기획재정부와 한국은행은 외환시장 개장에 맞춰 “지난 1~2주에 걸쳐 일련의 회의를 개최하고 각 부처 및 기관별로 담당 조치를 발표한 것은 정부의 강력한 의지와 종합적인 정책 실행 능력을 보여주기 위해 상황을 정비한 과정이었음을 곧 확인하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기재부는 외환시장 수급 개선을 위한 ‘3종 세제 지원책’을 발표했다. 해외 주식에 투자하던 개인 투자자가 국내 주식으로 자금을 되돌릴 경우 세제 혜택을 제공하는 방안이 중심이 됐다.

이에 따라 같은 날 원·달러 환율은 전날보다 33.8원 떨어진 1449.8원에 마감했다.

하지만 앞으로도 환율 상황은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백석현 신한은행 이코노미스트는 “정부가 달러 수급 쏠림 현상을 완화하려는 정책을 내놨지만 개인과 기업의 해외 투자 수요가 완전히 꺾이지 않았다”면서 “내년 초부터 현재 낮아진 환율로 달러를 매수하려는 움직임이 나타나면서 환율이 다시 오를 것으로 예상된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