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일 오후 서울 중구 하나은행 딜링룸 전광판에 코스피, 코스닥 종가와 원·달러 환율이 나오고 있다. /뉴스1

글로벌 투자은행(IB)들이 앞으로 1년간 달러 대비 원화 환율이 평균 1420원대를 유지할 것으로 내다봤다. 올해 연평균 원화 환율이 1420원 수준으로 외환위기 때인 1998년 연평균 환율보다 더 높을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1400원대 환율이 ‘뉴 노멀(새로운 기준)’로 자리 잡는다고 본 것이다.

◇내년 원화 환율 전망 1420원대

28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뱅크오브아메리카, 골드만삭스, JP모건 등 12개 주요 글로벌 투자은행의 향후 1년 환율 전망치는 평균 1424원으로 집계됐다. 6개월 전망치 평균은 1426원, 3개월 전망치 평균은 1440원이다. 원화 환율이 지난 9월 1400원대로 올라섰는데, 여전히 적어도 1년간 1400원대에 머무른다는 얘기다.

향후 1년 전망에서 바클레이스캐피탈은 1490원을 내다보며 1500원에 육박할 수 있다고 봤지만, 대체적으로는 1400원대 초중반에 머물 것이란 견해가 우세했다. 뱅크오브아메리카(1395원), 골드만삭스(1390원), 노무라(1380원) 등 일부는 1300원 후반대를 전망했다.

6개월 전망치 평균은 올해 평균인 1420원대와 비슷했고, 3개월 전망치는 이보다 20원쯤 더 높았다. 3개월과 6개월 전망에서 1300원대 환율을 제시한 글로벌 투자은행은 단 한 곳도 없었다.

백석현 신한은행 이코노미스트는 “작년 말 전반적인 강(强)달러 기조 속에 비상계엄으로 환율이 튀었다면, 올해는 원화만 약세인 흐름이 이어졌다”며 “원화 환율을 밀어올리는 구조적 변수가 해소됐다고 보기 어려워 올해만큼의 속도는 아니더라도 내년에도 환율 상승 흐름이 이어질 것”이라고 했다.

그래픽=송윤혜

◇올해 평균 환율, 외환위기 때보다 높아

28일 한국은행 등에 따르면, 올 들어 지난 26일까지 집계한 주간 거래 종가 기준 연평균 환율은 1421.9원으로 집계됐다. 이는 외환위기 여파를 겪었던 1998년의 연평균 환율(1394.97원)보다 높다.

다만, 최근 외환 당국의 강도 높은 개입의 효과로 평균 환율이 더 떨어질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원화 환율은 24일 주간 종가 기준 33.8원 급락한 데 이어 26일 9.5원 떨어지며 2거래일간 40원 넘게 내렸다. 이 기간 고가(1484.9원)에서 저가(1429.5원)를 뺀 환율 변동 폭은 55.4원에 달했다. 26일 원화 환율은 11월 4일(1437.9원) 이후 약 한 달 반 만에 가장 낮은 1440.3원에 마감했다.

◇연말 종가 ‘역대 3위’ 전망

올해 외환 거래는 29, 30일만 남기고 있다. 31일에는 서울 외환시장이 휴장한다. 그런데 기업과 금융회사의 재무제표 작성 기준이 되는 연말 종가는 역대 3위의 높은 수준을 유지할 것이라는 전망이다. 백석현 이코노미스트는 “연말까지 당분간 환율 하락 흐름이 이어질 것”이라며 연말 종가가 1400~1420원 사이에서 결정될 것으로 내다봤다.

외환 위기가 한창이었던 1997년 말 종가는 1695원으로 역대 1위이고 다음이 비상계엄·해제 혼란이 벌어졌던 지난해 연말 종가로 1472.5원이었다. 기존에 세 번째로 높았던 연말 종가는 2001년 1313.5원인데, 이미 올해 평균치가 100원 넘게 높다.

김정식 연세대 명예교수는 “외화 부채 등을 연말 종가로 계산하기 때문에 연말에 환율이 높으면 기업과 금융회사의 신용도에 불리한 영향을 줄 수 있다”며 “환율이 1400원대 초반에서 당분간 안정되더라도 한국 경제의 펀더멘털 자체가 좋지 않아, 환율을 방어할 실탄이 소진되면 원화 환율이 다시 뛸 소지가 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