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성락 국가안보실장이 24일 정부 외교·안보팀 내 ‘대북정책 주도권’ 다툼에 대해 “대외적으로는 혼란스러운 모습은 보이지 않는 게 좋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미북 대화가 단절되고, 여권의 오랜 자주파·동맹파 대결이 새 정부 국가안보실·통일부 간 내홍으로 심화하는 가운데 나온 발언이다.
위 실장은 이날 청와대 춘추관 브리핑에서 미국·캐나다·일본 방문 결과를 기자단에 공유했다. 이어 정부 외교라인 내부 갈등과 관련한 질문을 받고 “어느 곳이나 서로 다른 의견이 있을 수 있고 건설적 토론이 있기 때문에 보다 나은 결론을 도출하기 위한 창의적 과정일 수 있다. 중요한 건 조율”이라며 이렇게 답했다. 그러면서 “NSC에서 조율하는 게 중요하고, 조율된 대로 가는 게 중요하다”며 “그러면 시작 지점에 논란이 있는 게 크게 문제되진 않을 것”이라고 했다.
자주파와 동맹파의 주도권 싸움은 노무현 정부 때도 있었던 진보진영의 해묵은 갈등 구도다. 이재명 정부 출범 직후 최대 과제였던 한미 관세·안보 협상을 거치며 재부상했다. 생중계로 진행된 부처 업무보고에서도 드러났다. 외교부는 한미 동맹과 조율을 토대로 북한 문제를 관리해야 한다는 기조인 반면, 통일부는 한국의 주도권과 ‘통일부 차원의’ 대미 별도 합의를 선호하고 있다.
이번 방미는 한미 간 통상·무역·안보 합의를 담은 조인트 팩트시트(joint fact sheet)후속 조치 외에도 대북 정책을 논의하기 위해 마련됐다. 사용후핵연료 농축 재처리, 핵추진잠수함 건조 및 연료공급 등 분야별 중점 논의가 이뤄졌다. 이 중 상당 시간은 대북 대화 단절 상황을 논의하는 데 할애한 것으로 알려졌다. 위 실장은 “북한과의 대화가 단절된 현 상황에 대한 평가를 공유하고, 북미 및 남북 대화 진전 방안을 논의했다”며 “내년 상반기에 있을 여러 외교 일정을 염두에 두고 북한과의 대화 재개를 위한 한미 간 대북정책 공조 방안을 협의했다”고 말했다.
대통령실 고위관계자에 따르면, 미 측은 이번 만남에서 “어느 것이 한국정부 입장이냐”는 취지의 질문을 했다고 한다. 위 실장의 대답은 ‘NSC를 통한 조율’이었다. 통일부가 주도할 안보관계장관회의보다 NSC의 결정이 우위라는 의미를 강조한 것으로 보인다. 위 실장은 이날 브리핑에서도 자주파·동맹파 갈등 관련 다수 질문에 “NSC를 통해 다양한 의견을 통합해 정부 입장을 내놓겠다” “부처(통일부)마다 중점을 두고 추진하는 정책이 있고 제안할 수 있는데, 그런 제안은 NSC에서 논의된다”는 식의 답변을 반복했다.
앞서 통일부는 한미 대북문제 협의회에 불참하고, 미국과 직접 협의하겠다고 했다.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은 외교·안보팀 인적 청산을 주장한 원로를 당 한반도정책 위원회에 영입했다. 이런 사황에서 이재명 대통령이 통일부에 ‘대북정책 주도’를 주문하고, 통일부 등 관계부처가 모두 참석하는 장관회의 추진도 지시했다. 정부 내 주도권 다툼이 드러난 만큼, 대통령이 사실상 자주파에 힘을 실어줬다는 해석이 나왔다. 이와 관련해 위 실장은 “미국과 일본도 우리 정부의 상황을 다 모니터링 하고 보고 받고 있을 거다. 어떤 논의가 있는지 다 알고 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