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으로 300억원 이상의 국유재산을 팔 때 정부는 이를 국회에 보고해야 한다. 또 감정평가액보다 싸게 국유재산을 팔 수 없게 된다.

15일 기획재정부는 ‘헐값 매각’ 논란을 차단하기 위해 이 같은 내용의 ‘정부자산 매각 제도개선 방안’을 발표했다. 기재부는 “정부 자산의 무분별한 민영화를 막고, 최근 국정감사 등에서 제기된 정부 자산의 헐값 매각, 매각 과정의 불투명성을 해소하겠다”고 밝혔다.

지난 2일 서울 종로구 경실련에서 활동가들이 2020~2025.8 국유재산 입찰매각 실태 분석결과 발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뉴스1

앞서 이재명 대통령은 지난달 3일 국유재산 매각 전면 중단을 지시한 바 있다. 이날 발표는 이에 대한 후속 조치 성격이다. 당시 지시 배경으로 윤석열 정부에서 구멍난 재정을 메우기 위해 국유재산을 무리하게 매각하는 바람에 국고 손실이 커지고 있다는 비판을 수용했다는 말이 나왔다.

우리나라의 국유재산은 작년 말 기준 토지(627조8016억원)와 유가증권(288조9162억원), 건물(73조9655억원), 선박·항공기(3조원) 등을 합쳐 1344조4991억원에 달한다.

◇국유재산 300억 넘으면 국회 보고, 할인 매각 안 해

우선 정부는 각 부처·기관에 외부 전문가 중심의 매각전문 심사기구를 만들기로 했다.

300억원 이상의 매각건은 국무회의를 거쳐 국회 상임위 사전보고가 의무화된다. 50억원 이상의 매각건은 ‘국유재산정책 심의위원회’ 등 매각 전문 심사기구에 보고해 의결을 거쳐야 한다. 기존에는 개별 부처·기관이 운영지원과장, 기관 이사회 등의 전결을 거쳐 알아서 국유재산을 팔 수 있었는데 이를 원천 차단하겠다는 것이다.

정부는 감정평가액보다 낮은 금액에 국유재산이 팔리는 일이 없도록 하겠다는 방침도 밝혔다. 현재는 입찰 매각이 유찰될 때마다 10% 가량 낮춰서 공고를 올릴 수 있고, 두 번 이상 유찰되면 감정평가액 대비 최대 절반까지 낮춰 매각할 수 있는데 할인 매각을 아예 못하게 하겠다는 것이다.

정부는 공공기관의 민영화는 국회에서의 논의를 충분히 거친 후 추진하기로 했다. 정부·공공기관이 가진 공공기관의 지분을 팔 때에는 소관 상임위로부터 사전에 동의를 받아야만 하게끔 법 개정을 추진하겠다는 것이다.

◇가치 극대화해 ‘국부펀드’ 재원으로

정부는 국유재산의 가치를 극대화한 뒤 매각해 내년 상반기 설립 예정인 ‘한국형 국부펀드’의 핵심 재원으로 활용한다는 구상이다.

지난 11일 기재부가 이재명 대통령에게 한 업무 보고에 따르면, 정부는 상속세 등으로 물납 받은 주식을 종잣돈 삼아 공격적인 투자에 나설 계획이다.

현재 정부는 상속세 등을 현금 대신 주식으로 납부받으면, 캠코 등을 통해 이를 단순히 매각해 현금화하는 데 주력하고 있다. 이 과정에서 유찰이 반복되며 가치가 하락하거나, 경영권 프리미엄을 제대로 받지 못하는 경우가 많았다.

구윤철 부총리는 “물납 받은 주식은 단순하게 매각하는 데 중점을 두고 있는데, 이게 국부펀드 재원으로 들어오면 얘기가 달라진다”며 “단순 매각이 아니라, 필요하면 지분을 더 사들여 경영권을 확보한 뒤 매각(M&A)하는 등 다양한 형태가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수동적인 ‘관리’에서 능동적인 ‘가치 제고(밸류업)’로 자산 운용의 틀을 바꾸겠다는 것이다.

◇‘헐값 매각’ 늘렸던 윤석열 정부 겨냥

국유재산 매각에 대한 정부의 이번 ‘밀착 마크’는 윤석열 정부의 안일했던 국유재산 관리 실태를 겨냥한 조치다.

윤석열 정부는 2022년 8월 ‘국유재산 매각·활용 활성화 방안’을 발표하면서 활용도가 낮은 국유재산을 향후 5년간 16조원 이상 매각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당시 정부는 “공공 부문에도 강력한 혁신이 필요하다”며 “국가가 보유한 유휴·저활용 재산을 매각해 민간 주도의 경제 선순환을 촉진하겠다”고 밝혔다.

여당은 윤석열 정부가 세수 부족분을 메우기 위해 과거라면 처분하지 않았을 국유재산도 낮은 가격에 팔았다고 보고 있다. 실제 윤 정부 들어 국유재산 매각은 급증했다. 한국자산관리공사(캠코)에 따르면, 2021년 145건, 2022년 114건 수준이던 매각 건수는 2023년 300건대로 급증했고 지난해엔 800건에 가까울 정도로 치솟았다. 올해도 지난 7월까지 이미 500건이 매각됐다.

매각 건수가 급증했을 뿐 아니라 싸게 팔린 국유재산도 너무 많다는 지적이다. 전체 매각 건수에서 ‘낙찰가율 100% 미만’이 차지하는 비중은 2022년 4.4%에 불과했지만, 지난해에는 58.7%로 급증했다. 올해 들어선 지난 7월 기준 64.8%까지 치솟았다. 매각 과정에서 낙찰액이 감정가에 크게 못 미친 경우가 절반을 훌쩍 넘은 셈이다. 경매에서 감정가 대비 실제 낙찰가가 어느 정도인지를 나타내는 비율인 낙찰가율 평균도 2022년까지는 100%를 웃돌았지만, 올해에는 73.6%까지 떨어졌다.

황장엽 전 북한 노동당 비서가 살던 서울 강남구 논현동 의 안전가옥 전경. /조선DB

황장엽 전 북한 노동당 비서의 안전가옥으로 쓰였던 서울 강남구 논현동 건물은 올해 캠코의 매각 과정에서 감정평가액(183억5000만원)의 65% 수준인 120억원에 낙찰된 바 있다. 캠코 측은 5번 유찰이 반복돼 최저 입찰가가 떨어졌다고 설명했지만 여당은 “국민의 자산인 국유재산을 전당포에 급처분하듯 팔아치웠다”고 비판했다.

정부가 한국마사회와 한전KDN이 보유했던 YTN 지분을 2023년 유진기업에 3199억원에 매각한 것을 두고도 여당은 “헐값 매각”이라며 김건희 여사가 자신에 대한 YTN 보도를 문제 삼아 매각에 관여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기재부 관계자는 “YTN 사례처럼 앞으로 공공기관이 가진 지분을 매각하는 일이 생기면, 지금처럼 공공기관이 자체 판단을 하는 게 아니라 국회 승인 절차를 거쳐야 하기 때문에 일종의 공론화 과정이 발생할 것”이라며 “그런 과정에서 여론도 일어날 것이고 매각 여부나 매각 속도가 조절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