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에 주택 구입 자금을 마련하려 퇴직연금을 미리 찾아쓴 사람이 1년 전보다 12% 가까이 늘어나 3만8000명에 달했다. 전세금 마련이나 회생 절차 등을 이유로 퇴직연금을 중도 인출한 사람까지 합친 전체 퇴직연금 중도 인출 인원은 6만7000명에 달했다.

14일 서울 남산에서 바라본 아파트 단지의 모습. /뉴스1

국가데이터처가 15일 발표한 ‘2024년 퇴직연금 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퇴직연금 중도인출 인원은 전년보다 4.3% 증가한 6만7000명, 인출 금액은 12.1% 늘어난 3조원으로 집계됐다. 중도인출 인원과 금액은 2019~2022년 내리 줄다가 2023년 증가세로 돌아섰다. 이어 작년까지 2년 연속 증가했다.

그래픽=조선디자인랩 권혜인

◇56% “집 사러 중도 인출”

중도인출 사유 중 인원 기준으로 주택 구입이 56.5%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했다. 이어 주거 임차(25.5%), 회생 절차(13.1%) 등의 순이었다. 금액 기준으로는 주택구입이 67.3%에 달했고, 주거 임차가 23%였다. 연령대별 중도인출 사유를 보면, 20대 이하는 주거임차 목적(42.4%)이 가장 많았고, 나머지 연령대는 주택구입 목적이 가장 많았다. 30대는 이 비율이 61.1%에 달했고, 이어 40대(56.6%), 50대(52.7%) 등의 순이었다. 60세 이상도 이 비율이 46.6%에 달했고, 29세 이하는 37.9%였다.

지난해 주택구입 목적 중도인출 인원은 1년새 11.9% 늘어난 3만8000명, 금액으로는 20.9% 증가한 1조8000억원으로 집계됐다. 인원과 금액 모두 2015년 관련 통계 집계 이래 역대 최대치다.

◇DB 줄고 DC·IRP↑

지난해 퇴직연금 총적립금은 431조원으로 전년보다 12.9%(49조원) 증가했다. 제도 유형별로는 회사가 자체적으로 연금을 운용하다가 근로자가 퇴직할 때 미리 정해진 금액대로 퇴직급여를 지급하는 확정급여(DB)형이 49.7%(214조1000억원)로 가장 많았다. 다만 이 비율은 전년(53.7%) 대비 4%포인트 줄어, 2015년 관련 통계 집계 이후 처음으로 이 비율이 50%를 밑돌았다.

퇴직연금을 안정적으로 운용하기보다는 비교적 공격적인 수익을 내려 직접 돈을 굴리려는 사람들이 늘어난 결과다. 회사 측이 매년 임금의 12분의 1만큼을 근로자의 퇴직연금 계좌에 넣어주면 근로자 개인이 알아서 자금을 운용하는 확정기여(DC)형은 26.8%(115조5000억원)으로 1년 전 대비 0.9%포인트 늘었다. 2015년 68.6%에 달했던 DB형 비율은 DC형 등으로 자금을 직접 굴리려는 사람들이 늘면서 꾸준히 감소했다.

개인이 전 직장 퇴직금이나 여윳돈을 직접 굴리는 개인형 퇴직연금(IRP)은 23.1%로 1년 새 3.1%포인트 늘었다. 적립액은 전년 대비 30.3% 불어난 99조5000억원으로 100조원에 육박했다.

IRP는 직장인이 이직·퇴직 때 받은 퇴직급여를 쌓아두는 계좌이자 회사원, 공무원, 자영업자 등이 여윳돈을 추가 납입해 노후 자금을 운용하는 수단이다. 연금저축계좌 납입액과 합쳐 연 최대 900만원의 납입액까지 세액공제도 받을 수 있다.

퇴직연금 운용 방식별로는 예·적금, 국채 등 원리금보장형(74.6%)이 여전히 가장 큰 비중을 차지했으나 그 비중은 전년보다 5.8%포인트 줄었다. 주식, 펀드 등 실적배당형 비중은 17.5%로 전년보다 4.7%포인트 증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