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이 예상치 못한 논란에 휩싸여 곤혹스러운 분위기다. 12·3 비상계엄 사태 1주년을 계기로 사법개혁 드라이브를 본격화하려던 시점에 문진석 원내운영수석부대표의 ‘인사청탁’ 파문과 장경태 의원의 ‘성추행 의혹’이 연달아 불거졌다. 자칫 개혁 추진 동력이 약화할 수 있다는 우려가 당 안팎에서 제기된다. 민주당은 해당 논란에 대해 ‘저자세’로 대응하며 여론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민주당 지도부는 4일 문진석 의원의 ‘인사청탁’ 논란에 대해 엄중경고했다. 다만 실질적인 징계 가능성에 대해서는 선을 그었다. 문금주 원내대변인은 이날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김병기 원내대표가) 엄중 경고(했다는 것)만 들었고 (문 수석의) 거취와 관련해서는 따로 들은 바 없다”고 말했다. 문 수석의 윤리감찰단 회부 가능성에 대해서도 “논의된 게 없다”고 했다.
논란은 문 의원이 지난 2일 국회 본회의 도중 김남국 대통령실 국민디지털소통비서관에게 한국자동차산업협회 회장직에 홍성범 협회 본부장을 추천하는 문자를 보낸 사실이 언론 카메라에 포착되면서 불거졌다. ‘공정 인사’ 원칙을 강조해온 민주당의 기조에 어긋난다는 지적이 나왔다. 문 의원은 이틀째 건강상의 이유로 공개석상에서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그는 이날 오후 “입이 열 개라도 할 말이 없다. 부적절한 처신 송구하다. 앞으로 언행에 더욱 조심하겠다”는 3줄 짜리 짧은 입장문만 냈다. 문 의원의 문자를 받은 김남국 비서관은 이날 대통령실에 사직서를 냈고 바로 수리됐다.
장경태 의원 성추행 의혹이 확산되는 것도 여당에는 부담스러운 기류다. 장 의원은 지난해 10월 서울 여의도의 한 식당에서 타 의원실 여성 비서관을 성추행했다는 ‘준강제추행 혐의’로 피소된 상태다. 해당 의혹에 대해 정청래 대표가 지난달 27일 윤리감찰단 조사를 지시한 이후 민주당은 “조사 결과를 우선 지켜보겠다”며 추가 대응은 하지 않고 있다.
이런 와중에 장 의원은 자신을 고소한 여성을 형법상 무고죄 등으로 맞고소하며 강경 대응하고 있다. 전날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회의에선 장 의원이 현재 수사를 받고 있어 법사위원으로 있는 것은 ‘이해충돌’이라는 야당 의원 지적이 나오면서 여야가 충돌하기도 했다. 이 과정에서 장 의원은 “(성추행 보도는) 조작보도”라며 야당 의원을 향해 삿대질하기도 했다. 같은 당 서영교 민주당 의원은 “그 여자(피해자)가 (장 의원) 어깨에 손 올리고 있는 거 못 봤느냐”고 발언해 ‘2차 가해’ 논란으로 번지기도 했다.
이 같은 악재에 민주당 지도부는 조용히 대응하면서도 난감한 분위기다. 내란전담재판부 설치법 등 쟁점이 있는 사법개혁안을 연내 처리하겠다며 강한 드라이브를 거는 시점에 당내 인사의 도덕성 리스크가 불거지면서 여론의 관심이 분산되고 있기 때문이다. 여권 관계자는 “이번 논란에 당 지도부가 적절히 대응하지 못하면 역풍이 불어 개혁 동력을 잃을 수도 있을 것”이라고 했다.
국민의힘은 여당 의원들의 ‘도덕성 리스크’를 고리로 공세 수위를 높이고 있다. 송언석 원내대표는 이날 최고위원회의에서 “최근에 확인된 인사 청탁 문자에서는 김현지 대통령실 1부속실장이 대통령실 핵심 실세로서 민간 협회장 인사까지 영향력을 행사하는 정황을 보여주고 있다”면서 ‘인사 농단 사태’라고 규정했다. 그러면서 “대통령실과 여당은 즉각 인사 농단 사태에 대한 책임을 묻고 재발 방지 대책을 즉각 발표하라”고 촉구했다.
국민의힘은 이날 문 의원과 김 비서관, 김 실장, 강훈식 대통령 비서실장 등 4명을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및 부정청탁금지법 위반 혐의로 고발한다고 밝혔다. 국회 청문회와 국정조사 등을 총동원해 진상규명에 나서겠다고도 압박했다.
당 중앙여성위원회는 이날 오후 서울 동대문구에 있는 장경태 의원 지역사무실 앞으로 모여들었다. 이들은 기자회견을 열고 “민주당은 당 내부적으로 진상조사를 지시했다며 시간 끌기만 하고 있다”면서 “더 이상 침묵으로 방조하지 말고 권력형 성범죄 퇴출을 위해 사건 진상 규명에 적극 나서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