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들어 한국과 일본의 금융시장이 ‘동조화(comovement)’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원화·엔화 환율, 주가, 금리 등이 비슷한 시기에 비슷한 방향과 움직임을 보이고 있는 것이다. 양국 주가 상승률은 연말로 갈수록 상승 곡선을 그리고 있고, 같은 기간 원화와 엔화의 달러 대비 가치도 나란히 0.8%씩 소폭 떨어진 상황이다.

반대로 중국은 한국·일본과 다른 길을 가고 있다. 위안화는 중국 당국의 통제 하에 달러화 강세 속에서도 오히려 가치가 오르고 있다. 국채 금리도 상승 추세인 한국과 일본과 다르게 내려가고 있다.

그래픽=조선디자인랩 정다운

◇닮아가는 한·일 환율·주가·금리 패턴

원화와 엔화는 올해 내내 거의 비슷한 곡선을 그렸다. 달러 대비 원화 환율은 올해 초 비상계엄 여파로 1470원 선에서 시작했다가 6~7월에 새 정부가 들어서면서 1350원 선까지 내려왔다. 그러다 지난달부터 강달러 영향에 따라 1400원을 훌쩍 넘어섰다.

엔화 역시 연초 약세를 띠며 1달러당 157엔까지 올라갔다(통화가치 하락). 그러다 글로벌 경제 불확실성 증가에 따른 안전 자산 수요가 커지고, 엔화의 실질 환율이 저평가됐다는 인식이 깔리면서 다시 140선대로 내려왔다. 이후 완화적 통화 정책을 선호하는 다가이치 총리가 취임하자 다시 155엔을 넘어서며 연초와 거의 비슷한 수준까지 가치가 떨어졌다.

증시도 마찬가지다. 연초 이후 두 지수의 상승 그래프를 보면 나란히 올해 4월에 연중 최저치를 찍었다가 올해 하반기부터 급등하는 추세다. 미·중 간의 무역 긴장 완화와 미국의 금리 인하 기대감 등에 힘입어 코스피는 지난 10월 27일 사상 최초로 4000선을 뚫었고, 닛케이평균도 같은 날 사상 처음으로 5만 선을 뚫어냈다.

양국의 국채 금리도 비슷하다. 일본의 10년 만기 국채 금리는 작년 11월 1% 수준이었는데, 지난 27일에는 1.82%까지 올랐다. 다카이치 총리 취임으로 돈풀기에 대한 기대감이 커지면서다. 한국의 10년 국채 금리 역시 이재명 정부 출범 이후 복지나 돈풀기 정책 등으로 같은 기간 2.7%에서 3.3% 수준까지 상승했다.

중국의 금융시장은 한국·일본과 대체로 반대 흐름이다. 중국 위안화는 연초 1달러당 7.30위안이었는데, 올해 연말에는 하락(가치 상승)하며 현재 7.08위안 선으로 내려왔다. 원화와 엔화가 달러 강세에 맥을 못 추는 것과는 달리 위안화는 가치를 지켜낸 것이다. 로이터통신은 “중국 인민은행이 위안화 가치를 떠받들기 위해 기준 환율을 매일 조정하고, 국영 은행들이 달러화를 사들이며 위안화 변동성을 줄이는 방식으로 환율을 안정시키면서, 코로나 팬데믹 이후 가장 큰 가치 상승을 보이고 있다”고 말했다. 중국의 10년물 국채 금리는 1년 전 2%에서 현재는 1.8% 수준으로 내려왔다. 허준영 서강대 경제학부 교수는 “중국은 미국과 무역이나 관세 등에서 다소 긴 전쟁을 준비하고 있는데, 나중에 돈이 필요할 수도 있는 만큼 지금은 실탄을 아끼는 차원에서 국채 발행을 억제하고 있다”며 “반면, 한국과 일본은 새 정부가 돈 풀기에 나서면서 국채 금리가 나란히 오르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중국보다 미국 영향력 커진 때문

지난 2010년대만 해도 한국과 일본의 금융시장은 서로 엇갈리는 경우가 많았다. 닛케이평균은 2013~2023년 기간 213% 상승했는데 반해, 같은 기간 코스피는 31% 정도 상승에 그쳤다. 아베노믹스를 내세운 일본이 엔저와 제로 금리 등에 힘입어 증시가 고공 행진을 했지만, 우리나라는 기업 지배 구조 개선이 더뎠고, 중국 의존도가 높아 중국 경기가 흔들리면 우리 증시도 동시에 부진에 빠지곤 했기 때문이다.

최근 들어 일본과 비슷한 패턴을 보이는 것은 중국 의존도가 낮아지는 대신 미국 경제의 흐름과 정책에 더 큰 영향을 받는 구조로 변화한 것이 영향을 주고 있다는 분석이다. 실제 한때 30% 이상이었던 우리나라의 대중국 수출 비중은 공급망 재편과 미·중 갈등 등의 영향으로 점진적으로 감소하면서, 올해 상반기에는 18.2%까지 떨어졌다. 반대로 대미 수출 비중은 2020년 14.5%에서 2024년 18.7%로 상승했다. 박상현 iM증권 연구원은 “미국 인공지능(AI) 투자 사이클의 낙수 효과를 한국과 일본, 대만이 주로 받는 구조이고 미국 관세정책에 있어서도 한국은 늘 일본과 같은 카테고리 안에 있다는 점 등 한일 금융시장의 동조화 현상이 강화되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고 말했다. 허준영 서강대 경제학부 교수는 “한국과 일본 모두 AI와 반도체 등에 의존하는 산업 구조가 갈수록 비슷해지면서 외국 투자자들이 한국과 일본을 하나의 투자처로 생각하다 보니 증시나 환율, 금리 모두 비슷해지는 상황”이라고 진단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