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대통령이 16일 한·미 관세협상 후속 대책 논의차 주요 기업 총수들을 만나 “대미 투자가 너무 강화돼 국내 투자가 줄어들 거란 걱정들을 하는데, 그런 걱정이 없도록 여러분이 잘 조치해주실 것을 믿는다”라고 했다. 미 조선업 투자 1500억달러·현금 직접 지분 투자 2000억달러 등 3500억달러(약 509조원) 규모의 대미 투자에 합의한 가운데, 내수 경기가 악화하지 않도록 기업들이 적극 나서 달라는 뜻이다. 이에 재계는 국내 투자와 고용을 확대하겠다고 화답했다.
이 대통령은 오후 용산 대통령실에서 민·관 합동회의를 주재하고 “지금까지 정부와 기업이 이렇게 합이 잘 맞아서 공동 대응을 한 사례가 없었던 것 같다”면서 “전적으로 우리 기업인 여러분들의 헌신과 노력 덕분”이라고 했다. 이 자리에는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최태원SK그룹 회장, 정의선 현대자동차 그룹 회장, 구광모 LG그룹 회장, 정기선 HD현대 회장, 서정진 셀트리온 회장, 여승주 한화그룹 부회장 등 기업인과 관세 협상을 이끈 대통령실 참모진, 장관 등이 참석했다.
한·미 관세협상의 핵심은 ▲현금 직접 지분 투자(에쿼티·equity)를 총 2000억달러(약 290조 원)로하되 ▲적어도 10년간 연 200억달러(약 29조원)의 상한선을 두고 기성고(사업 진척도·milestone)에 따라 단계적으로 분납하며 ▲미국 주도로 투자처를 결정하되 ‘상업적 합리성’을 고려키로 했다는 점이다. 대규모 자금이 미국으로 빠져나가는 만큼, 국내 시장 약화에 대한 우려도 나온다.
이 대통령은 이에 대해 “비슷한 조건이라면 가급적이면 국내 투자에 지금보다는 좀 더 마음 써달라”면서 “특히 그중에서도 대한민국의 균형 발전 문제가 심각하기 때문에 지역, 지방, 지방의 산업 활성화를 위해서 좀 더 많은 관심을 가져 주도록 다시 한번 부탁 드린다”라고 했다. 또 “정부는 우리 기업인들이 기업 활동을 하는 데 장애가 최소화되도록 정말 총력을 다할 생각”이라고 했다.
국내 투자를 요청하는 대신, 기업에 대한 ‘규제 철폐’를 약속했다. 이 대통령은 “이번 한미 통상․안보 협상 과정에서 가장 애를 많이 쓰신 것은 여기 계신 분들을 포함한 기업인”이라면서 기업인의 노고에 여러 차례 사의를 표했다. 그러면서 “제가 세금 깎아 달라는 얘기는 별로 안 좋아한다. 세금 깎아가면서 사업해야 할 정도면 국제 경쟁력에 문제가 있다는 것이고, 국내 재정 수요도 감당해야 한다”면서 “그런 것보다는 여러분께 정말 필요한 것이 규제 같다. 규제 완화 또는 해제, 철폐 중 가능한 것을 구체적으로 지적해주시면 제가 신속하게 정리해 나가겠다”라고 했다.
규제 완화 및 해제 외에 정부의 ‘후순위 채권 인수’도 거론했다. 기업의 과감한 투자와 기술 경쟁력 제고를 돕기 위해 연구개발(R&D)을 지원하겠다는 것이다. 이 대통령은 “뭐든지 할 수 있는 건 다 할 테고, 어떤 재정 투자도 마찬가지”라면서 “R&D 개발 또는 위험 영역에 투자해서 우리 재정이 후순위 채권을 발행하는 걸 우리가 인수한다든지, 손실을 우선순위로 감수한다든지 이런 새로운 방식들도 저는 얼마든지 도입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라고 했다.
◇재계 “국내 투자 확대하고 일자리 창출” 화답
재계 총수들은 국내 투자와 일자리 창출로 내수 경기를 지원하겠다고 답했다.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은 “국내 산업 투자 축소를 걱정하는 일이 없도록, 삼성은 국내 투자 확대와 청년 일자리 창출, 중소·벤처기업과의 상생에도 더욱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지난 9월 발표한 ‘향후 5년간 6만 명 국내 고용’ 및 ‘연구개발(R&D) 포함 국내 시설 투자’ 계획을 차질 없이 추진하겠다고 했다. 특히 AI 데이터 센터는 ‘수도권 이외 지역’ 건설을 원칙으로 하겠다고 말했다.
그 외 SK는 600조 원, 현대자동차는 125조 원, LG는 100조 원 규모의 국내 투자 계획을 밝혔다. 최태원 회장은 “고용은 매년 8000명 이상을 꾸준히 유지해 왔지만, 반도체 공장 팹이 하나씩 일부 오픈할 때마다 2000명 이상 계속 추가되고 있다”면서 팹 건설 속도에 따라 2029년까지 최소 연간 1만4000명~2만명 규모가 될 것이라고 했다. 정의선 회장도 “금년에 7200명을 채용했고, 내년에는 1만명을 목표로 하겠다”면서 “주로 SDV(소프트웨어중심차량)와 모빌리티 중심이 될 것”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