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에서 변호사 10명을 고용해 온 법무법인 대표 A씨는 올 초 변호사를 모두 내보내고 혼자 일하는 법률 사무소로 바꿨다. 초임 변호사들이 하던 서면 작성 업무 등을 생성형 AI(인공지능)인 챗GPT가 대신할 수 있겠다는 판단 때문이다. A씨는 “사람은 최저임금에 4대 보험까지 들면 최소 월 300만원이 드는데 밤낮없이 업무를 시킬 수 있는 챗GPT는 월 3만1000원이면 충분하다”고 했다.
AI 확산이 고학력 전문직, 단순 업무 등 가릴 것 없이 청년 고용을 위축시킬 수 있다는 위기감이 퍼지고 있다. 한국은행은 지난달 30일 발표한 ‘AI 확산과 청년 고용 위축, 연공 편향 기술 변화를 중심으로’ 보고서에서 “국내 노동시장에서 AI 도입 초기 주니어(청년) 고용은 줄고 시니어(중장년층) 고용은 늘어났다”고 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2022년 7월∼2025년 7월 3년간 청년층 일자리는 21만1000개 줄었는데 이 중 98.6%에 달하는 20만8000개가 AI 고(高)노출 업종이었다. 반면 50대 일자리는 20만9000개 증가했고, 늘어난 직업 중 AI 고노출 업종은 14만6000개(69.9%)였다. 한은은 “청년층이 주로 수행하는 정형화되고 교과서적인 지식 업무는 AI가 상대적으로 쉽게 대체하지만, 경력에 기반한 암묵적인 지식이나 사회적 기술이 요구되는 과업은 AI가 대체하기보다 보완하는 쪽에 가깝다”고 했다.
해외는 이미 AI발 고용 쇼크가 현실화되고 있다. 미국 최대 전자상거래 기업인 아마존은 지난달 28일부터 인사·운영·디바이스 등 사무직 약 3만명의 인력을 감원하는 대규모 구조 조정에 돌입했다. AI를 통한 업무 자동화로 조직 효율을 높이기 위한 조치다.
일각에서는 사무직뿐 아니라 디자인이나 영화 시나리오 제작 등 창의성 관련 영역에서도 AI의 일자리 대체가 시작됐다는 우려도 나온다. 김상봉 한성대 교수는 “우리 대학생들은 입시 구조 속에서 정해진 답을 빨리 찾기 위해 AI를 쓰는 측면에만 몰두해 있는 게 현실”이라며 “AI를 창의적으로 활용해 부가가치를 높이는 방법 등에 대해 사회 초년생들에게 적극적으로 교육해야 한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