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0·15′ 규제 전에 소득 구간별로 전세대출 규모를 따져 보니, 소득 상위 30%에 해당하는 고소득층이 전체의 3분의 2 정도를 차지하는 것으로 파악됐다. 정작 대출 수요가 큰 무주택 저소득층은 전세살이를 위한 대출에서 소외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22일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소속 국민의힘 박성훈 의원이 한국은행에서 받은 자료에 따르면, 올해 2분기 말 전체 전세대출 잔액 가운데 소득 상위 30% 고소득층이 차지하는 비율은 65.2%를 기록했다. 이 비율은 지난 2021년 1분기 말 61.2%, 작년 1분기 말 62.8% 등으로 차츰 늘다가 올해 1분기 말 64.6%에 크게 뛰었다. 이어 올해 2분기를 지나며 65%를 넘어선 것이다.
대출을 받은 인원을 뜻하는 차주 수 기준으로도 2021년 1분기 말 49.8%에서 작년 1분기 말 52.3%, 올해 1분기 말 54.0% 등으로 비중이 확대됐다. 이어 올해 2분기 말은 54.6%까지 늘었다.
반면 소득 하위 30% 저소득층이 전세대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계속 줄고 있다. 올해 2분기 말 저소득 차주가 받아 간 전세대출은 전체 잔액의 7.6%에 그쳤다. 이 비율은 2021년 1분기 말 9.1% 수준이었으나, 작년 1분기 말 8.1%, 올해 1분기 말 7.7% 등으로 점차 낮아졌다. 차주 수 기준으로도 2021년 1분기 말 12.5%에서 작년 1분기 말 10.3%, 올해 1분기 말 9.9%로 하락해 10%를 밑돌았고, 2분기에도 같은 수준을 유지했다.
소득 상위 30∼70%의 전세대출 비중 역시 2021년 1분기 말 29.7%에서 올해 2분기 말 27.2%로 하락하는 등 저소득층과 유사한 경향을 보였다. 결국 전세대출의 고소득층 집중 현상이 두드러진 셈이다.
지난 문재인 정부 시기 코로나 전후로 집값이 치솟으며 전세 보증금이 덩달아 올랐던 게 고소득층의 전세대출 비율 확대를 이끈 것으로 풀이된다. 고소득층이 전세 임차인을 끼고 고가의 주택을 구매하는 ‘갭투자’를 하면서, 전세대출을 받아 다른 아파트에서 세입자 생활을 하는 경우 등이 가능했다는 것이다.
또 정부가 ‘6.27 대책’ 등으로 전세대출 대상과 한도를 조이면서, 저소득층이 전세대출을 받기가 어려워졌다는 분석도 나온다. 박성훈 의원은 “정부의 부동산 규제로 전세 매물이 자취를 감추고 전·월세가 동반 상승하고 있다”며 “청년, 신혼부부, 무주택 서민 등 실수요자들이 전세 시장에서도 밀려나 월세로 내몰리는 악순환이 불가피해 보인다”고 지적했다.
한편, 이창용 한은 총재는 지난 20일 국회 국정감사에서 “전세제도를 바꾸지 않으면 레버리지(대출로 주택 구매)가 계속 확대된다”며 “고통이 있어도 끊어야 할 시점”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