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급등하는 집값을 잡기 위해 지난 10월 15일 토지거래허가구역을 확대하고 대출 규제를 강화하는 대책을 내놓자 비판이 잇따르고 있다. 사진은 지난 10월 19일 서울 중구 남산에서 바라본 아파트 단지./뉴스1

정부가 지난 10월 15일 이재명 대통령 취임 4개월만에 3번째로 내놓은 부동산 대책을 놓고 비판이 거세다. 서울 전역과 경기도 12개 지역을 토지거래허가구역, 투기과열지구, 조정대상지역으로 지정했지만, 집값 상승 억제와 하향 안정이라는 정책 목표를 달성하지 못할 것이라는 전망 때문이다. 반면 국민들은 주택 가격이 길게 보면 상승 추세를 이어갈 것이라는 불안감 속에 이사와 자금 대출에 제약을 받으면서 불만이 커지고 있다.

부동산 가격은 수요와 공급의 관계에서 결정된다. 따라서 대책도 수요 대책과 공급 대책으로 나뉜다. 이번 대책은 서울 한강 주변 아파트 가격의 폭등과 이 상급지로 옮겨가려는 수요가 폭발하면서 발생한 초과수요를 잡기 위한 수요 대책이다. 어디가 잘못된 것일까?

문제점① 돈을 풀면서 집값은 잡겠다?

물가 상승(인플레이션)은 화폐 공급량과 직결된다. 시중에 돈이 많이 풀리면 자산 가격이 일제히 상승하고 부동산도 예외가 될 수 없다. 문재인 대통령은 2017년 취임 직후부터 적자재정을 편성하며 재정지출을 확대했다. 이후 2020년 코로나 사태가 터지면서 화폐 공급량은 급증(금리 인하)했고 그 결과 주택 가격은 수직 상승했다. 부동산 정책 실패로 문 대통령이 물러나고 배턴을 이어받은 윤석열 대통령은 재정긴축 기조를 천명했지만 청년층을 대상으로 한 주택 정책자금 대출은 확대했다. 부동산 시장의 풍부한 자금은 2021년 1차 영끌(영혼까지 담보로 잡히고 대출 받아 집을 사는 현상)에 이어 2024년 2차 영끌로 나타났다.

이재명 대통령의 재정지출 확대 정책은 집값 급등의 한 원인이라는 지적을 받고 있다. 사진은 이 대통령이 지난 10월 16일 대통령실 청사에서 열린 제2차 핵심규제 합리화 전략회의에서 발언하는 모습./대통령실

2025년 취임한 이재명 대통령은 문재인 대통령과 유사한 재정 정책을 쓰고 있다. 6월 취임 직후 대규모 재정적자를 선언하면서 역대 최대 규모의 돈 풀기에 나섰다. 이 대통령은 푼 돈이 기업의 생산 활동에 투입될 것으로 기대한다. 하지만 시중의 투자자들은 그 돈이 돌고 돌아 결국은 안전하고 장기수익률이 높은 서울 강남 아파트로 유입될 것이라고 보고 있다.

문제점② 주택 투자수익률 낮추는 대책이 없다

정부가 지난 10월 15일 발표한 주택 대책의 핵심은 ①서울 전역과 경기도 12개 지역을 토지거래허가구역과 규제지역(투기과열지구, 조정대상지역)으로 묶어 세입자의 전세금을 활용한 갭투자를 억제하고 ②수도권·규제지역에서는 15억원 초과∼25억원 이하 주택의 주택담보대출 한도를 현행 6억원에서 4억원으로, 25억원 초과 주택은 2억원으로 더 낮추는 것이다. 경기 회복을 위해 시중에 돈은 풀면서도 그 돈이 부동산 시장으로 흘러들어가지 않도록 제한하겠다는 의도이다.

그러나 이 규제는 은행 대출이 불필요한 이른바 ‘현금부자’에게는 아무런 영향을 미치지 못한다. 그래서 전반적인 부동산 거래는 위축되지만 주택 가격 추가 상승을 기대하며 부자들간에 이뤄지는 집값 상승 거래는 막지 못하게 된다. 상급지 주택의 가격 상승이 이어지면 중급지와 하급지 집값이 뒤따라가는 키맞추기 현상이 계속될 것이라는 뜻이다.

정부가 지난 10월 15일 발표한 부동산 대책은 집값 상승에 대한 기대 심리를 꺽기에는 역부족이라는 지적을 받고 있다. 구윤철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15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주택시장 안정화 대책'을 발표하고 있다. 왼쪽부터 임광현 국세정창, 윤창렬 국무조정실장, 구윤철 경제부총리, 김윤덕 국토교통부 장관, 이억원 금융위원장. /김지호 기자

부동산 전문가들은 이 때문에 현재의 초과수요 현상을 잡기 위해 상급지 주택의 투자수익률을 낮추는 근본 대책이 나와야 한다고 말한다. 그 방법으로 ①신축 혹은 구축 매물의 공급 확대 ②예상 투자수익률보다 높은 대출 금리 ③취득·보유·양도 시점의 세금 부담 확대를 꼽는다. 이 가운데 신축 공급 확대책은 장기 대책이므로, 현실적으로 당장 선택할 수 있는 가격 안정책은 구축 매물 확대, 금리, 세금 정책이다.

반면, 이번 정부 대책에는 구축 매물 확대 방안이 없다. 또 대출 금액을 제한하기는 하지만, 대출금리 누진제와 같은 대출 금리 인상 대책도 없다. 특히 장기적이고 강력한 효과를 내는 양도세와 보유세 관련 정책은 아예 포함되어 있지 않다. 따라서 전문가들은 고가주택의 경우 예컨대 30억원짜리 집을 사서 10년 산 뒤에 60억원에 팔아도 세금을 거의 안내는 고수익 안전자산이라는 인식이 지속될 것으로 보고 있다. 주택 가격의 도미노 상승을 막기 위해서는 집값 상승 기대감(기대 인플레이션)을 꺽어야 하는데, 이번 대책은 이 효과에는 턱없이 못미친다는 의미이다.

문제점③ 지속 가능성이 낮다

주택은 거주라는 사용가치와 자산가격 상승이라는 투자가치를 동시에 갖고 있는 매우 독특한 상품이다. 생필품이어서 거주 가치에 충실해야 하지만, 시간이 갈수록, 특히 지난 2020년 코로나 사태 이후 통화량이 급증한 뒤에는 투자자산 특성이 맹위를 떨치고 있다. 박원갑 KB국민은행 부동산 수석전문위원은 “주택 시장의 주도 세력으로 등장한 MZ세대는 부동산 중에서 아파트를 투자상품으로 보아 주식 사고 팔 듯이 거래한다”고 말한다.

부동산 시장의 중요한 세력으로 등장한 MZ세대는 아파트를 주식처럼 투자 수단으로 보고 매매하는 성향을 보이고 있다. 사진은 지난 2025년 7월 17일 오후 서울 강남구 GS강남타워에서 MZ직원들이 신규 탄산수 관련 품평회를 하는 모습./고운호 기자

이 때문에 전문가들은 아파트가 높은 투자수익률을 유지할 것으로 예상되는 한 이들의 상급지 갈아타기 행진은 끝나지 앉을 것이라고 보고 있다. 중급지의 10억원짜리 아파트를 사서 10년을 살고 난 뒤에 20억원에 파는 것보다, 영끌해 상급지의 30억원짜리 아파트를 사서 10년 뒤 60억원에 파는 것이 대출 이자와 보유세를 낸 뒤에도 수익 금액이 훨씬 크기 때문이다. 투자자 입장에서는 최대한 빨리 영끌을 시작해 10년마다 막대한 양도차익을 얻으며 상급지로 이동하는 것이 가장 성공적인 투자법이다. 서울 시립대 세무학과 박훈 교수(한국세법학회 회장)는 “‘똘똘한 한 채’ 선호에 따른 주택 가격 양극화 심화는 정부가 양도 차익에 지나치게 많은 세금 감면을 해주기 때문”이라며 “양도세 제도를 개편해 바로 잡아야 한다”고 말했다. 이런 점에서 볼 때 이사 제한과 대출 금액 규제 중심의 이번 대책은 지속적인 효과를 발휘하기 어렵다는 평가이다.

문제점④ 주택 시장 개혁의 비전이 없다

전문가들은 주택 가격 상승과 가계 대출 증가는 거의 같은 말로서 동전의 양면이라고 진단한다. 가계대출 증가의 대부분이 주택담보대출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내수 침체와 자영업자 부진 현상 등을 제거하려면 주택 가격을 하향 안정시켜, 콘크리트에 몰리는 시중 자금의 물길을 소비나 반도체, 바이오 등으로 돌려야 한다고 본다. 소득으로 감당 못하는 과도한 집을 억지로 갖고 있으면 그 집이 보물단지가 아니라 애물단지가 되도록 제도를 다시 설계해 시장에 매물을 늘려야 한다는 뜻이다. 예를 들어 미국의 경우 소득이 없는 사람은 세금 부담 때문에 대도시 주택을 처분하고 살기 좋은 지역의 실버타운으로 이전해 풍요한 노년을 즐긴다는 것이다. 구축 매물을 늘리려면 노후를 불안해 하며 상급지 주택을 억지로라도 붙들고 있으려는 사람들에게 이러한 대안을 제시해야 한다. 그러나 이번 대책에는 이러한 비전이 없다.

정부의 10·15 부동산 대책은 노후 불안에 무리해서라도 고가주택을 보유하려는 사람들에게 대안을 제시하지 못했다는 지적을 받는다. 사진은 미국의 은퇴 노년층이 많이 이주해 사는 플로리다주 웨스트 팜비치./주드 맥크레이니(위키피디아, 2023년 1월 11일)

문제점⑤ 무주택 서민·청년층 대책이 없다

주택 정책의 가장 중요한 목표는 주거 안정성 확보이다. 특히 무주택 서민과 사회생활 첫 출발을 하는 청년층이 전·월세 주거지를 안정적으로 확보하도록 하는 조치가 일순위이다. 하지만 이번 대책은 이러한 정책 목표와 반대 효과를 내는 부작용이 많다. 예를 들어 토지거래허가구역에서 아파트를 사는 사람은 반드시 입주해 2년간 실거주해야 한다. 전세를 낀 매입이 불가능하다. 그래서 주택을 팔려는 사람은 기존 전세 세입자들을 내보내야 한다. 또 전세자금 대출이 축소되면 월세로 전환되는 주택이 늘어나는데 이 경우 세입자의 주거비 부담이 늘어난다. 이런 문제점 때문에 예전 정책 당국자들은 이번과 같은 규제 대책 발표 이전에 먼저, 혹은 대책 발표와 동시에 무주택자 대책을 내놓았다. 그러나 이번 대책에는 이러한 배려가 전혀 없다.

정부가 급등하는 부동산 시장에 맞서 근본적인 처방책을 제시하지 못하는 이유는 내년 6월에 시행되는 지방선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사진은 2022년 제8회 전국동시지방선거 투표 모습./뉴스1

부실 대책의 원인은 선거 걱정

종합해 보면 전문가들은 정부가 이번에 대규모 대책을 내놨지만 장기적이고 지속적인 효과를 기대하기는 어렵다고 본다. 당분간 거래는 위축되지만 어느 정도 시간이 지나면 상급지 고가주택의 가격 상승과 중하급지의 키맞추기 현상이 되살아날 것이라는 전망이 많다. 집값 폭등의 원인인 통화량 증가, 주택 투자의 높은 장기수익률에 대한 기대감을 역전시키는 근본 조치가 이번 대책에 포함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근본 대책이 빠진 이유로 이재명 대통령과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이 주택 시장 안정과 서민의 주거생활보다는 내년 지방선거를 정책 결정의 우선 순위에 두기 때문이라고 해석한다. 세금 인상과 구축 매물 확대 등 장기 투자수익률 하락을 위한 근본 처방을 할 경우 고가주택 보유자들의 표심 이탈로 내년 지방선거에서 고전할까봐 두려워한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