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윤철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14일 법인세 인상을 둘러싸고 여야 의원들과 격돌했다. 기업 부담을 늘리는 법인세 인상을 비판하는 야당 의원들에게 구 부총리는 “법인세를 인하해주면 기업이 투자를 늘린다는 건 고전적인 시각”이라며 정면 반박했다.

구 부총리는 이날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국정감사에서 김영진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질의에 “기업은 투자 수익이 나면 빌려서라도 하는 속성이 있다”며 “이번 법인세 정책도 일부 정상화하면서 대신 기업에 대한 투자를 더 늘려 나가겠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오히려 기업에만 맡겨둘 경우 (투자를) 주저하는 분야가 있지 않을까 하는 측면이 있기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구윤철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14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기획재정위원회의 기획재정부(조세정책)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의원 질의에 답하고 있다. /남강호 기자

◇“법인세 인상 아닌 정상화 조치”

최은석 국민의힘 의원은 “정부는 기업 하기 좋은 나라를 외치지만 현실은 정반대다. 기업가 정신을 억누르는 입법 문제가 많다”며 법인세율 인상 강행 여부를 물었다.

최 의원은 “우리나라 전체 법인의 절반이 넘는 54%가 법인세를 내지 않고 있고 껍데기만 남은 법인도 많이 급증하고 있다”며 “기업들이 관세협상이라는 전쟁의 최전선에서도 싸우고 있고, 노란봉투법과 상법 개정으로도 압박을 많이 받고 있는데, 역설적으로 기업의 생존을 위협하는 모순적인 상황”이라고 우려했다.

이에 구 부총리는 “법인세율은 인상이 아니라 정상화조치로 봐야한다”며 “지적하신 부분들에 대해서도 내년도 예산에 SMR 관련 예산, 인재 유출 방지 예산 등 반영해 편성하려고 노력하고 있다”고 답했다. 그는 또 “법인세 인상이 아니라 과거에 내린 부분에 대한 정상화라고 생각한다”며 “대신 거둬들인 돈에 돈을 더 보태서 기업지원을 특정 분야로 하겠다”고 말했다.

기재부는 앞서 모든 법인세 과세표준 구간의 세율을 1%포인트씩 상향 조정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법인세 최고세율은 2009년 이명박 정부에서 25%에서 22%로 낮아졌다가, 2017년 문재인 정부에서 25%로 인상됐으며, 2022년 기업 투자 활성화를 이유로 다시 24%로 낮췄다.

구 부총리는 재정준칙에 대해서도 “지금과 같은 변혁기엔 1년 단위의 재정준칙 논의는 재정의 신축성을 잃을 수 있다”며 부정적인 입장을 밝혔다. 그는 “1년 단위로 했을 땐 재정에 신축성이 사라져 국가의 대변혁기에 투자 부분에 활용하지 못하는 측면이 있다”며 “어느 정도 범위 내에서 재정준칙을 운영할 것인지 연구가 좀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이는 전 정부에서 관리재정수지 적자 한도를 3% 이내로 제한하는 것을 골자로 추진해온 재정준칙 법제화를 폐기하고, 적용 단위와 적자비율 범위를 유연하게 조정하겠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구윤철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14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기획재정위원회의 기획재정부(조세정책)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의원 질의에 답하고 있다. /남강호 기자

◇부동산 세제 개편 “대통령실과 수시 소통”

구 부총리는 부동산 세제 개편과 관련해서는 “(대통령실과) 수시로 소통하고 있다”고 밝혔다. 박대출 국민의힘 의원이 ‘부동산 세제 개편과 관련해 대통령실과 논의한 적이 있느냐’고 묻자 이렇게 답하며 “(부동산) 세제 운영방향에 대해서 어떻게 하면 효율적인지 고민하고, 세제 개편 검토는 늘 하고 있다”고 말했다.

구 부총리는 ‘부동산 세제를 강화하겠다는 것은 시장에 이상한 시그널을 줄 수 있다’는 지적에는 “세제라는 것은 굉장히 시장에 미치는 민감도가 높다”며 “(부동산 세제 개편을) 내부적으로 검토는 하고 있으나 아직까지 확정된 것은 없다”고 했다. 또 “(세금으로 집값 잡지 않겠다는) 대통령 말씀도 세금으로 수요를 억압해서 가격을 관리하는 것이 아닌 공급을 늘려서 적정가격을 유지하자는데 방점이 찍힌 것”이라고 덧붙였다.

◇“세제실을 세제지원실로“…기재부 입지 더 좁아지나

정부 조직 개편으로 기획재정부가 기획예산처와 재정경제부로 쪼개지면서 핵심 기능인 예산 기능이 떨어져나가 ‘세입처’가 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는 가운데, 세제실마저 입지가 좁아지는 상황이 벌어졌다.

최기상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헌법에는 ‘모든 국민은 법률이 정하는 바에 따라 납세의무를 진다’, ‘조세의 종목과 세율은 법률로 정한다’라고 돼 있다”며 “세금을 누가 정해야 하는가. 국회, 기재부, 대통령비서실 중 어디냐”고 물었다. 구 부총리가 “국회가 한다”고 답하자, 최 의원은 “그렇다면 기재부 세제실은 세금을 정하는 곳이 아니라 세금을 정할 수 있도록 국회를 지원하는 역할을 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최 의원은 “추후 조직 개편 시 명칭을 ‘세제실’이 아니라 ‘세제지원실’로 바꾸길 제안한다”며 “헌법에 따라 세금을 정하는 권한은 국회에 있다. 그 정신을 잘 살리고, 세제지원실이 국회와 충분히 상의하고 협의하는 방향으로 운영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기재부가 예산 기능을 잃고 세제실만 남은 상황에서 그마저도 ‘지원’ 역할로 격하해야 한다는 여당 의원의 압박으로, 경제 컨트롤타워로서 기재부의 입지가 더욱 좁아질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