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토교통부가 내년 8월 법적 시행 시한을 앞두고 택시 월급제 개선안을 마련하면서 ‘주 40시간’ 근무 규정을 지역별·수입별로 달리 적용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택시업계와 노조가 현행 제도의 일률적 적용에 강하게 반발하는 상황에서, 정부가 현실을 반영한 개정안을 국회와 협의해 내놓을지 주목된다.
25일 국토부에 따르면 정부는 지난 8월 국회에 택시 월급제 개선 방안을 보고했고, 현재는 국회 국토교통위원회를 중심으로 구체적인 개정안 논의가 이어지고 있다.
현행 ‘택시운송사업의 발전에 관한 법률(택시사업법)’은 내년 8월 20일 전국 시행을 못 박고 있어, 그 전에 대안을 확정해야 한다. 지난해 국회가 여야 합의로 시행을 2년 유예하면서 ‘1년 내 정부 개선안 보고’ 조건을 달았고, 이번 논의는 그 후속 절차다.
택시 월급제는 2019년 도입된 제도다. 법인택시 기사에게 주 40시간 이상 근무를 의무화하고 일정 수준의 월급을 보장한다. 서울은 2021년 먼저 시행했지만 가동률 급감과 법인택시 도산으로 부작용이 커졌다.
지방은 승객 수요 자체가 적어 기사 확보가 어렵고, 고령 기사들이 장시간 근무를 버티기 힘들다는 점에서 반발이 거세다. 업계는 ‘제도가 현실을 반영하지 못한다’는 점을, 노조는 ‘과도한 근무 강제가 이탈을 부른다’는 점을 지적하고 있다. 이런 배경 속에서 정부와 국회가 대안 마련에 나선 것이다.
이에 논의되는 대안은 크게 두 가지다. 첫째, 지역별 차등 적용이다. 서울·수도권 같은 대도시에서는 기사가 주 40시간 이상 근무하도록 하지만, 승객 수요가 적은 지방에서는 전체 기사 중 일정 비율만 40시간 이상을 지키도록 하는 방식이다. 다만, 지방에서 어느 정도 비율을 적용할지는 아직 확정되지 않아 국토부가 노사와 협의 중이다.
둘째, 수입별 밴딩제다. 기사 1인당 운송 수입이 월 400만~500만원 이상 나오는 지역에만 월급제를 적용하고, 그 이하 지역은 기존 방식이나 다른 임금체계를 병행하는 방안이다.
업계는 월 고정급 204만원을 지급하기 위해선 기사 1인당 최소 400만~500만원의 운송 수입이 필요하다고 본다. 한 택시업계 관계자는 “서울·수도권은 가능하더라도 지방은 수입이 턱없이 부족하다”면서 “수입별 차등이 없으면 사업주 부담이 커져 제도 자체가 무너질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국토부도 지역별 수입 편차가 크다는 점을 인정하며, 차등 적용을 놓고 노사와 논의를 이어가고 있다.
노동계의 반발도 만만치 않다. 전국택시노조연맹은 고령 기사들이 장시간 근무를 감당하기 어려워 업계를 대거 떠날 수 있다고 우려한다. 전국택시운송사업조합연합회에 따르면 올해 7월 기준 법인택시 운전자는 7만2555명으로 2019년 10만명을 웃돌던 수준에 비하면 크게 줄어든 상태다.
정치권에서도 시각차가 뚜렷하다. 수도권 지역구 의원들은 근로 안정성을 위해 월급제 도입이 필요하다는 입장인 반면, 영남·호남 의원들은 현실적 한계를 강조한다. 국토부 관계자는 “여야 모두 다양한 의견이 있어 조율이 필요하다”면서 “노사와 정치권의 합리적 의견을 모아 국회에 개정안을 보고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재명 정부의 노동정책 기조도 변수가 되고 있다. 이 정부는 노동자의 권리 보장과 노동 존중을 핵심 과제로 제시했다. 초기업단위 교섭 활성화, 주4.5일제 지원, 정년 연장, 동일노동 동일임금 법제화 등이 대표적인 공약이다. 정부가 택시 월급제의 주 40시간 강제 규정을 조정하려면 이러한 권리 보장 기조와 업계 현실 간의 균형을 찾아야 할 것으로 보인다.
전문가들은 근로 안정성과 기사 처우 개선이라는 본래 취지를 지키면서도 유연한 임금 체계를 마련하는 것이 관건이라고 지적한다. 김동영 한국개발연구원(KDI) 연구원은 “사업주와 기사 모두가 납득할 수 있는 임금체계가 마련돼야 한다”면서 “임금제도가 현실화돼야 비용이 아닌 투자로 받아들여질 수 있고, 최저임금을 보장하는 범위 내에서 지역과 산업의 특성을 고려한 유연한 월급제 설계가 필요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