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통화기금(IMF)이 올해 한국 경제성장률을 0.9%로 전망하며 정치 불확실성과 내수 부진이 지속되는 가운데 재정건전화를 서둘러야 한다고 지적했다.

IMF는 24일 발표한 ’2025년 한국 연례협의' 결과에서 “한국 성장률이 올해 0.9%에 그치고 내년 1.8%로 반등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올해 성장률 전망은 정부와 한국은행, 한국개발연구원(KDI),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등 국내외 주요 기관의 전망치(0.8~0.9%)와 비슷한 수준이다.

라훌 아난드 IMF 한국 미션단장이 지난해 11월 20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2024년 IMF 연례협의 결과 브리핑을 하고 있다. /뉴스1

라훌 아난드 IMF 한국 미션단장은 “지속된 국내 정치 상황과 세계 무역 정책의 불확실성이 올해 한국의 성장에 부담으로 작용했다”며 “완화적 정책이 단기 성장을 뒷받침하겠지만, 장기적으로 잠재 성장률을 높이려면 구조 개혁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IMF “한국, 급속한 고령화로 재정지출 압력 가중”

IMF는 한국이 저성장 국면에서 급속한 고령화로 인한 재정지출 압력이 가중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IMF는 보고서에서 “향후 고령화와 관련한 지출 압력을 수용하기 위해 장기적인 재정 개혁이 필요하다”며 연금제도 개편을 우선 과제로 제시했다. 특히 IMF는 “재정의 지속가능성을 확보하는 한편 대규모 재정지출 압력에 대응할 여력 확보가 시급하다”며 “성장률이 잠재성장률에 수렴함에 따라 재정건전화 노력이 재개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IMF는 재정수입 확대와 지출효율성 향상도 병행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한국의 국가부채 비율이 내년에 국내총생산(GDP) 대비 50%를 넘어서는 등 급증세를 보이는 가운데, 저성장과 고령화가 맞물리면 재정건전성 악화 속도가 더욱 빨라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올 수 있는 대목이다.

◇”재정앵커 도입하고 구조 개혁 서둘러야”

IMF는 재정건전성 확보 방안으로 ‘중기 재정앵커(anchor)’ 도입을 제시했다. 보고서는 “개선된 중기 재정 프레임워크 안에서 신뢰가능한 중기적인 재정앵커를 도입하는 것이 장기적인 재정의 지속가능성을 확보하는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재정앵커는 GDP 대비 국가부채 비율이나 재정적자 한도를 법적으로 규정하는 장치다. 유럽연합(EU)은 GDP 대비 재정적자 3%, 국가부채 60% 상한선을 운용하고 있다. 아난드 단장은 “단기적으로는 마이너스 생산갭과 목표 수준에 근접한 인플레이션을 고려할 때 완화적 재정·통화 정책이 적절하다”면서도 “성장률이 회복되면 재정건전화에 나서야 한다”고 했다.

IMF는 저성장 탈출과 재정건전성 확보를 위해서는 잠재성장률을 높이는 구조 개혁이 필수적이라고 지적했다. 보고서는 “한국의 잠재 성장률을 높이기 위해 구조개혁을 가속화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중소기업과 대기업 간 생산성 격차 해소, 인공지능(AI) 대전환 활용, 노동시장 경직성 완화가 시급하다”고 했다. 또 “내수를 활성화하고 수출구조를 다변화하는 것이 더 견고한 성장을 위해 필수적”이라고 덧붙였다.

◇非기축통화국인 한국, 국가부채 유의해야

한편 이재명 대통령은 지난 11일 취임 100일 기자회견에서 “부채로 100조원을 만들었으면 이 돈으로 그 이상을 만들어내서 얼마든지 갚을 수 있기 때문에 지금은 그렇게 해야 할 때”라며 “국채 규모의 절대액은 별로 중요하지 않다”고 말한 바 있다. 이 대통령은 “국채를 발행하면 (GDP 대비) 부채 비율이 약 50%를 약간 넘는 그 정도가 될 것”이라며 “그런데 다른 나라의 경우를 보면 대개 100%가 넘고 있다”고 했다.

GDP 대비 국가부채 비율이 100~200%를 넘는 미국, 일본, 프랑스 등 주요 선진국에 비하면 우리나라의 부채 비율이 훨씬 낮아 크게 우려할 필요가 없다는 취지의 발언으로 풀이된다. 하지만 기축통화국인 주요 선진국과 달리 비기축통화국인 한국의 경우, 현재 50% 안팎인 GDP 대비 국가부채 비율만으로도 국가 신용도에 큰 위협이 될 수 있다는 지적이 많다.

실제로 비기축통화국 중에서 우리나라의 정부 부채 비율은 꽤 높은 편이다. 국제통화기금(IMF)에 따르면, 한국의 올해 GDP 대비 일반 정부 부채 비율(54.5%)은 IMF가 선진국으로 분류한 37국 중 비기축통화국인 11국 평균(54.3%)보다 높다. 여기서 일반 정부 부채는 국가 채무에 비영리 공공기관 부채를 합한 것이다. 한국이 비기축통화국 평균을 넘은 것은 올해가 처음이다. 11국 중에선 4위다.

IMF는 우리나라 정부 부채 비율이 2029년 말 58.4%까지 불어나면서 싱가포르(177.6%), 이스라엘(70%)에 이어 3위에 오를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그런데 싱가포르는 국부 펀드 투자를 위한 채권 발행이 회계상 부채로 잡힌 특수한 경우이고, 이스라엘은 전쟁 비용, 전쟁 피해에 따른 복지비 지출 등으로 빚이 많다. 이런 점을 감안하면 사실상 한국이 비기축통화국 중 가장 위험한 수준이라 볼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