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픽=김현국

요즘엔 안정적인 노후를 위해 퇴직연금을 잘 관리하는 게 필수로 여겨진다. 그러나 바쁜 일상에 치이다 보니 퇴직연금 계좌에서 돈을 잘 굴리지 못하거나, 복잡 다단한 제도 탓에 제대로 활용하는 법을 알기가 어렵다는 이가 많다. 금융감독원과 전문가들은 “디폴트 옵션과 실물 이전, 지연 보상금 등 세 가지 제도만큼은 반드시 알아둬야 한다”고 조언한다. 퇴직연금 가입자들을 위한 노하우를 정리해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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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B·DC 있어도 IRP 가입 고려

7일 금감원 등에 따르면, 퇴직연금은 확정급여(DB)형과 확정기여(DC)형, 그리고 IRP(개인형 퇴직연금)로 분류된다. DB형은 회사가 자체적으로 연금을 운용하다가 근로자가 퇴직할 때 미리 정해진 금액대로 퇴직급여를 지급하는 방식이다. 반면 DC형은 회사 측이 매년 임금의 12분의 1만큼을 근로자의 퇴직연금 계좌에 넣어주면, 근로자 개인이 알아서 자금을 운용하는 구조다. IRP는 DB·DC형과 별개로 근로자와 자영업자 구분 없이 개인이 알아서 가입하는 퇴직연금 계좌다. 퇴직연금은 연금저축과 합산해 연간 900만원까지는 총급여에 따라 13.2%~16.5%만큼을 세액공제받을 수 있기 때문에, DB·DC형을 보유하고 있더라도 공제 한도가 남아 있다면 추가로 IRP에 가입해 세금 혜택을 더 받는 게 합리적이다.

스스로 노후 자금을 굴리려는 이들이 늘어나면서, DB형 대신 DC형과 IRP 가입자가 빠르게 늘어나는 추세다. 작년 말 기준 DB형 적립금은 214조6000억원으로 전년 대비 9조3000억원 늘어나는 데 그쳤지만, DC형은 118조4000억원으로 17조원 불었고 IRP는 98조7000억원으로 23조1000억원이나 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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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동 투자되는 ‘디폴트 옵션’

특히 요즘 같은 주가 상승기에는 DC형과 IRP 수익률이 더 좋다. 올해 2분기 퇴직연금 사업자들의 DB형 수익률은 평균 연 4.27%에 그쳤지만, DC형은 4.78%, IRP는 4.55%를 보였다. 이이천 하나은행 연금제도팀장은 “DB형은 원리금을 보장하는 예금 등 상품 위주로 구성하지만, DC형과 IRP는 펀드 등 실적에 따라 손익이 갈리는 상품들을 많이 담는다”며 “주식 시장이 좋을 때는 DC형과 IRP 수익률이 올라가고, 반대라면 DC형과 IRP 수익률이 떨어지게 된다”고 설명했다.

DC형과 IRP에 가입해 여러 상품을 사놓고도, 만기가 지날 때까지 그대로 방치하는 경우가 많다. 이를 방지하기 위해 지난 2023년 도입된 제도가 디폴트 옵션이다. DC형이나 IRP 계좌를 통해 가입한 상품 만기를 채우고 나서 6주 동안 운용하지 않을 경우, 자신의 투자 성향에 맞게 미리 지정해둔 상품에 자동으로 가입하도록 하는 방식이다. 디폴트 옵션을 통해 가입한 상품은 언제든 변경할 수 있다. 이이천 팀장은 “퇴직연금 사업자마다 다양한 유형의 디폴트 옵션을 준비하고 있기 때문에, 본인 성향에 맞춰 디폴트 옵션만 잘 걸어도 안정적으로 노후를 챙길 수 있다”고 했다.

퇴직연금 포트폴리오를 자주 바꾸는 것은 좋지 않다는 게 전문가들의 조언이다. 한유진 우리은행 연금사업부 차장은 “퇴직연금은 20~30년씩 굴려야 하기 때문에 ‘낮은 지수에 많은 좌수’를 확보하는 게 가장 중요하다”며 “그러려면 단타보다는 저가에 사두고 오래 묵혀 둘 상품 위주로 구성해야 한다”고 했다.

◇운용사를 갈아탈 땐 ‘실물 이전’

현재 퇴직연금 계좌를 개설한 은행·보험·증권사보다 다른 곳의 상품 구성이 더 좋아 보일 때가 있다. 이때 무작정 기존 계좌를 청산해 현금으로 받은 뒤 다른 곳으로 옮겨가 다시 똑같은 금융 상품에 가입하는 건 좋지 않다. 금감원은 “계좌를 청산할 때 불필요한 수수료가 들고 운용 공백이 생긴다”고 설명했다. 따라서 작년 10월 31일부터 시행된 ‘실물 이전’ 제도를 활용할 수 있다. 이는 기존 계좌에서 담아두고 있던 예금과 펀드 등을 고스란히 다른 계좌로 옮겨 가는 방식이다. 제도 시행 후 지난 1월까지 실물 이전한 적립금만 2조4058억원에 달한다.

◇적립·지급 안 되면 ‘지연 보상금’

DB형과 DC형 가입자의 경우 회사에서 퇴직연금 적립금을 제대로 지급받고, 급여를 정확하게 수령하는 것도 중요하다. 특히 DC형은 매년 적립금이 꼬박꼬박 들어오는지 확인하고, 제때 들어오지 않을 경우 지연 보상금을 달라고 요구할 수 있다. 회사를 그만두고 퇴직급여를 수령할 때도 마찬가지다. 퇴직급여 신청 후 3영업일(적립금 매각 소요 기간 제외) 이내에 급여가 들어오지 않으면 지연 보상금을 요구할 수 있다. 금감원은 “만약 회사 측에서 퇴직연금 사업자에게 퇴직급여를 신청하지 않아 문제가 생긴다면, 근로자 본인이 급여를 퇴직연금 사업자 측에 직접 신청할 수 있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