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줄기찬 금리 인하 압박에도 30일(현지시각)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연준)가 기준금리를 현행 4.25~4.50%로 동결했다. 올해 1·3·5·6월에 이어 다섯 번째다. 관세에 따른 물가 상승이 예상되는 만큼 동결될 것이라는 시장 관측을 벗어나지 않았다.
연준은 회의 뒤 성명에서 “실업률이 여전히 낮고 노동시장도 견고하지만 인플레이션(물가 상승)은 다소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경제 전망의 불확실성이 여전히 강하다”고 배경을 설명했다.
◇트럼프 재차 “금리 지금 내려야” 강조
앞서 미국 2분기 국내총생산(GDP) 증가율이 전문가 예상치를 웃도는 전년 동기 대비 3.0%를 기록하며 1분기 역성장 국면에서 반등에 성공하자 트럼프 대통령은 곧바로 자신의 소셜미디어에 “금리를 지금 내려야 한다”고 촉구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임기 초부터 금리 인하를 강하게 요구해왔지만, 연준은 관세 정책에 따른 경제전망 불확실성이 여전히 높다는 점 등을 들어 하반기에도 금리 동결 기조를 고수했다.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은 금리 동결 직후 열린 기자회견에서 “저와 대부분 위원은 제한적인 통화정책이 부적절하게 경제의 발목을 잡고 있다고 보지 않으며 완만하게 제한적인 정책이 적절하다고 보인다”고 밝혔다.
이날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에서 미셸 보먼 부의장, 크리스토퍼 월러 이사 등 2명이 0.25%포인트 금리 인하를 요구하며 연준은 분열하는 모습을 보였다. 연준 이사 2명이 FOMC 회의에서 소수 의견을 낸 것은 1993년 이후 처음이다. 이번에 반대표를 던진 이사 두 명은 모두 트럼프 대통령이 임명한 인사다.
◇연준은 ‘조심스러운 긴축’
금리 인하 소수의견이 나왔지만 시장에서는 이번 연준의 결정을 전반적으로 매파적(통화 긴축 선호)이라고 평가하고 있다.
연준은 정책결정문에서 경제 평가 관련 표현을 ‘견조한(solid) 속도로 확장’에서 ‘상반기 동안 완만해짐(moderated)’으로 변경한 것이 다소 비둘기적(통화 완화 선호)이지만 파월 의장이 여전히 금리 인하에 신중한 입장이라는 것이다.
파월 의장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9월 기준금리 인하 기대가 현시점에서 비현실적이냐’는 질문에 현 연준의 통화정책 기조를 ‘완만하게(modestly) 제한적’이라고 평가했다.
금리가 경기와 인플레이션을 과도하게 압박하지 않는 정도, 즉 경제를 심각하게 위축시키지 않으면서도 물가 상승 방지에 어느 정도 효과를 내는 ‘조심스러운 긴축’이라는 뜻으로 적절하다는 얘기다.
◇시장 “내년 초 이후 금리 인하 전망”
향후 9월 FOMC 회의에서 연준이 금리를 내릴 것이라는 전망도 약해졌다. 이날 회의 직후 연준의 9월 정책금리 인하 전망은 69.9%에서 47.3%로 떨어졌다.
MS는 “연준이 올해 금리를 동결하고, 관세 영향으로 인플레이션이 정점일 것으로 예상되는 내년 초 이후에 금리 인하를 시작할 전망”이라고 했다. TD는 “9월 금리인하에 대한 기대가 축소됐다”고 했고, BNP도 “실업률이 일정하게 유지될 것으로 예상하며, 이에 따라 연준은 올해 중 정책금리를 동결할 것으로 예상한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