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이 던진 예상보다 거친 관세 폭탄에 글로벌 투자자들이 안전 자산으로 몸을 피하고 있다. 3일 금(金)·채권·일본 엔화에 수요가 몰려 가격이 급등했다.

이날 새벽 트럼프 대통령의 상호 관세 부과 방침 발표 직후 금 현물 가격은 1.2% 급등하며 온스(31.1g)당 3165달러를 기록, 사상 최고치를 경신했다. 글로벌 경제에 대한 우려가 클수록 투자자들은 금을 피난처로 삼는 경향이 있다. 국제 금 가격은 지난해 각국 중앙은행이 앞다퉈 사들이는 효과 등으로 대폭 상승했으며, 올 들어서도 19% 올랐다. 한국금거래소에 따르면 이날 시중에서 금 1돈(3.75g)을 살 때 64만8000원을 줘야 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미국 투자은행 골드만삭스는 올해 말 금값 전망치를 기존 온스당 3100달러에서 3300달러로 상향 조정했다.

상호 관세 발표 전까지만 해도 연 4.218%였던 미 국채 10년물 금리는 4.061%로 급락(국채 가격은 상승)했다. 위험 자산인 주식에서 빠져나온 자금이 대거 안전한 국채로 몰려들었기 때문이다.

일본의 초저금리 정책 때문에 약세를 보여왔던 엔화도 이날 안전 자산으로 재평가받았다. 1달러당 150엔대에 거래되던 엔·달러 환율은 이날 147엔까지 하락(엔화 가치 상승)해, 지난해 8월 이후 최저 수준을 기록했다. 엔화는 세계 1위인 일본의 막대한 대외 순자산을 기반으로 한 지불 능력, 상대적으로 낮은 물가상승률 때문에 안전 자산으로 평가받는다. 엔화 가치가 오르면서 이날 100엔당 원화 환율은 998원까지 올라 2022년 3월 이후 3년 만에 1000원대를 목전에 뒀다.

반대로 위험 자산 가격은 급락을 면치 못했다. 이날 서부텍사스산 원유 선물 가격은 3.9% 급락하며 배럴당 70달러 선이 깨졌다. 상호 관세가 전 세계 경제를 위축시켜 원유 소비를 줄일 수 있다는 전망 때문이다. 위험 자산으로 분류되는 비트코인의 가격은 8만7000달러 선에서 8만2000달러 선까지 주저앉았다. 트럼프 대통령 취임 직후 개당 10만6000달러까지 치고 올라갔던 기세가 확 꺾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