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16일 오전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금융통화위원회에 참석하고 있다. /뉴스1

한국은행이 16일 기준금리를 현재 연 3%에서 동결했다. 이번 결정은 한은이 당장 금리를 내려 경기 부양 나서는 것보다 환율로 인한 부담이 더 크다고 본 것으로 풀이된다. 이달 이창용 총재는 올해 신년사에서 통화정책 방향과 관련해 “입수한 데이터를 바탕으로 대내외 리스크 요인을 면밀히 점검해 인하 속도를 유연하게 결정해나가겠다”고 한 바 있다.

◇금융위기 수준 환율

이달 들어 미 달러화 대비 원화 환율은 1460~1470원대에서 움직이고 있다. 지난달 평균 환율은 1434.42원으로 월 평균 환율의 직전 최고치는 금융위기 당시였던 2009년 3월(1461.98)원이다. 이런 상황에서 미국이 기준금리 인하 속도를 늦출 가능성이 높게 점쳐지며 인상 전망까지 나오자 강달러 기조가 이어지고 있다. 한은 뉴욕사무소가 이달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글로벌 투자 은행 10 곳 중 2곳이 올해 미국의 금리 인하가 없을 것이라고 봤다.

이와 함께 다음주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 당선인 취임, 이달 말 미 연방준비제도의 올해 첫 기준금리 결정 등 주요 일정들도 예정됐다. 이런 상황에서 한은이 현재 1.5%포인트 수준인 한미 금리차를 벌리며 먼저 금리를 내리기보다 동결을 택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날 오전 10시 기준 원달러 환율은 전날보다 10.75원 내린 1450.45원을 기록 중이다.

◇경기부양 어쩌나

이번 기준금리 결정에 앞서 글로벌 투자은행들은 인하가능성을 높게 봤다. 골드만삭스, 시티그룹, UBS, JP모건 등은 보고서를 통해 이번에 한은이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내릴 것이라고 밝혔다. 이들이 금리 인하할 것이라고 본 주요 근거는 한은이 경기 안정을 우선순위로 삼을 것이라는 점이다. 지난 달 계엄사태와 탄핵정국으로 국내 정치 불확실성 높아지며 소비심리가 위축됐고, 트럼프 당선인 취임 후 관세 정책으로 수출도 타격을 받을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그만큼 현재 경기가 관련 지표들은 부정적이다. 전산업 생산은 9~11월 석 달 연속 전기대비 마이너스를 기록했고, 작년 1~11월 소매판매액 지수는 전년 동기 대비 2.1% 감소했다. 이는 카드대란이 있던 2003년(-3.1%) 이후 21년 만에 최대 폭이다. 그나마 수출이 경기를 버텨줬는데, 이달 들어 1~10일 수입액이 수출액을 웃돌면서 무역수지가 29억7000만달러 적자를 기록했다.

외부의 평가도 좋지 않다. 캐피탈 이코노믹스는 최근 보고서에서 “제조업 구매관리자지수(PMI)가 하락하고 소비자 심리가 급락하는 등 정치 위기가 경제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신호가 포착됐다”며 “가능성은 낮아 보이나 정치 위기가 빠르게 해결돼도 소득 둔화, 부동산 경기 침체, 긴축 재정 등 복합 요인으로 내수 둔화가 성장을 억제하며 경제적으로 어려운 한 해가 될 것”이라고 했다. JP모건은 “1월 금리 인하 후 올해 중 분기마다 금리 인하가 이뤄질 것”이라고까지 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