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1월 28일 서울의 한 대형마트에서 한 시민이 장을 보고 있다. /뉴스1

정부가 계엄 파문 후 처음으로 낸 경기 진단 보고서에서 ‘경기 회복세’란 표현이 14개월 만에 빠지고, 대신 ‘경기 하방 위험’이 들어갔다.

기획재정부는 13일 ‘최근 경제동향’ 보고서에서 “대내외 불확실성 확대로 가계·기업 경제 심리 위축 등 하방 위험 증가가 우려된다”고 했다. 또 “글로벌 경제는 전반적 회복세를 보이고 있으나 지정학적 리스크가 여전한 가운데 통상 환경 변화 가능성 등 불확실성이 증대하고 있다”고 했다.

보고서에는 ‘계엄’이나 ‘탄핵’이 직접 언급되지 않았지만, 김귀범 기재부 경제분석과장은 “대내외 불확실성에는 최근 정치적 상황이 포함된다”고 했다. 기재부는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소추안 의결 이틀 뒤 발표한 2016년 12월호 보고서에서도 “국내적 요인에 의한 소비·투자 심리 위축 등 하방 위험 확대 우려가 있다”고 진단했었다.

그린북. /뉴스1

표지가 녹색이어서 ‘그린북’으로 불리는 이 보고서는 기재부가 매달 내수와 수출, 고용, 금융 시장 등을 종합해 발표하는 경기 진단 보고서로, 한국개발연구원(KDI)이나 현대경제연구원 등 국책·민간 연구소와 달리 비관적 전망을 자제하는 경향이 있다. 하지만 내수 부진과 수출 증가율 둔화로 경제 심리가 위축되는 가운데 계엄 파문에 따른 정국 혼란, 미국 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에 따른 관세 장벽 우려 등 불확실성이 커지자 비관론으로 바뀐 것이다.

기재부는 작년 11월 그린북에서 “경기 회복 조짐이 서서히 나타나고 있다”고 언급하는 등 지난달까지 13개월 연속 “경기 회복 조짐이 있다”고 진단했었다. 하지만 이번 달 그린북에선 이 표현이 빠졌다.

계엄 파문 이전부터 생산과 소비, 설비·건설 투자 등 각종 경제 지표가 부진한 모습을 보인 점도 정부의 경기 진단이 어두워진 이유다. 최근 산업 활동 지표인 10월 생산과 소매판매, 설비투자, 건설투자가 모두 마이너스를 기록했다. 지난달 수출액의 전년 동월 대비 증가 폭도 1.4%에 그쳐 4달째 증가 폭이 축소됐다.

지난달 주가 하락, 국고채 금리 하락, 환율 상승 등으로 금융 시장도 불안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고 기재부는 밝혔다. 기재부는 “경제관계장관회의를 컨트롤타워로 관계 기관 공조를 통해 대외 신인도를 확고하게 유지하는 한편, 산업 경쟁력 강화 노력과 함께 민생 안정 지원 방안을 마련하는 등 추진하겠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