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장 금리가 떨어지는 와중에도 은행들이 ‘릴레이 대출 금리 인상’을 하는 바람에 주요 은행들의 가계 예대금리차가 4개월 만에 확대됐다. 시장 금리 하락에 따라 예금 금리는 내린 반면, 금융 당국이 가계 대출을 관리하라고 하자 은행들이 가산 금리 등을 올리는 방식으로 대출 금리를 올렸기 때문이다. 대출 조이기 명목으로 억지로 대출 금리를 올렸더니 은행들의 배만 불리는 결과로 이어진 셈이다.

그래픽=백형선

◇대출 금리 릴레이 인상에 늘어난 예대금리차

1일 은행연합회 공시에 따르면,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 등 5대 은행의 8월 신규 취급액 기준 가계 예대금리차(정책 서민금융 제외)는 평균 0.57%포인트로, 7월(0.434%포인트)보다 0.136%포인트 확대됐다. 가계 예대금리차는 가계 대출 금리와 예금 금리의 차이다. 예대금리차가 클수록 은행의 수익은 커진다.

올 1월 평균 0.822%포인트였던 5대 은행의 예대금리차는 축소와 확대를 오가다 4월(0.764%포인트) 이후 7월까지 하락세를 이어갔다. 그런데 8월 들어 확대로 방향을 바꿨다.

줄던 예대금리 차이가 늘어난 건 예금 금리가 내리는 동안 대출 금리가 올랐기 때문이다. 5대 은행의 예금 등 저축성 수신 금리는 5월 평균 연 3.56%에서 7월 연 3.43%로 꾸준히 떨어졌다. 8월도 평균 연 3.37%를 기록, 한 달 사이 0.06%포인트 내렸다.

평균 가계 대출 금리는 5월 연 4.26%에서 7월 연 3.86%로 계속 내렸지만, 8월엔 연 3.94%로 반등했다. 금융 당국의 가계 부채 관리 주문에 주요 은행들이 7월 하순부터 일제히 대출 금리를 인상했기 때문이다. 5대 은행에서만 7월 말부터 8월까지 대출 금리 인상이 총 22차례 이뤄졌다. 이 같은 ‘릴레이 금리 인상’으로 8월 예대금리차가 벌어진 것이다.

8월 은행별 예대금리차를 살펴보면 NH농협은행이 전달보다 0.24%포인트 확대된 1.09%포인트를 기록하며 5대 은행 중 가장 컸다. KB국민은행의 예대금리차가 0.71%포인트로 둘째로 컸다. 이어 하나은행(0.58%포인트), 신한은행(0.24%포인트), 우리은행(0.23%포인트) 순이었다. 하나은행은 전달보다 예대금리차가 0.05%포인트 커졌고 신한은행, KB국민은행도 0.04%포인트, 0.08%포인트씩 확대됐다. 우리은행도 한 달 사이 0.08%포인트 확대됐다.

은행들, 금리 올리기 경쟁 재점화

향후 예대금리 차이는 더 벌어질 가능성이 크다.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이 은행들의 ‘릴레이 인상’에 대해 “금리 인상은 너무 쉬운 방식”이라고 일침을 놨지만, 9·10월에도 주요 은행들은 대출 금리를 경쟁적으로 올리고 있기 때문이다.

KB국민은행은 오는 4일부터 전세 자금 대출, 신용 대출 등 가계 대출 금리를 최대 0.25%포인트 올린다. 주택 담보대출(변동·혼합형) 금리는 0.2%포인트 인상한다. 신한은행도 4일부터 주택 담보대출 금리를 0.1~0.2%포인트 상향 조정한다. 고정 금리 상품은 0.1%포인트, 변동 금리(6개월) 상품은 0.2%포인트 오른다. 우리은행은 2일부터 주택 담보대출 금리를 0.1~0.2%포인트 올린다. NH농협은행은 지난달 24일 비대면 주택 담보대출 대환 대출 상품 우대 금리를 0.5%포인트 낮췄다.

일각에선 은행들이 가계 대출 관리를 명목으로 대출 금리를 올리며 ‘표정 관리’ 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지난달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2단계 규제 시행에 앞서 8월엔 주택 담보대출 ‘막차 수요’까지 몰리며 대출이 크게 늘었다. 이에 3분기(7~9월) 은행들 경영 실적이 상당 폭 개선될 것으로 예상된다.

금융 정보 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지난달 말 기준 KB·신한·하나·우리금융 등 4대 금융 그룹의 3분기 당기순이익은 4조7881억원으로 전망된다. 작년 같은 기간(4조4423억원)보다 7.8% 늘어난 수치다.

한 은행권 관계자는 “‘이자 장사’로 비칠 수 있지만, 금리가 낮은 은행으로 대출이 급격하게 쏠리는 걸 막고자 은행들이 대출 금리를 올리는 것”이라며 “금리 인상 외에도 대출 한도 축소, 대출 모집인을 통한 대출 취급 중단 등 다양한 가계 대출 관리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