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행은 20일 발표한 보고서에서 국내 기업부채가 작년 말 2734조원으로 집계됐다고 밝혔다. 사진은 지난 3월 서울의 한 은행 기업대출 상담창구./연합뉴스

국내 기업부채가 경제가 커지는 속도보다 더 빠르게 늘어난 가운데, 한국은행은 급증하는 기업대출이 생산성이 높지 않은 부동산 부문에 몰리는 현상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또 향후 금리 인하 과정에서 부동산에 기업대출이 몰리는 현상이 재연되지 않게 주의할 필요가 있다는 경고도 했다.

한국은행은 20일 ‘우리나라 기업 부채 현황 및 시사점’ 보고서에서, 국내 기업부채가 작년 말 2734조원으로 집계됐다고 했다. 6년 전인 2017년 말보다 1036조원 늘어났다. 이 기간 기업부채의 연평균 증가율은 8.3%로, 명목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인 3.4%의 두 배가 넘는다. 이에 명목 GDP 대비 기업부채 비율은 2017년 말 92.5%에서 작년 말 122.3%로 크게 늘었다.

한은은 기업부채 증가 원인으로 세 가지를 꼽았다. 우선 부동산 경기가 살아나면서 비은행권 중심으로 부동산 대출이 늘었다. 2018~2023년 금융권의 부동산업 관련 대출은 301조원 늘어 같은 기간 늘어난 전체 기업부채의 29%에 달했다. 둘째, 코로나 팬데믹으로 개인사업자들이 금융 지원을 받으면서 2017~2019년 연평균 24조원이던 개인사업자 대출 증가폭이 2020~2022년 연평균 54조원으로 뛰었다. 셋째, 2020년 이후 대기업들의 업황이 좋지 않아 영업 자금과 시설투자 자금 수요가 늘어난 점도 기업부채 증가 이유로 들었다.

한은은 부동산업에 대한 대출 집중도가 다른 여러 업종보다 크게 높다는 점을 부정적으로 봤다. 생산성이 낮은 부동산에 기업부채가 몰리면서 자원 배분의 효율성을 떨어트리고 있다는 지적이다. 고금리 여파로 한계 기업의 부채 비중이 늘어나고 있는 것도 유의점으로 꼽혔다. 전체 기업의 차입 부채 대비 한계기업(이자보상비율이 3년 연속 100% 미만이어서 영업이익으로 이자도 못 갚는 기업)의 부채 비율은 2021년 말 14.7%에서 2022년 말 17.1%로 높아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