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중구 하나은행 딜링룸 전광판에 코스피와 코스닥 지수 등이 표시돼 있다. photo 뉴시스

대통령과 야당 대표의 영수회담 이후에도 수평선을 달리는 정책이 있으니 금융투자소득세(금투세) 시행 여부다. 금투세가 가진 위치는 꽤 상징적이다. 윤석열 대통령은 대선 후보 때부터 금투세 폐지를 공언해왔고 영수회담 이후에도 폐지를 재차 확인하며 일관성을 내세웠다. 반면 민주당은 예정대로 내년부터 금투세를 시행하겠다는 입장이다.

윤 대통령은 ‘금투세’ 폐지를 주장한다. 그 말은 이미 금투세는 존재한다는 뜻이다. 국회를 통과한 법이지만 아직 시행되지 않고 있을 뿐이다. 2020년 12월 소득세법 개정안이 여야 합의로 통과되면서 금융투자상품 거래에서 발생한 소득에 과세하겠는다는 정책이 구체화됐다. 여야 모두 합의했다는 점은 이 법의 필요성을 양 진영 모두 인정했다는 뜻이다.

금투세를 향한 1400만명의 차가운 반응

그런데 여야 합의로 통과됐다는 점에서부터 이 법은 태생적인 한계를 갖는다. 이 법의 내용은 간단하다. ‘주식·펀드·파생상품 등의 금융투자로 얻은 수익이 연간 5000만원을 넘으면 수익금의 22〜27.5%(지방세 포함)의 세금을 원천징수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이 때문에 “주식으로 5000만원 이상 수익을 보면 세금 폭탄을 맞는다”는 공포감을 갖게 한 법이다.

이 법이 왜 정책적 충돌 지점이 됐는지를 따지기 전에 먼저 여야가 왜 지금은 서로 충돌하는 법안을 4년 전에는 통과시켰을까를 짚어봐야 한다. 정치권이 금투세에 합의한 건 금융소득 과세에 허점이 생겨서다. 기존 양도소득세로는 주식·채권·파생상품 등의 금융투자소득이 서로 다른 체계로 적용받기 때문에 이를 동일한 체계로 포괄할 필요가 있었다. 금투세가 적용되면 한 사람이 얻은 전체 손익을 통틀어 과세하게 된다. 대주주에게 주식양도에 대한 세금을 부과하고 개인투자자에는 주식을 거래할 때마다 세금을 내게 했던 기존 체계로는 장외거래나 비상장주식에 대한 차익에 대한 과세가 제한적이라는 문제의식도 있었다. 이 때문에 개인투자자 중심의 주식 거래세를 낮추고 주식양도세를 강화하자는 주장이 계속 있어왔다.

대신 금투세에는 개인투자자, 일명 ‘개미’들의 세 부담을 덜기 위한 여러 장치를 마련했다. 국내 상장주식이나 공모 주식형 펀드 등의 양도소득에는 5000만원까지, 그 밖의 소득에 대해서는 250만원까지 소득공제한다. 매년 5000만원 이하의 소득이라면 세금을 내지 않는다. 여기에 법안을 추진한 민주당은 “금투세와 증권거래세 인하는 함께 간다”고 강조해왔다. 금투세로 세수가 늘어나지만 대신 증권거래세 인하를 통해 개인투자자들에게 그 혜택을 돌려주겠다는 논리다. 현재 증권거래세는 0.23%인데 금투세를 도입할 경우 증권거래세를 0.15%로 낮출 수 있으니 보통의 개미투자자들은 유리해질 것이라는 주장을 해왔다.

정치권의 합의로 시작된 이 금투세가 지금까지 시행되지 못한 건 여야 모두 ‘유예’를 전제로 이 문제를 다루어왔기 때문이다. 애초 2021년 시행하려던 금투세는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변동성이 커진 시장상황을 고려해 일단 유예하기로 했다. 그런데 그새 투자환경이 변했다. 양적완화로 주식시장이 활기를 띠고 계좌를 트는 사람이 늘어나면서 대략 1400만명의 국민들이 이해관계자가 됐다. 모두가 수익을 노리는 투자자가 되면 자신이 해당될지도 모를 금투세는 꺼리는 법이 될 수밖에 없다. 주식투자자가 대규모 유권자층으로 변모하자 금투세 자체가 정치적 민감도가 큰 문제가 돼버렸다.

세금의 신설은 누구나 차가운 반응을 보인다. 금투세를 향한 개미투자자들의 반응도 마찬가지다. 금투세의 몇 가지 쟁점은 이들을 설득시키지 못하고 있다. 일단 제도 자체가 가진 형평성의 문제다. 금투세는 국내상장주식과 국내주식형펀드의 기본공제금액에 5000만원을 적용한다.

반면 다른 금융상품들의 공제금액은 250만원이다. 이 때문에 공제액이 낮은 서학개미들이 입는 타격이 크다. 최근 국내 개인투자자의 미국 주식 직접 투자액은 대략 4조원가량이다. 개미들 투자가 늘어나고 있는 채권시장도 마찬가지다. 이경록 신영증권 연구원은 “채권시장 수급이 우호적이지 않을 때 일정부분 수요 기반을 형성해 주던 개인의 투자위축으로 시장금리의 상승압력을 낮춰주던 효과가 약해질 것”이라고 우려했다.

‘세금을 개인투자자들에게만 거두냐’는 반발도 있다. 그동안 개인투자자가 내던 증권거래세 0.23%는 주식투자 주체 모두에게 적용됐다. 투자로 인한 수익·손실 여부와 관계없이 부과된다. 반면 5000만원 이상 이익을 얻을 경우 내는 금투세는 적용 대상이 개인투자자에 한정된다는 점이 개미들을 건드렸다. 외국인 등 특정 주체가 사실상 ‘비과세’ 혜택을 누리게 된다는 지적이 나왔다. 국민의힘 관계자는 “금투세를 적용하면 증권거래세를 인하해 개인투자자들에게 혜택이 가도록 하겠다는 건 거꾸로 말하면 거래 규모가 작은 개인이 얻는 이득은 적고 거래 규모가 큰 기관이나 외국인이 보다 많은 이익을 볼 수 있는 구조다”라고 지적했다.

금투세가 가져올 후과(後果)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크다. 금투세의 적용 대상은 투자자 중 1%가 채 안 되지만 그 소수의 큰 자본은 주식시장의 수급에 영향을 주는 ‘큰손’이다. 이들 큰손은 세율에 민감하다. 예를 들어 미국 주식 거래는 공제금액 250만원에 양도소득세 최고세율이 22% 정도다. 한국은 수익이 3억원 이상일 경우 최고세율 27.5%가 적용된다. 공제금액 부문에서 국내주식 투자가 낫지만 수익 규모가 큰 큰손들이 차라리 절세가 유리하다고 판단할 경우 한국주식 투자 규모는 줄어들 수 있다.

시행과 폐지가 아닌 또 한 번의 유예?

개미들은 금투세 도입 이후 큰손들이 빠져나가거나, 이들의 매도세가 강해질 경우 시장의 침체가 올 것을 우려한다. 한 자산운용업계 관계자는 “아직 아무도 가본 적이 없는 길이라 금투세 시나리오를 단정할 순 없지만 확실한 건 이 시장에서의 수급을 결정하는 건 3억원 이상의 매도차익을 거두는 사람들이다. 세율을 다 따져본 실질소득에서 큰 이득이 없는 국내장을 이들이 고집할 이유가 없어질 거라는 개미들의 우려가 터무니없는 건 아니다”라고 말했다.

거대 유권자 그룹이 관련되자 금투세는 정치적 의제가 됐다. 금투세가 가진 태생적 한계는 여야 합의로 만들어졌는데, 여야 합의로 유예됐고, 이제는 여야가 서로 다른 입장을 보이는 의제가 됐다는 서사가 보여준다. 정치적 이해득실에 따라 양측 모두 입장이 미묘하게 바뀌어 오면서 금투세 논쟁은 그 실천의지를 의심받았다.

금투세는 예정대로라면 2025년 1월부터 시행된다. 하지만 시행과 폐지를 놓고 정치적 이해득실을 따져야 하는 사안이 되면서 그동안 적당히 회피해왔던 ‘유예’라는 방법을 또 택할 가능성도 있다. 정부 입장에서는 총선에서 대패한 까닭에 금투세 폐지를 추진하기 어려워졌다. 야당은 가뜩이나 주식시장이 침체를 겪는 탓에 개미들의 원성이 높은데 금투세라는 불안정한 이슈까지 던지기에는 불만을 잠재울 방법이 마땅치 않다. 이 탓에 또 한 번 ‘유예’라는 합의점에 여야가 모두 동의할 거라는 의구심도 있다. 과거에는 합의했지만 지금은 아닌 법, 존재하지만 실행하기에는 머뭇거리는 법이 돼버린 금투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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