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0조원 규모의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시장에 대해 금융 당국이 구체적인 퇴출 기준을 만들어 본격적인 구조조정에 착수하기로 했다. 은행·보험권은 PF 구조조정에 ‘뉴머니(신규 자금)’를 최대 5조원 투입하기로 했다.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이 13일 발표한 ‘부동산 PF 연착륙 대책’에 따르면, PF의 사업성을 평가하는 등급이 현행 양호·보통·악화우려의 3단계에서 양호·보통·유의·부실우려의 4단계로 세분화된다. ‘악화우려’를 ‘유의’와 ‘부실우려’ 등급으로 나눈 것이다. 만기를 4회 이상 연장했거나 연체 이자를 내지 않고 만기 연장한 경우, 경·공매에서 3회 이상 유찰됐을 때 ‘부실우려’ 사업장으로 지정돼 퇴출 대상이 된다.

금융사는 부실우려 사업장의 충당금으로 대출금의 75%를 쌓아야 한다. 현재 악화우려 사업장에 대한 충당금 기준(30%)의 2.5배다. 충당금 부담을 높여 금융사들이 부실 PF 사업장을 경·공매에 내놓도록 최대한 유도하려는 취지다. 금융위 관계자는 “기존의 ‘악화우려’ 등급은 사업장마다 자의적으로 판단하거나 관대하게 평가할 여지가 있었으나 앞으로는 그렇게 하기 어렵다”며 “부실이 심각한 사업장은 남겨두지 않고, 신속히 정리해 나간다는 것이 이번 대책의 핵심”이라고 말했다.

권대영 금융위원회 사무처장이 13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 브리핑실에서 '부동산 PF의 질서 있는 연착륙을 위한 정책 방향'을 발표하고 있다./뉴스1

금융 당국은 전체 사업장 중 약 2∼3%가 ‘부실우려’로 분류될 것으로 보고 있다. 작년 말 부동산 PF 사업성 평가 규모가 약 230조원이었던 것을 감안하면 최대 7조원 규모가 경·공매에 나올 것으로 보인다.

금융사들이 다음 달 새롭게 강화된 기준으로 PF 사업성 평가를 해서 금감원에 내면, 금감원은 이를 점검해 8월쯤까지 결과를 조정할 계획이다. 이번 구조 조정에 따른 매물은 9~10월부터 시장에 본격적으로 나올 가능성이 높다. ‘유의’ 판정을 받은 사업장은 재(再)구조화와 자율 매각이 이뤄진다. 경·공매가 이뤄지는 부실우려 사업장을 포함한 전체 구조 조정 물량은 최대 23조원에 이를 것으로 예상된다.

두 번 이상 대출 만기가 연장된 PF 사업장은 만기를 또 늦추려면 대주단 4분의 3 이상의 동의를 받아야 해 만기 연장이 어려워진다. 현재는 3분의 2만 동의해도 만기를 연장할 수 있다. 경·공매에서도 팔리지 않는 매물은 자체 업권별 펀드나 최대 5조원의 은행·보험권 공동 대출(신디케이트론), 1조1000억원 규모의 캠코 펀드 등을 통해 매각될 것으로 보인다. 캠코 펀드는 ‘우선매수권’을 도입해 부실 사업장 매각을 활성화한다. 캠코는 올해 중 새마을금고와 저축은행업권에서 4000억원의 부실 채권을 추가 인수하기로 했다.

침체된 PF 시장에 돈이 흘러들게 하기 위한 인센티브도 대책에 포함됐다. 부실 사업장에 금융사가 새로 돈을 넣을 경우, 기존엔 ‘요주의 이하’로 건전성이 분류됐으나 한시적으로 신규 추가 자금에 대해선 ‘정상’으로 분류한다. PF 사업장 매각, 신디케이트론 등으로 손실이 났을 때 금융사 임직원이 이에 대한 책임을 피할 수 있는 범위를 확대한다. 정상 사업장은 돈줄이 막히지 않게 추가 보증 확대 등을 통해 계속 지원한다.

일각에선 대대적인 PF 구조 조정으로 부실 사업장에 돈이 많이 묶여 있는 2금융권이 큰 타격을 받을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나이스신용평가가 지난달 발표한 저축은행·캐피털·증권 등 3개 업종 스트레스 테스트에 따르면 2금융권의 부동산 PF 관련 예상 손실은 최소 8조원에서 최대 13조8000억원에 달한다. 작년 말 기준 3개 업종의 충당금은 5조원 정도로 최소 3조1000억원에서 최대 8조8000억원의 추가 손실이 예상된다. 이에 대해 박상원 금감원 부원장보는 “금융권이 그간 쌓은 충당금 적립액이 100조원가량 되는데, (추가 충당금은) 그에 비해 굉장히 미미하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