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은행이 기준금리를 동결하자 달러 대비 엔화 약세는 더 가속화되고 있다. 달러 당 156엔대로 떨어지며 다시 최저치를 경신했다. 26일 오후 서울 중구 하나은행 위변조대응센터에서 관계자가 엔화를 정리하고 있다. /뉴시스

달러 대비 엔화 환율이 심리적 지지선으로 여겨졌던 155엔을 돌파한 지 하루 만에 156엔을 넘었다. 26일 도쿄 외환시장에서 엔·달러 환율은 장중 156.13엔으로, 34년 만의 최고치(엔화 약세)를 다시 경신했다. 1달러당 엔화 환율은 올해 초 140엔 수준에서 꾸준히 올라 최근에는 연일 1990년 6월 이후 최고치 기록을 갈아치우고 있다.

이날 일본 중앙은행인 일본은행은 금융정책 결정 회의를 열고 기준금리를 연 0~0.1%로 동결한다고 밝혔다. 일본은행은 지난달 -0.1%였던 기준금리를 올려 17년 동안의 마이너스 금리 정책을 끝냈다. 그러나 이후 처음 열린 이번 회의에선 추가 금리 인상에 나서지 않은 것이다. 이날 우에다 가즈오 일본은행 총재는 “기조적으로 물가가 상승한다면 금융 완화 정도를 조정해 나가겠지만 당분간 완화적인 금융 환경을 지속할 것”이라고 했다. 시장 전문가들은 10월쯤 추가 금리 인상이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블룸버그통신은 “일본은행이 엔화 약세에 대응할 만한 발언을 내놓지 않아 엔화가 더 하락한 것 같다”고 했다. 이날 우에다 총재는 최근의 엔저 흐름에 대해 “주의해서 지켜보고 있다”면서도 “현재로서는 기조적인 물가 상승률에 큰 영향을 주고 있지는 않다”고 말했다. 이날 일본은행이 국채 매입 규모를 종전 수준으로 유지하며 시장의 ‘양적 긴축’ 기대가 무너진 것도 엔화 약세의 원인으로 꼽힌다.

시장의 관심은 일본 외환 당국의 실질적 환율 개입 여부에 초점이 맞춰지고 있다. 스즈키 슌이치 일본 재무상은 “확실히 대응하겠다”며 시장 개입 의사를 강조했다. 이에 대해 재닛 옐런 미국 재무 장관은 부정적인 입장을 나타냈다. 옐런 장관은 25일 로이터통신과의 인터뷰에서 “당국의 개입은 시장 변동성이 너무 커 이상 현상을 보이는 매우 이례적인 상황에서만 이뤄져야 하며 미리 협의되어야 한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