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강남구 KH그룹의 모습. /뉴스1

강원도 알펜시아 리조트 매각 과정에서 담합한 혐의를 받는 KH필룩스 등 KH그룹사 6곳이 공정거래위원회로부터 510억여원의 과징금을 부과받았다.

공정위는 KH그룹사들의 공정거래법 위반 혐의에 대해 과징금 510억400만원을 부과했다고 17일 밝혔다. 과징금을 받은 6곳은 KH필룩스, KH건설, KH강원개발, KH농어촌산업, KH전자, IHQ 등이다. 공정위는 또 이들 6곳 중 담합에 적극적으로 가담한 KH필룩스 등 4개사와 배상윤 KH그룹 회장을 검찰에 고발 조치했다.

이 사건은 검찰과 경찰이 2021년부터 형법상 입찰 방해 혐의로 수사하고 있다. 공정위가 같은 사건의 공정거래법 위반 혐의를 따로 조사해 제재 조치를 내린 것이다. 공정거래법 위반 사건은 공정위에 전속 고발권과 과징금 부과 권한이 있다.

공정위에 따르면, 이 사건 입찰은 강원도개발공사가 보유한 알펜시아 리조트 자산매각을 목적으로 2020년 10월부터 공개경쟁입찰 방식으로 진행됐다. 그러나 2020~2021년 4차례 진행된 입찰은 투찰자가 없어 유찰됐고, 이어 2021년 3~4월에 진행된 2차례 수의계약도 결렬됐다.

이후 2021년 5~6월 진행된 5차 입찰에서 문제된 KH그룹사들이 담합을 저질렀다는 것이 공정위 판단이다. KH필룩스가 설립한 특수목적법인(SPC)인 KH강원개발이 최종 낙찰받는 과정에서, KH건설이 설립한 SPC인 KH농어촌산업(당시 KH리츠)가 ‘입찰 들러리’를 섰다. 또 KH전자는 KH강원개발, IHQ는 KH농어촌산업의 지분을 각각 인수하는 방식으로 참여했다.

투찰 당일인 2021년 6월 18일 들러리인 KH농어촌산업 측이 예정가격에 근접한 6800억10만원을 투찰한 후 이 금액을 KH강원개발 측에 텔레그램으로 전송했고, KH강원개발은 이보다 조금 높은 6800억7000만원을 투찰해 최종 낙찰받았다.

배 회장은 이런 담합 과정에서 세부사항을 보고받고 이를 승인하는 등 이 사건 담합을 주도한것으로 조사됐다. 그는 현재 동남아시아에 도피 중인데, 현지 카지노에서 수백억원을 도박으로 탕진하는 등 이른바 ‘황제 도피' 생활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인터폴 적색수배가 내려진 상태다.

공정위 관계자는 “이번 사건은 지방 공기업이 보유한 대규모 자산의 매각과 관련된 입찰담합을 적발한 것”이라며 “담합에 직‧간접적으로 참여한 모든 사업자를 제재하고, 과징금 납부에 대한 연대책임을 부과하는 등 엄정하게 조치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