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씨는 최근 한 시중은행 직원으로부터 “정책자금 지원을 통해 낮은 이율로 대환대출이 가능하다”는 전화를 받고 대출을 신청했다. 그러자 기존에 대출한 은행의 직원으로부터 전화가 걸려왔다. “대환대출은 계약 위반으로 추심 절차가 개시될 수 있으니 기존 대출금 4690만원을 즉시 상환하라”는 것이었다. A씨는 어리둥절했지만 돈을 보냈고, 그렇게 수천만원을 뜯겼다. 보이스피싱범 두 명이 은행 직원으로 사칭해 짜고 사기를 친 것이다.
최근 은행권이 취약계층에 대해 2조1000억원+a 규모의 대출이자 환급 등 민생금융지원액 집행을 시작했다. 중소금융권은 다음 달부터 소상공인에 대한 3000억원 규모의 대출 이자지원 혜택을 신청자에 한해 집행한다. 이에 보이스피싱범들이 금융회사를 사칭해 캐시백 등을 명목으로 개인정보를 요구하거나, 대출 상환이나 추가 대출을 요구하는 사기 수법이 기승을 부리고 있어 금융감독원이 15일 소비자 경보를 내렸다.
금감원에 따르면 지난달 보이스피싱 피해액은 130억원을 기록해 1년 전(27억원)보다 5배 가까이 급증했다. 금감원 관계자는 “보이스피싱 피해액은 통상 연초에 적다가 연말로 갈수록 늘어나는 흐름을 보이는데, 연초부터 피해 규모가 급증해 우려되는 상황”이라고 했다.
사기범들은 특정 은행에서 보낸 것처럼 불특정 다수에게 민생금융 관련 이자환급 신청 등 문자를 보내는 수법을 쓴다. ‘선착순 지급’, ‘한도소진 임박’ 등 자극적인 표현으로 웹주소(URL) 클릭이나 전화를 유도한다. 웹주소를 클릭하면 악성코드에 감염돼 개인정보가 유출되고, 전화할 경우 사기범이 갖가지 방법으로 피해자를 속여 계좌이체를 요구하는 식이다. A씨 사례처럼 이자환급·대환대출을 위해 기존 대출을 우선 상환하고 추가대출을 받아야 한다거나, 신용등급 상향을 위해 예치금 입금이 필요하다며 돈을 뜯어내는 수법도 흔한 것으로 조사됐다.
금감원은 “은행권 이자 환급은 별도 신청 절차가 없고, 중소금융권 이자환급은 대환대출이나 수수료를 요구하지 않는다”며 주의를 당부했다. 이자 캐시백의 경우 은행이 대상 차주 및 환급액을 자체 선정·계산해 입출금계좌로 입금해주기 때문에 개인이 따로 신청하는 방식이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