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5대 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과 산업은행·수출입은행 등 국책 금융기관과 협력해 76조원 규모의 기업 규모별 맞춤형 기업금융지원 프로그램을 가동하기로 했다. 특히 이번 지원 프로그램엔 정책 자금 지원 사각(死角)지대였던 중견기업에 대한 대규모 지원 방안이 담겼다.

금융위원회 전경/뉴스1

15일 오전 금융위원회는 김주현 금융위원장, 안덕근 산업통상자원부 장관, 오영주 중소벤처기업부 장관 등 정부 인사와 조용병 은행연합회장 및 5대 은행 은행장 등이 참석한 가운데 서울 중구 은행연합회에서 ‘맞춤형 기업금융 지원방안 관련 은행장 간담회’를 개최하고 이 같은 방안을 발표했다. 5대 은행은 총 76조원 규모의 기업 지원 프로그램 중 20조원을 담당한다.

정부와 금융권이 대규모로 기업 지원에 나선 것은 고금리·고물가 상황이 장기간 지속하면서 기업의 매출과 이익이 감소하는 등 기업 경영 부담이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또 인공지능(AI)·로봇·신소재 등 신산업이 등장하면서 대규모 투자가 필요하다는 점도 고려됐다.

◇정책 지원 사각지대였던 중견 기업에 15조원

국내 중견기업(자산 규모 5000억원~5조원) 수는 약 6000개로 전체 41만여 기업 중 1.3%에 불과하다. 하지만 매출비중(16.1%)과 고용(12.9%)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크다. 특히 제조 중견기업은 소재·부품·장비 산업에서 중요한 위치를 차지해 산업생태계의 ‘허리’ 역할을 해왔다.

하지만 중견기업에 대한 정책 지원은 미흡했다. 저금리 정책 자금 대출은 중소·벤처기업 위주로 설계돼 있거나, 첨단·기간산업 중심으로 공급돼왔기 때문이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2022년 기준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차입금 평균 이자율은 각각 3.25%, 3.52%였지만, 중견기업은 4.56%로 1%포인트 이상 높았다.

이에 정부는 이번 프로그램에서 중견기업 지원에 15조원 투입하기로 했다. 우선 5대 은행 각 1조원씩, 산은 1조원 등 총 6조원 규모로 중견기업 전용 저리대출 프로그램 운영하기로 했다. 민간은행 중심의 중견기업 전용 저금리 대출 프로그램은 최초라는 게 금융 당국의 설명이다. 시스템 반도체, 경량화 소재, 스마트팩토리 등 성장 잠재력이 높은 9대 주제, 284개 품목으로 구성된 ‘혁신성장 공동기준’에 해당하는 기업을 대상으로 업체당 최대 1500억원까지 금리를 1%포인트 우대해 대출해주기로 했다. 중견기업 전용 저리 대출 프로그램은 오는 4월 1일부터 바로 시작된다.

또 5대 은행을 중심으로 중견기업전용펀드를 최대 5조원 규모로 조성해 사업재편, 기업 규모 확대, 인수합병(M&A) 등을 추진하는 중견기업에 투자하기로 했다. 회사채 발행이 어려운 중견기업의 사모사채 발행 지원에 2조원, 중견기업의 보증 지원에도 2조원을 투입한다.

◇반도체·이차전지·바이오 등 첨단 산업에 26조원

이번 지원 방안에는 반도체 등 첨단 산업 기업에 26조원을 지원하는 방안도 담겼다. 이들 첨단 산업은 시장 규모가 지속적으로 확대되고 있어 설비 구축 및 연구개발(R&D) 투자수요가 크기 때문이다.

우선 산업은행은 반도체·이차전지·바이오·원전·디스플레이 등 산업 전반에 파급 효과가 커서 앞으로 수출이 늘어날 것으로 예상되는 5대 분야 기업에 금리를 최대 1.2%포인트 낮춰 15조원을 공급하기로 했다.

설비 투자 확대나 사업재편, 미래혁신 산업에 진출하려는 중소기업에는 5대 은행이 각각 1조원씩 총 5조원을 공급한다. 이들 중소기업에는 대출 금리를 1%포인트 깎아준다.

또 정책금융기관과 민간금융사가 첨단전략산업에 프로젝트파이낸싱(PF) 방식으로 자금을 지원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기획재정부와 수은이 운영하는 공급망 안정화 기금(5조원 규모)도 차질없이 운영하기로 했다.

◇중소기업 고금리 대출 이자 2%포인트 깎아준다

고금리로 인해 어려움을 겪는 기업이나, 성실하게 기업을 운영했지만, 환경적인 요인으로 실패한 기업인의 재기 지원을 위한 방안도 마련됐다. 총 19조4000억원 규모다.

우선 매출 하락 등으로 어려움을 겪는 중소기업에 대해서는 대출 금리 5% 초과 대출에 대해 1년간 금리를 5%까지 낮춰주기로 했다. 또 이자를 갚는데 어려움을 겪는 중소기업에는 2년간 가산금리를 일부 깎아주고, 5년 이내 분할 상환할 수 있도록 했다.

아울러 일시적으로 유동성 문제가 발생한 중소기업에 은행 등이 자금을 지원하는 신속지원프로그램의 혜택도 강화한다. 1년간 시중은행의 조달금리 수준인 3% 수준에서 대출해준다. 또 성실하게 기업을 운영했지만, 실패한 기업인들의 재창업 지원에도 3000억원가량을 지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