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날을 앞두고 사과와 배 값이 크게 오르고 있다. 서리, 탄저병, 이상기후 등 여파로 생산이 줄어든 영향이다.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에 따르면 25일 기준 사과 10㎏ 도매가격은 8만9920원으로 1년 전보다 99% 치솟았다. 배 15㎏의 도매가는 7만6760원으로 66% 올랐다. 우리나라 농산물 1차 유통을 책임지는 농협이 그 가격을 잡겠다고 안간힘을 쓰고 있다. 24시를 따라갔다.

충북 과수거점 APC 직원들이 사과 선별 작업을 진행 중이다. /진은혜 더비비드 기자

◇‘큰 사과’ 욕심 버리세요

우리나라 최대 과실 유통센터 중 하나인 충북원협 충주거점산지유통센터(이하 충북 과수거점 APC). 들어가니 상큼한 사과향이 코를 찔렀다. 약 1만6119㎡(4900평)의 광활한 공간이 사과 냄새로 가득 찼다. ‘금(金)사과’ 천지.

진한 사과향의 원천은 스마트 APC 시설이었다. 세척부터 소포장까지 자동으로 이뤄지는 시스템이다.

최첨단 시설로 무장한 이곳도 사과 품귀를 비켜가지는 못했다. 설날에 대비해 확보한 사과는 6300t. 2022년(7528t) 대비 16% 감소한 것이다. 충북 과수거점 APC 관계자는 “명절 제수용으로 선호하는 대과가 특히 귀해졌다”고 했다.

‘실속’에 집중했다. 평균 중량 230~280g의 ‘중소과’로 선물세트를 만들어 단가를 낮춘 것이다. 여기에 상대적으로 가격이 저렴한 만감류나 수입 과일을 섞어 세트를 구성했다. 못난이 사과 등 실속형 상품도 확대했다. 충북 과수거점 APC 관계자는 “실속형 제품을 공급해 과일세트 구매 문턱을 낮췄다”고 했다.

◇과일 값이 오를수록 경매사가 바쁜 이유

산지 APC 센터에서 출하한 과수는 도매시장 등으로 옮겨간다. 우리나라 최대 농수산물도매시장인 가락시장과 최대 농산물유통센터인 농협안성농식품물류센터가 대표적인 경유지다.

가락시장에 있는 농협가락공판장(이하 가락공판장) 에서는 매일 아침 8시부터 사과와 배 경매가 진행된다. 가락공판장을 방문한 22일은 각각 40t의 배와 사과가 경매에 부쳐졌다. 평소보다 많은 양이다. 주말 물량에 명절 특수까지 겹쳤기 때문이다. 각 중도매인은 상자를 열어 산지별 과실의 상태를 점검하면서 확보전을 벌였다.

사과와 배는 항상 귀한 대접이다. 거래 산지마다 저장 물량이 없다고 아우성이다. 가락공판장 관계자는 “그나마 소속 경매사가 산지와 공판장을 오가며 발로 뛴 덕에 물량을 겨우 확보할 수 있었다”고 했다. 농민에겐 값을 합리적으로 쳐주고, 소비자에겐 저렴하게 공급하는 게 경매사의 순기능이다. 이를 잘하려면 수시로 산지를 찾아야 한다. 습득한 정보를 토대로 적정 시세를 찾고 물량을 확보해야 한다. 경매사의 전화기는 한시도 쉬질 못한다.

전국의 농산물이 모였다가 흩어지는 ‘환승역’인 농협안성농식품물류센터는 명절 선물세트 제작에 한창이었다. 매일 교대로 담당 직원이 선물세트용 상자를 조립한다. 직급은 상관없다. 센터의 수장인 최장현 센터장도 매일 상자 접기에 자진 투입한다.

농협안성농식품물류센터는 혼합 세트 제작에 주력하고 있다. 사과와 배의 가격 부담을 다른 과일로 상쇄하겠다는 것이다. 설을 앞두고 혼합 세트 11종 1만8400개 제작을 목표로 작업 중이다.

가성비만 따지는 건 아니다. 판매 추이와 소비동향, 수급 상황 등을 따져서 제품을 기획하고, 산지 협의 등을 거쳐 구성을 확정한다. 농협안성농식품물류센터 관계자는 “중요한 건 품질”이라며 “당도, 색도, 식감을 테스트한 후 선물 세트를 제작한다”고 했다.

◇과일 매대 공간 50%를 선물세트로 단장

전국 최대 규모인 하나로마트 양재점의 연간 과일 매출액은 396억원에 이른다. 이 중 100억원이 명절 기간 처리된다. 과일 매출의 4분의 1이 추석과 설 명절에 발생하는 것이다.

찾아간 하나로마트 양재점은 명절 준비로 분주했다. 농협유통 본사에서 추가로 50여명이 파견돼, 선물세트 포장과 계산 등 업무에 참여했다. 과일 매대의 50%를 명절 선물세트 진열 공간으로 전환했고, 설 선물 상담센터도 활발하게 돌아갔다. 하나로마트 차원에서도 사과, 배 작황 부진의 여파를 상쇄하기 위해 여러 대책을 내놓았다. 정부가 지원하는 할인 쿠폰과 하나로마트의 자체 할인 행사 등으로 가격 상승을 최대한 방어하고 있다. 하나로 마트 양재점 관계자는 “생각보다 가격이 괜찮다는 소비자 반응을 들을 때 가장 보람 있다”고 했다.

이성희 농협중앙회장은 “명절 성수품 공급 확대와 할인행사 등으로 물가 안정에 만전을 기하겠다”며 “앞으로도 농민 수취가격 보전과 소비자 판매가 인하에 앞장서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