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변화의 속도에 뒤처지고, 현장에서 멀어진다는 지적을 받는다. 한마디로 기획재정부의 위기다.”
최상목 신임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2일 취임식에서 기재부 직원들에게 이렇게 말했습니다. 최 부총리는 37년 전인 1987년 재무부(옛 기재부)에서 공직 생활을 시작했고, 2016년 1월~2017년 5월 기재부 1차관을 지냈습니다. 그런데 그가 약 6년 만에 친정에 복귀하면서 식구들을 향해 쓴소리부터 꺼낸 것입니다.
최 부총리는 “경제를 넘어 사회, 과학기술, 경제 안보가 서로 얽혀 있는 복합 과제가 늘고 있다”며 “기재부가 명실상부 국가 ‘기획’과 ‘재정’의 총괄 부서로 거듭나고 ‘문제 해결사’로서의 리더십을 발휘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역동 경제’를 만들기 위해서는 기재부부터 역동적으로 움직여야 한다는 겁니다. 이어 “정책 혁신이 일어날 수 있도록 실·국 간 칸막이를 걷어내고, 세종과 서울의 거리를 극복하는 데도 기재부가 창의성을 발휘해야 한다”고 했습니다.
경제사령탑 역할을 하는 기재부는 과거 ‘부처의 꽃’으로 불렸지만, 최근 위상은 예전 같지 않습니다. 정치권력과 민간의 입김이 세지면서 관료가 주름잡던 시대가 지났다는 자조적인 분위기입니다. 지난 정부 땐 홍남기 전 부총리가 정부와 여당에 이리저리 휘둘린다는 말이 나오면서 사기가 곤두박질치기도 했습니다. 그나마 이번 정부 들어 기재부 출신들이 중책을 맡고, 관료 출신에 국회의원 경험까지 겸비한 추경호 전 부총리가 내공을 발휘하면서 관가에선 ‘기재부 전성시대’가 돌아왔다는 말이 나옵니다. 그렇지만 용산과 여당의 뜻을 거스르지 못하는 건 여전한 것 같습니다.
‘기재부의 위기’를 환기한 신임 부총리의 냉정하고도 솔직한 취임사가 자신을 향한 다짐이라고 봅니다. 그간 기재부가 반대하고 대통령실이 강하게 밀어붙인 ‘대주주 양도세 기준 완화’가 최 부총리 임명과 함께 기습적으로 입법예고된 게 앞으로 벌어질 일의 예고편은 아니었으면 합니다. 경제수석으로 윤석열 대통령 참모 역할을 한 최 부총리가 꼭 필요할 때는 직언할 수 있는 부총리이길 기대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