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혼(晩婚)·비혼(非婚) 풍조가 가속화하며 30대 초반(30~34세) 남녀의 미혼 비율이 절반을 넘겼다. 30대 후반(35~39세)에선 셋 중 하나, 40대 초반(40~44세)에선 다섯 중 하나가 미혼인 것으로 집계됐다. 전체 청년층(19~34세)의 미혼 비중은 처음으로 80%를 돌파했다.

지난 2019년 서울에서 열린 한 웨딩박람회에서 예비 부부가 드레스 등 결혼 관련 상품을 둘러보고 있다./뉴스1

통계청은 27일 이런 내용을 담은 ‘인구주택총조사 결과로 분석한 우리나라 청년 세대의 변화’를 발표했다.

청년 세대 미혼율은 갈수록 오르는 추세다. 19~34세 가운데 미혼 비중은 2000년엔 54.5%였지만, 2010년에 68.9%로 올랐고, 2020년엔 81.5%까지 뛰었다. 통계청 조사에서 청년 미혼 비율이 80%를 넘긴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평균 혼인 연령(2020년 기준 남성 33.2세, 여성 30.8세)에 해당하는 30~34세의 미혼율도 이 연령대의 절반을 넘어섰다. 2000년엔 30대 초반에 결혼하지 않은 청년이 18.7%뿐이었는데, 2020년에는 56.3%로 20년 만에 37.6%포인트 뛰어오른 것이다. 30대 후반(35~39세)과 40대 초반(40~44세)에 결혼 안 한 사람은 20년 전인 2000년만 해도 각각 7.5%, 3.8%로 비교적 드물었지만, 2020년엔 이 비율이 각각 30.7%와 21%까지 올랐다.

이렇게 결혼을 안 하거나 해도 늦게 하며 아이가 덜 태어나니 청년 인구는 30년 뒤 절반 수준으로 쪼그라들 것으로 전망됐다. 통계청에 따르면, 우리나라 청년 인구 비중은 1990년(1384만9000명)을 정점으로 내려오기 시작해 2020년엔 1021만3000명으로 우리나라 총인구(5013만3000명)의 20.4%를 차지했다. 30년 뒤인 2050년에는 청년 인구가 521만3000명으로 전체 인구의 11.0%에 그칠 것으로 통계청은 전망했다.

그래픽=송윤혜

청년 세대의 수도권 집중 현상과 ‘나 혼자 산다’는 1인 가구 증가세는 이어졌다. 2020년 청년 세대 53.8%가 수도권에 사는 것으로 나타나 2005년(51.7%) 이후 수도권 집중은 이어지는 추세였다. 1인 가구로 홀로 사는 청년 세대 비율은 2000년 6.6%에서 2020년 20.1%로 세 배가 됐다.

인구학자인 서울대 보건대학원 조영태 교수는 “이번 통계는 인구가 급감하는 ‘정해진 미래’가 빠르게 다가온다는 걸 확인한 것인데, 인구 정책은 여전히 답보 상태”라며 “저출산 자체만 신경 쓸 일이 아니고, 청년 일자리와 이들이 살 만한 주거 환경을 만들어 주는 등 다양한 제도와 정책을 빨리 준비해 시행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