벌써 2년 넘게 지났지만 두 아이의 아빠이자 직업군인인 박태건(39)씨는 아직도 2021년 4월 첫째 승휘(6)의 ‘딸기 농장’ 체험 날을 생생하게 기억한다. 새 어린이집에 등원한 지 한 달 만의 첫 야외 활동이었다.

“아이가 중증 발달장애와 언어장애가 있어, 전에 다녔던 어린이집 야외 체험 날엔 승휘만 따로 실내에 머물렀어요. 새 어린이집에 와 야외 체험 날이 되자, 제가 먼저 ‘승휘는 실내에 있어도 된다’고 말씀드렸어요. 그런데 선생님은 ‘승휘도 당연히 나가서 딸기 따야지요’라고 하셨어요. 그 말씀을 저는 잊지 못합니다.” 박씨의 말이다.

승휘의 새 어린이집인 경남 창원의 보배하나어린이집은 전국에 177곳(2022년 말 기준)밖에 없는 장애아 전문 어린이집이다. 특수 치료사를 포함해 10여 명의 교사가 있고, 교사 1명당 3명의 아이를 돌본다. 원래 아이들 정원이 44명이었는데, 하나금융그룹이 2020년 9억원을 들여 증축과 리모델링 공사를 하며 10명이 늘어 현재 54명이 됐다. 승휘도 정원이 늘어난 덕분에 이 어린이집에 들어올 수 있었다.

지난달 경남 창원에 있는 장애아 전문 어린이집인 보배하나어린이집에서 이 어린이집 소속 장애 아동과 인근 어린이집의 비장애 아동들이 함께 어울려 노는 모습. 하나금융은 지난 2020년 보배하나어린이집을 증축해 정원을 늘렸다. /하나금융지주 제공

◇전국 177곳뿐인 장애 전문 어린이집, 더 짓는다

하나금융그룹은 지난 2018년부터 5년째 ‘100호 어린이집 건립 프로젝트’ 사업을 해오고 있다. 장애 아동, 소외 지역 주민들, 중소기업 직원들을 위한 어린이집을 지어 저출산 문제를 극복하자는 취지다. 어린이집 100곳에 총 1500억원을 들일 예정이고, 현재까지 78곳을 새로 짓거나 증축·리모델링했다. 내년이면 100곳이 모두 완료된다.

하나금융의 어린이집 사업을 가장 반기고 고마워하는 사람들은 장애 아동 부모들이다. 현재 장애 아동도 일반 어린이집을 다닐 순 있지만, 다른 아이들과 같이 돌보기 어려운 문제가 있다. 장애아 전문 어린이집(12명 이상 보육)이나 통합 어린이집(3명 이상)이 있지만, 그 숫자가 전체 어린이집의 5% 남짓에 불과하다.

지난 3월부터 보배하나어린이집에 세 살배기 막내를 등원시킨 이희은(47)씨는 “작년 아이를 일반 어린이집에 보내려다 사실상 거부당하고 맘이 아팠다”며 “리모델링 덕택에 채광도 좋고 쾌적한 곳에 아이를 맡길 수 있어 다행”이라고 말했다. 말이 늦던 아이가 등원 3개월 만에 말문이 트였다고도 했다. 하나금융이 지금까지 지은 78곳 중 18곳(23%)이 장애 전문·통합 어린이집이다.

하나금융은 어린이집이 거의 없는 소외 지역에도 새 어린이집을 짓고 있다. 작년 1월 대구광역시 군위군에 새로 지어진 군위군립 하나어린이집이 대표적이다. 군위군 소재 어린이집은 5곳(작년 기준)으로, 전국 229개 시·군·구 가운데 꼴찌에서 둘째다. 이곳의 조명아 원장은 “원생이 아직 7명으로 많지는 않지만, 부모님들 모두 보육기관이 절실했던 분들”이라며 “하나어린이집이 새로 지어지지 않았다면 어린이집이 너무 멀어 꼼짝 없이 가정 보육을 해야 했던 경우가 대부분”이라고 했다. 현재 78곳 가운데 21곳이 이런 소외 지역 어린이집이다.

중소기업 근로자를 위한 상생형 공동 직장어린이집도 5곳 열렸다. 이 시설들은 원래는 하나금융 임직원을 위한 어린이집이지만, 주변 지역의 영세 기업들을 위해 정원의 50%를 외부 직장인 자녀들에게 개방했다. 하나금융의 어린이집 건립 사업은 인구정책 발전에 기여한 공로로 지난 2020년 인구의 날 기념식에서 대통령 표창을 받기도 했다.

◇‘24시간 어린이집’도 운영 지원

하나금융은 어린이집을 짓는 것에 그치지 않고, 어린이집을 더 편리하게 이용할 수 있도록 돕고 있다. 5년간 총 300억원을 들여 ‘주말·공휴일형 어린이집’ 40곳과 ‘365(24시간) 어린이집’ 10곳을 선정해 각종 운영비를 지원할 계획이다. ‘주말·공휴일형 어린이집’은 평일뿐 아니라 주말과 휴일에도 운영하고, ‘365 어린이집’은 정규 근무 시간이 아닌 이른 새벽과 늦은 밤까지 아이를 맡길 수 있는 시설이다. 주말·심야·교대근무를 하는 경찰, 소방공무원, 간호사, 자영업자들의 보육을 돕자는 취지다.

하나금융 관계자는 “저출산 문제 극복을 위해 다른 어떤 금융사보다도 어린이집 지원 사업에 적극 나서고 있다”며 “아직도 많은 가정이 어린이집을 제대로 이용하지 못해 아이 보육에 어려움을 겪고 있기 때문에, 내년까지 어린이집 100곳 건립을 완수해 보육 환경 개선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