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 파리 지사 주최로 열린 '파리 K-FOOD Fair'/뉴스1

우리나라 농수산식품 수출 거점 역할을 하고자 전 세계 곳곳에 설치된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 해외 지사들의 ‘모럴 해저드’가 도마 위에 올랐다. 일부 지사들은 출퇴근 등록 시스템이 없어 현지 직원들이 사무실에 출근했는지조차 알 수 없었다.

17일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 소속 안병길 국민의힘 의원이 aT로부터 제출받은 감사 보고서에 따르면, aT의 해외 지사 17곳 가운데 청두와 블라디보스톡 등 두 곳은 지난 3년간 출퇴근 등록 시스템을 따로 구축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aT는 해외 현지 통관과 운송 과정에서 생기는 애로사항을 해소하고, 해외 수출 판로를 개척하는 등의 목적으로 해외 지사를 설치해 운영하고 있다.

앞서 aT는 2019년 출퇴근 등록 시스템을 마련해 현지 직원들의 출퇴근을 관리하도록 하는 규정을 마련한 바 있다. 두 지사의 현지 직원들이 근무 시간에 사내 인트라넷에 접속한 기록이 없는 경우도 상당수 발견된 것으로 파악됐다. aT는 두 지사에 기관주의 처분을 내렸다.

aT 해외 지사들의 방만한 운영 실태는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파리 지사의 경우 지난 2019년부터 지난해까지 직원 9명이 청구한 출장 71건에 대해 숙박비를 지급했지만, 그에 대한 증빙자료는 단 한 건도 받지 않았다. 이 지사는 같은 기간 발생한 27건의 수익에 대해, 별도의 자료를 제출해야 한다는 규정을 어기고 지출 규모를 줄이는 식의 짬짜미 회계처리를 했다.

두바이 지사의 경우 지난 3년간 지사장 결재를 받지 않은 채 관할지역 내 공무여행을 다녀온 경우가 79건에 달했다. 그 중에는 ‘판촉 점검’ 목적의 공무여행을 5박6일간 다녀오는 등 공무 수행이라는 목적에 맞게 여행을 다녀온 게 맞는지 모호한 경우도 있었다. 다만 두바이 지사 측은 코로나 기간 교통편이 축소되며 불가피하게 여행이 길어졌다는 입장이다.

이 밖에도 비밀유지각서 등 직원들로부터 받아야 할 의무 서류를 받지 않거나, 업무가 시급하다는 이유로 채용 과정을 임의로 변경해 경력이 많은 지원자를 선출한 지사 등도 감사 과정에서 적발됐다.

aT 해외 지사 17곳에 지난해 투입한 예산만 129억4100만원으로, 파견직 37명과 현지 직원 54명 등 총 91명의 직원이 활동하는 ‘K푸드’ 수출 거점이다. 올해 K푸드 누적 수출액이 지난달 중순 기준 63억1340만달러에 달하는 상황에서, 이를 뒷받침해야 할 aT 해외 지사들이 방만한 운영으로 되려 수출을 저해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안병길 의원은 “aT 해외 지사가 K푸드 수출 거점으로서 책임을 다할 수 있도록 근무기강을 철저히 확립해야 한다”고 했다.